미켈란젤로의 복수 - 시스티나 천장화의 비밀 반덴베르크 역사스페셜 4
필리프 반덴베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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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작품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범인(凡人)들을 감동시키지만,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탄생배경을 알고,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사상을 읽어내는 것은 작품의 심미적 측면을 넘어 또다른 흥미를 선사한다. 워낙 『천지창조』나 『최후의 심판』같은 불후의 회화작품을 남겨 미켈란젤로를 조각가보다는 화가로서 더 잘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의 언급을 통해 그가 얼마나 조각가이기를 원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그는 알레고리, 상징과 기호들을 그림 곳곳에 숨겨두고, 굴욕당한 자부심에 대해 악의적인 복수극을 펼친다.

『다빈치 코드』를 필두로 종교에 관한 심히 이단스러운 책들을 읽다보니,소설이긴 해도 약간 혼란스러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할까'하는 의심에서부터 '만약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고, 1+1=1인것처럼 자명한 진리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이라면'하는 불순한(?) 가정도 해보게 된다.
이 책은 비슷한 종류의 '종교적 폭로'를 소재로 한 소설들 중에서는 그 내용이 제일 충격적이었다. 기독교 신앙에서 제일 중요한 사건이자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예수의 탄생이 아니라 예수의 '부활'이다. '예수가 부활하지 않았다면 가톨릭 교회의 가장 중요한 신앙의 기반이 없어지며, 교회가 설교하는 모든 것은 무의미하고 거대한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거대한 기만. 진실은 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빛을 가져다주지만, 또 적잖은 혼란과 충격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 기득권은 혼돈을 막기 위해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막거나 침묵한다.
사람들은 숨겨진 것에 자극받는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한 집단이 어느 한 집단에게 감추려하는 비밀만이 있을 뿐이다.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진실은 대부분 '권력'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면서도 그 비밀을 밝혀내려고 한다.

이 책이 쓰여졌을 당시의 파급효과를 4년이나 지난 다음에 이 책을 읽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흔히들 쓰는 방법으로 작가는 행여나 교황청의 비난을 살까봐 이중의 화자를 설정하여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듯 하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에 숨겨놓은 철자의 신비를 푸는 방법이라든가, 천지창조의 도상학적 분석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이 소설은 뭔가 엉성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의 리뷰대로 완역이 아닌 편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 말하여지지 않고 다음장으로 넘어가버린 듯한 구석이 많다. 『발자크 평전』에서는 강인한 흡인력으로 작가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던 안인희씨의 번역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많이 든다. 『다빈치 코드』보다는 덜 헐리우드적이지만 역시 『장미의 이름』의 치밀함엔 역부족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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