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창작노트 - 양장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기대했던 것보다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생겨난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진 않는다. 오히려 에코는 우리에게 해석의 자유로움을 보장해주려는 듯 하다. 다만 소설속 기나긴 묘사 장면에서 사진이라도 한장 있어줬음 하는 바람들이 조금은 충족되었다.

『장미의 이름』서문에서부터 약간의 의아함을 자아내게 했던 다층위의 작가들에 대한 언급(멜크 수도원의 아드소가 쓴 수기[1380년대]를 베네딕트회의 마비용이 편집한 것을 프랑스 발레 수도원장이 불역한 것[1842년]을 에코가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는)도 그 트릭이 밝혀진다. 특히나 1인칭 화자 아드소에게 에코가 부여한 남다른 의무는 안도감까지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소설에서 아드소는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펼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윌리엄 수도사의 이야기 및 사건의 정황을 전달하는 나레이터이다. 따라서 사건의 핵심으로부터 독자 만큼은 멀지 않지만, 그렇다고 윌리엄 수도사만큼 가까이 접근하지 못한다. 즉 에코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언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것을 이해하도록 만들고 싶어'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읽어보고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에서도 별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그건 정말 그렇다.

어쩌면 이 창작노트는 본 소설 『장미의 이름』에 대한 이해가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더욱더 유용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자신의 소설에 대한 해석을 넘어서 마치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의 요약판을 읽는 듯한 문학 개론서의 느낌마저든다.

이젠 용기를 얻어 처음 몇장을 넘기지 못하고 늘 포기해야만 했던 『푸코의 추』에도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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