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추리소설만은 아니지만, 난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도 뒤돌아서면 줄거리를 모두 잊고마는 희귀병에 걸렸다. <밑줄긋는 남자>의 꽁스땅스는 로맹가리가 작품을 얼마 남기지 않고 죽어서, 자신이 죽기전에 그의 작품을 모두 읽어버리게 될까봐 노심초사 하는데, 난 정말 그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작품수도 많고, 또 내 희귀병 덕분에 읽어도 읽어도 그녀의 소설은 또 다른 재미를 맛보게 해주니 말이다.
일곱 개의 시계와 세븐 다이얼스 클럽의 추리적 암호들, 그것을 풀기 위해 종횡무진하는 귀여운 아가씨 번들양의 활약, 우직한 배틀 총경의 외유내강식 수사법 등, 이 작품은 우리의 '에르큘 포와로'나 '미스 마플'은 등장하지 않지만 젊은이들의 발랄함이 느껴지는 시리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과 '당신이 잠든 사이'적 결말이 흥미로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