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삶 그르니에 선집 4
장 그르니에 지음, 김용기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적인 삶- 고독]

어떻게 그리고 누구와 함께 자기 밖으로 나갈 것인가 모든 소통은 흔히 '인격'이라 부르는 것들을 전제한다. 그게 아니라면 거기에는 병렬이나 얽힘 혹은 상호 침투는 있을지언정 결코 주고받음은 없을 것이다. 이 주고받음은 결국 한 인격을 다른 인격 속으로 이동시켜서 그 인격은 자신이 아니라 타자 속에서 살게 된다.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자기 삶의 근간이 자기에게가 아니라 타자에게 있게 하는 이른바, 자기로부터의 탈출이다.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었는데, 참 좋은 구절을 발견했다. 건조해진 나의 마음에 떨어진 한방울의 달콤한 물.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일상적인 삶- 정오 L’Heure de Midi]

친구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피타고라스는, 220과 284가 그런 것처럼 또 하나의 자신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220의 약수들을 따져보면 이들의 총합이 284이며 284의 약수들의 총합은 220임을 알 수 있다. 완전수는 6이나 28처럼 자신들의 약수들의 총합과 같은 숫자이다.

-관심의 분야에 따라 이렇게 어떤 것에 대한 정의도 나름대로 달라지는구나. 친구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주어도 아깝지 않고 받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이해타산의 이 무덤속에서 과연 내 것과 네 것을 따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아마 나에겐 친구가 없을 것 같다.

[일상적인 삶-비밀Le secret]

한갓 인간들 사이에서 비밀은 결코 지켜지지 못한다.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고 아무리 애써 봐야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애시당초 사람의 비밀이란 밝혀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은근슬쩍 털어놓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제삼자가 부추기지 않아도 스스로 토로하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지만 당신에게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남이 알아주는 것은 더 소담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그게 비밀인지조차 모르는 바에야 그 비밀의 내용이 잘 지켜진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리고 자기에게 비밀이 하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흔히 그러듯이 그 내용을 드러내기로 마음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세상 모든 비밀은 다 공공연한 비밀인것 같다. 너무 비밀이 많은 사람도, 또 비밀이 한개도 없는 사람도 재미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