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주량보다 많으면 지랄을 떨게 되는 법이지, 뭐.' -책 속에서-<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먼저 읽지 않길 천만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가벼우면서 내가 좋아하는 류의 과장법을 쓰는 이만교의 소설 <머꼬네집에 놀러올래>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요즘 동네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예전에 다니던 골목들에 있던 집들이 다 폐허가 되버렸다. 그 바람에 한 달포전부터 역의 다른 출구를 이용하고 있는데 오늘같이 늦은 밤 귀가하는 날이면 무섭다기보다도 쓸쓸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 길목엔 곧 망해버릴 것 같은 술집 두 개와 한 그릇에 천 오백원하는 자장면집, 결번인 전화번호를 아직도 달고 있는 피아노 학원과 야구 연습장이 있다.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엔 얼마전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 세워졌다. 하늘을 가려버린 그곳엔 하얀 공들이 가끔씩 날라다니고, 그럴때마다 '나이스 샷'과 같은 탄성도 함께 들린다. 세상의 이쪽 편엔 화려함이 존재하고 또 다른 편엔 삶의 고달픔과 외로움이 존재한다. 화려한 인생을 위해 공부를 하고, 돈을 벌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고단한 삶과 가끔은 외로운 인생을 동경하면서 때로는 이율배반적인 내 자신을 꾸짖는다.반반한 정류장도 하나 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머꼬네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물질적으로는 튼튼하지 못하지만 사람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난 강북이 좋고, 변두리가 좋고... 친구들과 만나 헤어질땐 늘 혼자가야 하지만 서울의 북쪽 끝에 있는 우리 동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