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가출은 여느 아이들의 가출과는 조금 다르다. 그것은 지적 모험이랄 수도 있고, 성장을 위한 여행이랄 수도 있다. 그래서 클로디아는 가출에서 돌아왔을 때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나'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클로디아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게 해 주는 그 무언가는 바로 자신만의 '비밀'이다. 그 비밀은 미켈란젤로의 천사상에 얽힌 클로디아의 비밀처럼 대단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건 나 아니면 아무도 알 수 없고, 건드릴 수 없는 '정체성'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성장이 멈추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자라게 해 주었던 비밀의 씨앗들이 있었던가조차도 잘 기억나지 않으니 말이다. 어쩌면 지금은 새로운 씨앗이 될 열매를 맺고 있는 중일까. 어쨌든 나에게 클로디아 같은 성장통이나 비밀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제이미 같은 동생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가출의 공범자이자 자금책이자 재정 관리자인 제이미가 없었다면 클로디아의 가출은 조금 혼란스럽고 우울해졌을지 모른다. 우리들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지만, 다른 존재들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가며 사는 게 인생이라는 점을 이 형제들은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