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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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사소한 것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리 인간은 마치 화계 장부나 유언장처럼 가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된 전체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 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 P43

이 관념들이 그 사람의 두 뺨을 완벽하게 부풀리고, 거기에 완전히 부합되는 콧날을 정확하게 그려 내고, 목소리 울림에 마치 일종의 명한 봉투처럼 다양한 음색을 부여하여, 우리가 그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 관념들인 것이다. 이처럼 스완에 대한 부모님의 이미지에는, 그의 사교 생활에 대한 무지로 인해 숱한 특징들이 빠져 있었는데, 이 특징들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완을 만났을 때 그의 얼굴에서 흐르는 우아함이 자연의 경계선인 그의 매부리코에서 멈춘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또한 부모님은 그리 위엄 있어 보이지 않는 그의 텅 비고 넓적한 얼굴이나,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그의 눈 깊숙이에서, 시골 생활의 좋은 이웃으로 매주 저녁 식사 후에 카드용 탁자 주위나 뜰에서 함께 보낸 한가로운 시간들의 어렴풋하고도 감미로운 잔재를, 반은 기억이고 반은 망각 속에 사라진 시간의 잔재를 쌓아 올릴 수 있었다. 우리 친구를 감싼 이 육체라는 봉투는 그의 부모님에 관한 추억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에, 그런 스완만이 내게는 완전하고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리하여 훗날 내가 비로소 정확히 알게 된 스완으로부터 이 최초의 스완에게로 기억을 더듬어 옮겨 갈 때에는 어떤지 한 사람과 헤어져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 P44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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