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은 흘러갔다. 그녀는 주의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시간의 흐름에 묶여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지나갔다. 그것은 임신한 여인의 느린 시간, 뱃속 보이지 않는 존재가 성장하는 일정표와도 다른 것이었다. 그녀의 시간은 고통을 내포한 인내로 가득 찼다. - P57

그녀의 두뇌에는 환영과 망상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는 과학자들이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짐승을 점목하는 실험을 할 때 그 불쌍한 모체가 느끼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녀는 누더기를 깁듯이 조각을 붙인 측은한 짐승을 상상했다. 그건 자신에게는 너무나 사실적이었다. 그레이트 데인 같은 큰 개나 보르조이 같은 러시아 개와 작은 스파니엘의 합작품, 사자와 개, 덩치 큰 짐마차 말과 작은 당나귀, 또는 호랑이와 염소의 산물. 그녀는 어떤 때는 발굽이, 어떤 때는 갈고리 발톱이 그녀의 연약한 내장을 자르고 있다고 믿었다. - P57

해리엇은 이 나이 든 두 여인, 강하고 끈질긴 생존자들이 생에 대한 그들의 방대한 경험에 비추어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데이비드를 힐끗 보았는데 그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비난과 비판과 혐오. 벤은 이런 감정들을 야기했고 사람들 안에 있던 이런 감정들을 밝은 빛 아래로 끌어내었다. - P80

벤이 살해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은 여자, 그녀는 입 밖에는 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격렬하게 자신을 옹호했다. 자신이 속한 사회가 신봉하고 지지하는 가치관으로 판단해 볼 때 그녀는 벤을 그 장소에서 데려오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살해당하는 것으로부터 그 애를 구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기의 가족을 파괴했다. 그녀 자신의 인생에 해를 끼쳤다... 데이비드의 인생... 루크와 헬렌과 제인, 그리고 폴의 인생에도. 특히 폴의 경우가 가장 나빴다.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