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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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학교에 있을 때 한 교수님의 원고 작업을 도와드린 일이 있었다. 작고하신 아버님의 글을 모아 자식들이 책을 내는 작업이었는데, 당시 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식이 돌아간 부모를 기억하는 방법 중에 참 기품 있고 고상한 길이 아닌가 싶었다. 
오랜만에 하루키의 조근조근하고 담담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시간이었다. 
많은 아들들이 그렇듯 하루키도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 마음의 무게감이 책을 읽는 내내 잔잔하게 전해왔다.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혈연의 굴레보다는 그쪽이 내게는 한층 중요한 사항이었다.”(p85)

그럼에도 그 혈연의 굴레가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해준 것임을 그는 객관적인 어조로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런 소소한 일 하나하나의 무한한 집적이, 나라는 인간을 이런 형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p87) 

하루키는 “이렇게 개인적인 문장이 일반 독자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이 책의 말미에서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의 소설도 좋지만 왠지 극히 개인적인 에세이에 더 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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