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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수입니다 - 도올의 예수전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0년 3월
평점 :
그 다음으로 중요한 말이 "회개하라"라는 말입니다. 그 원의는 "메타노에오"인데, "메타"는 "바꾸다"라는 뜻이고 "노이아"는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회개하라"는 뜻은 "메타노에오"에는 없습니다. "생각을 바꾸라", "인식을 전환하라", "달리 생각하라"는 뜻이지 "회개하라"는 뜻은 없습니다. "회개하라"는 말은 잘못을 뉘우친다는 의미이지만, 이 말은 인간의 현존을 잘못을 저지를 존재로 규정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며, 이 말은 인간보편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이것은 구약의 구습에서 유래된, 인간을 무조건 죄인으로 규정할 때만이 가능한 말입니다.
나는 인간을 죄인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죄"라는 것은 "하마르티아"라는 것인데, 그것은 궁술에서 쓰이는 말로서 그냥 "과녁을 빗나갔다"는 뜻입니다. 빗나간다는 뜻은 실력이 좀 모자란다는 뜻이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과녁을 빗나간 것이 곧 악은 아니지요. 우리의 삶이 우리 삶의 도덕적 이상(과녁)에 좀 못 미친다고 해서 그것을 악이라고, 죄라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인간을 죄인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7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