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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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와 제이미는 우체국에서 나와 그랜트 센트럴 역으로 걸어가서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실멍이 컸다. 차라리 그 편지가 정중하지 않은 게 나았을 것이다. 무례한 편지였거나 비꼬는 편지였더라면 화라도 낼 수 있겠지만, 정중하기 그지없는 거절의 편지를 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클로디아는 울었다.

제이미는 클로디아를 잠시 내버려두었다. 제이미는 가만히 앉아서 마음을 다독이려 애쓰며 긴 의자의 숫자를 세었다. 클로디아는 계속 울었다. 제이미는 의자에 앉은 사람의 숫자를 세었다. 그래도 클로디아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제이미는 의자 한 개당 몇 사람씩 앉아 있는지 계산했다.

마침내 닭똥처럼 뚝뚝 떨어지던 눈물이 그치자, 제이미가 말했다."(p.157~158)


다시 읽어도 참 좋다. 

이번에 읽으면서 유독 와 닿았던 부분은 "제이미는 클로디아를 잠시 내버려두었다"는 저 구절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밑도 끝도 없이 우는 때, 적어도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하지 못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가만히 내버려두기'일 것 같다. 이제는 세 아이 다 그럴 나이가 지나서 우는 일도 드물지만, 기쁨이건 슬픔이건 그 감정을 온전히 소화할 만큼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참지 못했다. 어떻게든 상황을 끝내고 재빨리 안정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중요한 과정들을 생략해버리기 일쑤였다. 

제이미가 클로디아를 기다리며 하는 저 행동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돌연 나는 저만큼 견뎌내고 기다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든든한 '부'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만 바라봐' 할 자신도 없지만, 생각해보면 가장 하기 쉽고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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