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어디서 구했나?" "국립 도서관입니다." "이 판에는 다섯 항목이 없네. 칸트는 다음 판에 그 항목을 첨가했지. 초판이 번역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음 학생, 앞으로."-52쪽
나는 살인적인 메커니즘에 짓눌리게 될 것이다. 1년에 휴가는 3주. 하루에 8시간 노동. -56쪽
카를로는 출세를 하기 위해 옷 입는 방식을 바꿀 사람이 아니었다. 은행이나 자동차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일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물론 그는 그 사실을 몰랐다. -79쪽
일 때문에 사람들은 거의 사람답지 않게 변해간다. 일은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머릿속에서 점점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해간다. 일은 그들의 꿈까지도 지배해버린다. 얼마 전에 일을 시작한 나 역시 내게 복사를 시키려 안달인 루포가 나오는 꿈을 꾼 일이 있었다.-85쪽
이렇게 혼자임을 절실하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나는 홀로 태어났고, 지금까지 홀로 살아왔다. 어느 날 이모처럼 혼자 죽을 것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관계를 맺었다가 이별한다. 신은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몸은 결국 썩고 분해되어 차츰차츰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우리 존재에 속했던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우리의 꿈조차도. 우리의 웃음과 걸음걸이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109쪽
무슈 보바리. 젊은 베르테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머리. 난 위대한 사랑, 진실한 사랑, 진짜 사랑을 원했다. -118쪽
"자, 춤추러 가자." "좋아." "오늘 밤?" "오늘 밤."-120쪽
선생님, 제발 라이터 하나만, 1천 리라인데, 제발. 1962년 7월 20일 카사블랑카 태생인 무하마드 엘 카림 엘 이드리스가 내 머릿속으로 다시 헤집고 들어왔다. 카사블랑카에서는 1962년 7월 20일이 무슨 요일이었을까? 그의 어머니는 그를 낳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까, 절망의 눈물을 흘렸을까? 그날 밤 카사블랑카에 바람이 불었을까?-132쪽
지난 2년 동안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은 어떤 모습이며, 무의식적으로 거부한 경험들은 어떤 것일까?-139쪽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볼 때도 내 존재를 거의 인정할 수 없었는데 소설을 쓰면서는 그게 가능해졌다. -140쪽
"혹시.... 나를 위해 남겨놓은 비닐 가방 없나요?"-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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