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작업을 하면서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너무 술술 읽혀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몇 페이지가 훌쩍 넘어간 뒤에야

알아차렸던 책이다. 

사실 직업상 계속 뭔가를 읽고는 있지만 

뭘 읽어도 '내가 읽는 게 읽는 게 아니야' 같은 기분이 들곤 했는데,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해준 책이랄까. 

일하면서 이런 책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책을 읽으면서 키르케고르에게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작가 자신은 어찌 보면 너무도 예민하고 우울한 삶을 살지 않았던가. 

그래서인지 그런 고통에서 우러나온 성찰로부터 위안을 받는다는 게

어쩐지 불편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 책도 그렇고, 이 책을 작업하기 위해 들춰본 책들도 그렇고,

요즘 서점가에 나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을 두루 살펴보면

나 자신을 응원하는 책이 무척 많다.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도 마찬가지..)

그만큼 개인이 오롯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겠지만, 

한편으론 이제 우리가 나 자신에 대해 비로소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뜻이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도 든다.


'괜찮다'라는 말이 참 좋은 말이란 생각을 어제 문득 했다. 

모든 상황의 껄끄러움을 한방에 녹여내는 마법 같은 말. 

남에게는 잘 쓸지언정 자신에게는 잘 쓰지 않던 말을,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참 많이 되뇐 것 같다. 

그리고 왠지 성공한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며 하는 이야기보다는

진창 같은 삶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람의 이야기는

더 와 닿는 법이다. 


'실존, 실존주의'라는 말을 삶과 동떨어진 철학적 용어가 아닌,

생계형(?) 철학으로 삶에 밀착해서 해석한 작가의 따뜻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자기계발서를 폄훼하는 (나 같은!) 이들을 살짝 나무라며

'모든 책은 자기계발서다'라고 일갈한 부분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려본다. 


*그나저나 언제 다시 성당에 나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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