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는 책이란,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잊고 책 속에 온전히 몰입하게 해주는 책일 거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이 책은 '재미있다'라는 말에 '강인한 흡인력을 지닌'이라는 뜻을 첨가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이야기 자체의 흐름에 빠져 지나쳐버린 열쇳말들, 나중에 비밀의 문들이 하나씩 하나씩 열릴 때, 그것이 바로 열쇠였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 주의깊은 독자라면, 작가가 곳곳에 흘린 열쇠들을 주워담아 진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혼란스럽게 뒤섞여있던 조각들이 신기하게 제자리를 찾아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큰 묘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가렛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제인 에어>인데, 그런만큼 이 소설의 분위기와 몇 가지 모티브도 <제인 에어>와 비슷하다. 어두침침하고 음울한 분위기,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되는 황량한 황무지 속에서 헤매다 온 느낌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황무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따뜻하고 아늑하게 쉴 만한 장소도 있다. 바로 마가렛과 아버지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책을 사고파는 장소라기 보다는 책들이 쉬는 곳이라 할 만큼 고요한 곳. 정말 그런 책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책 내용을 가지고 리뷰를 쓰려다보니, 온통 스포일러 투성이가 될 것 같아서 쓸데없는 말을 주저리 늘어놓았다. 이 책의 띠지에 "진실을 말해주세요" 하고 누군가가 간절히 외치고 있는데, 그 진실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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