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 발칙한 남자들의 위험하고 도발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더 게임 The Game
닐 스트라우스 지음, 한정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남성들만을 위한 책?

서평단에 당첨된후, 아... 책을 받아들고 잠시 후회했다. 다른 남자 분께 양보할걸. 솔직히 이 책은 내용으로보나, 더군다나 책 무게로보나 분명한 남성용 책이다. (지하철에서 들고 읽기는 물론, 배꼽 위에 놓고 읽기에도 참 버거운 무게다)

하지만 팔뚝 굵고 남성 심리에 관심있는 여성이라면 도전하셔도 좋다. 한국 남자들이 정말 이런 욕망을 갖고 있고, 까딱하면 '제비'로 오인받을만한 멘트들로 여성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 건 본인의 자유다. 


픽업아티스트란...

이 책은 소위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들의 이야기다. '픽업'에는 '우연히 알게 된 연애 상대'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우연히 입수한 싸고 귀한 물건, 횡재'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이들은 연애 상대로 '찜'한 여성들을 예술적으로 꼬시는 남성들이다. 그 기술엔 실로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하지만, 한 번 성공의 기술을 터득하면 그간의 설움을 모두 보상받을 만큼 횡재하는 거다. 

여러모로 께름칙했던 영화 '매그놀리아'에서 톰 크루즈가 연기했던 역할과 조금 비슷하다. 톰 크루즈는 사이비 교주처럼 열광적으로 '여성 공략법'을 강의하는 남성우위 프로그램 강사다. 그 양성애자 같은 머리스타일하며 의식적으로 자신의 강한 남성을 과시하려는 제스추어는 정말 찝찝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는 컴플렉스로 똘똘 뭉친 남성 같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건 연기뿐만 아니라 톰 크루즈 자체가 실제로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잘나가는 픽업아티스트들한테서도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이렇다할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자신감이 부족한 남성들이었다. 혹은 어린시절 여성들로부터 심한 정신적 상처를 받고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남성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극복하고 여성들을 껌뻑껌뻑 죽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 또는 전수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탁월한 기술은 자신의 깊은 상처를 치료하거나 근본적 자존감을 되찾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들은 수많은 여성들의 전화번호를 따고, 매일 밤 다른 여성들과 잠자리를 해도 한 사람의 깊은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그것은 사랑도 아니고, 그야말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싸구려 연애일 뿐이다.

전에 어떤 심리학책에서 남성들의 '거절 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특히나 여전히 남성중심주의적인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먼저 고백해야 한다는, 이제는 어쩌면 조금은 구시대적인 것이 되어버렸을 그 원칙 비슷한 것에 남자들이 심한 스트레스와 심지어는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어릴 때 읽었기 때문에 약간 놀라긴 했었다. 그때는 그저 남자들이란 다 항상 박력있고 용감하게 좋아하는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겉으로 강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속마음은 거절 공포증이나 갖가지 여린 것들로 가득차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러한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조금 특이한 방법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갔다.

하지만 저자는 쟁취한 여성들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삶이 황폐해지고 내부의 중요한 무언가가 갉히는 느낌을 받는다. 그건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마찬가지일거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몸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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