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문학 어떻게 볼 것인가
황종연 외 지음 / 민음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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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1세기고, 지난 90년대는 20세기였다. 한 세기를 넘어선 우리는 현재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해 사실은 별 관심 없다. 그러나 90년대가 우리에게 있어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것은 인정해야 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세기말'이나 '엔드 오브 데이즈'란 영화에서 보듯이 90년대는 다른 시기보다 특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 불안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한 시기니까. 그러나 비중을 따진다면 미래에 대한 절망이 95%고, 희망을 5%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만큼 대다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문학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찬제 교수는 여기에서 카오스모스(chaos와 cosmos의 합성 어, 혼돈 속의 질서)의 전위적 충동을 예감한다.

이 책은 쉽사리 한국 문학의 미래를 점치지 않는다. 단지 서로 다른 시각으로 90년대를 바라볼 뿐이다. 보통 현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선 반세기가 지나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90년대 문학의 생동하는 전체상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90년대, 이해하기 싫어도 할 수 없다. 우리는 90년대를 살아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21세기로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 그리고 현재를 둘러보는 일은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개인적인 나에게 그다지 관심을 끄는 주제는 아니지만, 내가 살아온 시대이니 언젠가는 집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단초를 제공한 것 같아 뿌듯하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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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215
서정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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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너무 호기심이 간 탓에 책을 샀다. 나는 요즘 시를 즐겨 읽는다. 그러나 요즘 시는 가끔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서정학의 시가 쉽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진지해지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이면 족하다. 매일, 매일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내 생각도 그렇다. 지금까지 시집의 모습은 삶의 철학만을 강조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모험의 왕과 코코넛의 귀족들> 삶의 진지한 부분보다는 삶의 일상에 시선을 두고 있다. 특히 나는 '완벽한 평일 오후의 동물원'이란 시를 좋아한다. 이 시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동물원의 모습을 무참히 무너뜨리고 있다. 동물이 아닌 사람을 위한 동물원이기에 평일의 동물원은 별 가치가 없다.

나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었으면 한다. 작가와 시를 배우는 사람들과 시를 비평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좀 더 많은 이들이 시를 읽고 느꼈으면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 적응하기도 힘들다. 한 마디로 시를 읽을 시간은 없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가벼울 필요가 있다. 단순히 주제가 가볍다기 보다는 소재와 방식에서 친숙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정학의 시집은 호기심이 간다. 비록 삶의 희망보다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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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꽃 - 1999년 제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하성란 외 / 조선일보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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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말투, 옷차림, 성격, 토정비결 아니면 느낌 우리는 여러 가지 데이터로 그 또는 그녀를 평가한다. 물론 평가라는 말이 직접적인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그 또는 그녀에 대해 물어봤을 때 어떤 사람인 것 같다는 말 정도는 하게 된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까,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왜 이리 많고, 사람마다 느껴지는 감정은 어쩜 이렇게 다양할까.

여기서 남자는 그녀를 알기 위한 데이터로 그녀가 버린 쓰레기를 선택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일상 중 하나를 파헤친 것 뿐인데, 작가의 이런 설정은 낯설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판단 기준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이제 그가 그녀를 파악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회를 재검토 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애매모호한 설문지보다는 쓰레기장을 뒤지는 것이 더욱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쓰레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쓰레기야말로 숨은 그림 찾기의 모범답안이다….

작가의 말처럼 들리는 이 부분은 사회의 모습으로 돌이켜 보았을 때 우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완전하게 매만져진 현실의 참을 입증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버린 것들, 그 폐기물들이다. 작가 하성란은 이 차갑고 냄새나는 것들에서 현대를 본다. '마이크로적 묘사 '라고 불릴 만큼 냉정하고 꼼꼼하게 대상의 내부와 외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마치 현미경의 렌즈로 사람의 피부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작가의 눈으로 보는 대상은 낯설고 추한 모습으로 변한다.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진실은 쓰레기 봉투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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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원 창비시선 185
김기택 지음 / 창비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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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IMF를 겪고 구조조정으로 많은 아버지들이 해고를 당할 무렵,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런 유행어가 돌았다. 휴가 갔다오면 자신의 책상이 없어진다느니, 그래서 책상을 가지고 출퇴근을 해야 한다느니…허허허 웃기다고 하기엔 씁쓸하게 들리는 유머 한마디. 뭐 지금이라고 구조조정의 악몽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김기택의 시를 보니 한 숨을 내쉬던 직장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김기택의 시집 [사무원]은 이런 부분에서 시선을 끈다. 당시 사회를 살던 일명 안돼 보이는 사람들의 내부를 관찰하여 까발리는 것, 동정이나 연민을 제거하고 철저하게 그들의 모습을 내보이는 것. 그래서 읽다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섬뜩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차가운 시선. [사무원]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가 1999년이니, 당시의 우울한 상황과 너무나 어울리는 시집이 아닐까.

그 중 <화석>이라는 시는 일에만 매달리는 직장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화석처럼 굳어가는 사무원의 모습을 거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정보처리가 빨라진 사회이니 만큼 개인이 처리할 일의 양은 많아지고 처리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니 거북으로 설정된 사무원에게는 토끼와의 경주처럼 땀빼는 게 회사일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코미디일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회사일에만 매달린 회사원은 화석처럼 굳어져서 부서지고 만다. 여기서도 화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일정한 톤을 유지하고 있다. 감정의 동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읽으면서 나는 속상했다. 거북등의 회사원에게 연민이 가고 그 모습이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했다.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 내가 꿈꾸는 것 아니면 내가 꿈꾸워야 한다는 사실조차 우리는 잊고 사는 게 아닐까. 꿈이 화석처럼 굳어간다는 사실을, 어떠한 공포 영화가 아닌 이것이 현실의 일부라는 걸, 참 차가운 현실을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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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예감 - 1998년 현대시동인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202
연왕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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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의 시집을 접했을 땐 시집 중간 중간에 보이는 새로운 시도들이 인상적이었다. 인두 자국을 종이에 내는가 하면, 상처라는 시에서는 실제로 종이를 찢는 실험을 보였었다. 사고의 전환을 유도하는데 있어 언어 이외의 작업들은 아무래도 시선을 끌게 되니까... 기억에 많이 남게 되는 시집이다. 읽으면서 이런 수작업을 누가 했을까, 싶은 염려도 해보게 하는 웃음이 나는 시집이기도 하다.

솔직히 이런 시도들은 개인적으로 맘에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높이 사고 싶은 것은 시인의 관찰과 관찰에서 나오는 언어적 감수성이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소재의 사용이 많지만 그 중심은 결코 우울하지 않은 밝은 나라에서 온 듯한 인상을 준다. 아마도 이 시인 눈은 참 맑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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