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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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20세기의 예술을 대표하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는 이 짧은 단편 속에서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선율을 보여주고 있다. 글을 읽는 내내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마도 유럽을 유랑하며 글을 썼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말이 있듯,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끝없는 마라톤을 하게 되는데 고난과 아픔, 좌절과 실패 등을 안타까운 죽음을 꿈 꾸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종국의 목표는 행복으로 인간은 안전한 삶을 영위하다 안락한 죽음을 맞이하길 모두가 바랄 것이지만 그 또한 쉽지가 않다. 과연 책 속에 들어있는 세 가지의 단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깨닫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첫번째, '애러비'에서는 노스리치먼드의 조용한 거리에 살고 있는 어느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이웃집에 살고 있는 누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표현이 정말 예술적인게 나의 몸은 하프와 같고 그녀의 말이나 행동은 하프 현을 오가는 손가락같았다라고 그녀를 향한 마음을 그려낸다. 어느날 자신은 갈 수 없지만 애러지 바자에 가느냐는 물음에 소년은 자신이 가게 된다면 선물하나를 사오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용돈을 받아야 하기에 미리 숙부님께 말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숙부님은 잊어버리고 만다. 소년이 겪어야 했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과연 어땠을지...

두번째, '가슴 아픈 사건'은 결병증에 가까울 정도로 무질서함을 싫어하는 제임스 더피의 이야기다. 그는 친구와 동료도 없고 교회도 나가지 않는 자신만의 정신세계에서 삶을 보내는 사람이다. 혼자 극장을 찾았던 더피는 눈에 띄는 여성을 만나게 되었고 세번을 우연히 마주한 날 그녀에게 만남을 제안한다. 사실 그녀는 시니코 부인으로 유부녀였고 딸이 있었지만 남편은 원양어선을 타는 선장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보낼 수 있었을까?

세번째, '죽은 사람들'은 모컨 자매가 주최하는 무도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부드러운 선율과 화려함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였으나 왠지 영혼의 상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서로에게 격식만을 차리는 자리같았다. 이는 독자 개인의 느낌이었을뿐이다. 문제는 그 자리에 참석한 게이브리얼과 그의 아내 그레타의 감정의 깊이었는데 과거와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회환이 아닐까 싶다. 오림의 처녀를 들은 그레타가 과거 그 노래를 불러주던 소년을 떠올리고 게이브리얼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시간... 과연 죽은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인간내면의 깊이를 말하려 했던걸까...

문장의 선율로 수많은 감정과 삶의 이상을 생각하게 했다니 몹시 놀라웠다. 감정을 다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될만큼 아직까지 인간은 완전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오늘을 살아야 하기에 죽음이 아니면 끝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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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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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VS 종이책

최근 리더기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긴 했지만, 난 그래도 종이책이 좋다. 데비가 말하는 것처럼 차라락~하니 책장 넘기는 소리가 좋고 다음페이지를 넘기기위해 다음장을 손가락에 끼고 있는 감촉이 좋아서... 그리고 전자책을 굴복시킨 말, 책 냄새가 최고야~

너도 그러니? 나도 그렇다... ^^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난 그냥 조금 천천히 갔으면 좋겠더라~ 이러다가 가상현실 속에서 살게 생겼어... 인간이 작은 공간에 틀어박혀 들려주는 책을 읽거나 알약하나로 끼니를 채우고 가상여행으로 세계여행을 즐기는 미래가 보여.

그날이 오기전에 이 느낌을 마음껏 누려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않아...

그 쉼표를 찍어주는게 바로 책이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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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읽어주는 남자 케이스릴러
라혜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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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아낌없는 헌신을 말해주고 싶은 걸까? 기억이란 습작과도 같아서 그림의 한 획을 잘못 긋기라도하면 그 기억은 변형되기 마련이다. '기억 읽어주는 남자'의 표지를 보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이 그리는 멋진 성을 꿈꾸고 있는 듯 하다. 목적이 무엇이던 간에 그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한국 작가들의 추리소설은 전개의 긴장감이 부족하고 구성이 단단하지 않아 왠지 읽다가 멈춘 느낌이었는데, 최근 한국 작가들의 추리소설은 언제그랬냐는 듯 무척이나 예리해지고 짜임새 있는 문단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느낌이었다. 특히 컨셉만으로도 영화 제작자들을 사로 잡았다는 이 책... 게다가 로맨스 스릴러라니, 좋아하는 장르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라 무척 설레기도 했다.

 

 

축축하게 젖은 도로를 급하게 달리는 차 ... 백밀러로 보이는 위태로운 불빛... 빗 길에 미끄러진 차 안에서의 탈출시도... 뒤이어 달리는 차는 아무래도 멈추지 못할 것 같아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기억이 사라졌다.

그녀의 이름은 송하윤, 나이는 28세, 천재후의 약혼녀다. 이 말은 눈을 떴을 때 곁에 있었던 어느 남자가 말해준 사실로 그녀는 지금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다. 기업의 후계자인 천재후를 위해 만든 인공의 섬,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진 저택은 앞으로 둘이 결혼해서 지낼 공간이라 속삭이는데 하윤은 어쩐지 그에게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탈출을 시도했다. 도망쳐도 갈 곳이 어딘지 몰랐고 결국에 그녀를 찾는 건 천재후 뿐이었기에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귀공자와 하녀의 로맨스라니... 소설 속 이야기도 아니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 판단란 하윤은 컴퓨터에 기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기억조차 없는데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통에 그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이후 드러나는 진실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연속인데...

처음엔 천재후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내서 하윤의 기억을 지웠다고 생각했다. 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모종의 계약을 했을지 모른다는 그런 예감... 남박사라는 인물도 예의주시를 했는데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권력에 의해 입을 다문 느낌이 컷기 때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읽는 독자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 책은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고 기억까지 잃은 하윤은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다만, 자신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봐주고 따뜻함을 주는 재후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문득 뇌리를 스치는 기시감때문에 그나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스릴러이기엔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버거웠고 로맨스이기엔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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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더 이상 없다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8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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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M 시리즈'의 여덟번째 스토리... 오래된 영사기가 홀로 돌아가는 듯 이번에 만날 '지금은 더 이상 없다'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척이나 크다. 되돌릴 수 있는 오래된 기억은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는 의중을 품은 것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아픔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이카와모에 시리즈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기가막힌 트릭으로 하드보일드의 매력을 톡톡히 느끼게 되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다양한 구성으로 기발하게 책과 책 사이를 넘나들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는 소제목의 구성으로 시작부터 미스터리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의미 없는 프롤로그, 필요 없는 막간, 중요하지 않은 막간, 없어도 되는 막간, 쓸모라고는 없는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흑백의 논리를 따지듯 구성했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한 이번 스토리는 미스터리의 열렬한 팬일지라도 읽는내내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본격적인 추리를 하다가도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 아니면 대화중에 끼어들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 아마도 후자가 가장 어울리는 예시인 듯 하다.

 

 

휴가차 찾아 온 별장에 모인 사람들부터 소개해야 겠다. 일단 별장의 주인이자 패션디자이너인 하시즈메 레이지, 그의 아들 세이타로, 가공적인 듯한 외모를 가진 가미야 미스즈, 세이타로의 여자친구인 아사미 유키코와 동생 아스코, 별장의 고용인 다키모토, 그리고 책의 화자인 사사키와 그의 약혼녀 이시노 마리코... 이렇게 총 여덟명이 모여 있다.

많은 사람이 북적대는 게 불편한 사사키는 산책을 나온다. 그러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하는데 그녀가 대뜸 도움을 요청한다. 그녀의 이름은 니시노소노... 고모님과 다툼이 있어 밖으로 튀쳐나왔고 갈 곳이 없다는 그녀는 역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지만 갑작스런 폭풍우때문에 자신이 묵고있는 별장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벌어진 사건... 각각의 다른 방에서 밀실 상태로 두 자매가 사망한다. 폭풍우때문에 모든 연락이 두절되었고 믿을 건 구식 무전기... 다행스럽게도 경찰과 연락이 닿았지만 별장까지 오는 도로가 끊기고 만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니시노소노도 그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는데 새벽에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잠을 깼고 사사키를 깨워 사건을 함께 풀어나가기 시작하는데...

사건은 점점 수면으로 가라앉는 듯 했으나 사사키와 니시노소노가 함께 현장을 탐색하다 사사키는 약혼자의 존재를 잊고 니시노소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입술을 말아무는 모습이 꽤나 요염했던 니시노소노는 뛰어난 판단력과 유니크한 매력을 겸비해 그의 이성을 무너트리고만다. 과연 이것은 진실일까?

이성의 무너짐은 책 속의 인물뿐만 아니라 독자의 이성마저도 무참히 뭉개졌다. 처음부터 모에와 사이카와가 자신의 별장으로 향하는 중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라며 조언을 구하는 상황이었다. 그럼 과거에 모에가 이런 고백을 받았던 것일까? 책 속에서는 이미 나이를 거짓말했다며 사건현장을 계속 그려내고 있었는데 독자는 흑백의 책의 트릭속에서 허우적댔던 것이다. 어쩐지 해설문에 미스터리 작가는 선량한 사람을 속이는 마술사나 사기꾼이라고 표현한 것과 딱 드러맞게 흥미롭고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저자의 진면목을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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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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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푸른 십자가'는 탐정소설인 듯 하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직관에 관한 내면적 요소를 드러내어 눈에 보이지않는 철학적 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질에 눈이 먼 인간은 소유의 욕구를 저버리지 못하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 탐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범죄자들은 다양한 변신을 통해 부유한 이들의 몸짓과 말투를 연습하고 가지각색의 연기로 자신을 감춘다. 이런 노력을 오히려 성실과 열정의 꿈을 좇아 자신만의 성을 이룩하는 것이 옳은데 쉽게 습득하기 위한 노력으로 인생을 낭비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러한 희대의 도적 플랑보의 행적에 브라운 신부가 항상 따라다니는데 어수룩해 보이지만 직시적 판단에 근거하고 종교적 사명을 띈 브라운 신부는 그를 끊임없이 용서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면서 문제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경찰청장이면서 최고의 두뇌를 가진 파리의 유명 수사관 발랑탱은 거물급 희대의 도적 플랑보를 뒤쫓는다. 흔히 플랑보를 일컫기를 독창성이 돋보이는 절도를 통해 변신의 귀재라고 하는데 그를 능가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브라운 신부다.

전형적인 동부의 촌사람으로 보이는 신부는 둥글 넓적한 얼굴에 연신 실수를 하는 바람에 웃음을 참을수 없게 했는데 눈치없는 신부는 자신이 보석 십자가를 가지고 있다고 떠들어댄다. 어쨌든 플랑보가 런던으로 잠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발랑탱은 기차에서 내려 허기를 채우러 식당에 들어갔다가 짠 커피를 마시게 된다. 아무리 봐도 소금통엔 설탕이 들어있고 설탕통엔 소금이 들어있어 따지게 되는데 성직자 두 명이 이 사단을 만들었다며 한탄 섞인 한숨을 내쉬었고 이후 발랑탱은 그곳을 시발점으로 그들의 흔적을 뒤밟게 된다. 도대체 두 신부는 흔적을 남기며 이런저런 사고를 저지르는 것일까?

'기묘한 발소리'에선 참된 어부 열 두 명이란 폐쇄적 클럽에서 그들만의 모임을 주최하는데 종업원 또한 인원에 한정을 두어 비밀리에 진행한다. 그곳에서 벌어진 분실사건을 발소리만으로 유추해 범인을 잡아낸다. 이후 플랑보가 최고로 꼽는 성탄절의 마지막 범죄를 그린 '날아다니는 별들'과 과거 구혼자의 의문의 밀실 사건을 그린 '보이지 않는 사랑' 또한 브라운 신부의 예리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선견지명인지 아니면 참회의 결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른 탐정 소설의 사건해결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용서와 회계를 전제하에 도적질한 것을 되받고 앞으로의 바른 삶을 축복하는 그의 해결방법은 현대 범죄자들에게 주는 상생의 기회와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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