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읽어주는 남자 케이스릴러
라혜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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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아낌없는 헌신을 말해주고 싶은 걸까? 기억이란 습작과도 같아서 그림의 한 획을 잘못 긋기라도하면 그 기억은 변형되기 마련이다. '기억 읽어주는 남자'의 표지를 보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이 그리는 멋진 성을 꿈꾸고 있는 듯 하다. 목적이 무엇이던 간에 그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한국 작가들의 추리소설은 전개의 긴장감이 부족하고 구성이 단단하지 않아 왠지 읽다가 멈춘 느낌이었는데, 최근 한국 작가들의 추리소설은 언제그랬냐는 듯 무척이나 예리해지고 짜임새 있는 문단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느낌이었다. 특히 컨셉만으로도 영화 제작자들을 사로 잡았다는 이 책... 게다가 로맨스 스릴러라니, 좋아하는 장르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라 무척 설레기도 했다.

 

 

축축하게 젖은 도로를 급하게 달리는 차 ... 백밀러로 보이는 위태로운 불빛... 빗 길에 미끄러진 차 안에서의 탈출시도... 뒤이어 달리는 차는 아무래도 멈추지 못할 것 같아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기억이 사라졌다.

그녀의 이름은 송하윤, 나이는 28세, 천재후의 약혼녀다. 이 말은 눈을 떴을 때 곁에 있었던 어느 남자가 말해준 사실로 그녀는 지금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다. 기업의 후계자인 천재후를 위해 만든 인공의 섬, 사방으로 바다가 펼쳐진 저택은 앞으로 둘이 결혼해서 지낼 공간이라 속삭이는데 하윤은 어쩐지 그에게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탈출을 시도했다. 도망쳐도 갈 곳이 어딘지 몰랐고 결국에 그녀를 찾는 건 천재후 뿐이었기에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귀공자와 하녀의 로맨스라니... 소설 속 이야기도 아니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 판단란 하윤은 컴퓨터에 기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기억조차 없는데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통에 그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다... 이후 드러나는 진실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연속인데...

처음엔 천재후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내서 하윤의 기억을 지웠다고 생각했다. 기업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모종의 계약을 했을지 모른다는 그런 예감... 남박사라는 인물도 예의주시를 했는데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권력에 의해 입을 다문 느낌이 컷기 때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읽는 독자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 책은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고 기억까지 잃은 하윤은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다만, 자신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봐주고 따뜻함을 주는 재후 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문득 뇌리를 스치는 기시감때문에 그나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스릴러이기엔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버거웠고 로맨스이기엔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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