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의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20세기의 예술을 대표하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는 이 짧은 단편 속에서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선율을 보여주고 있다. 글을 읽는 내내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마도 유럽을 유랑하며 글을 썼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는 말이 있듯,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끝없는 마라톤을 하게 되는데 고난과 아픔, 좌절과 실패 등을 안타까운 죽음을 꿈 꾸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종국의 목표는 행복으로 인간은 안전한 삶을 영위하다 안락한 죽음을 맞이하길 모두가 바랄 것이지만 그 또한 쉽지가 않다. 과연 책 속에 들어있는 세 가지의 단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깨닫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첫번째, '애러비'에서는 노스리치먼드의 조용한 거리에 살고 있는 어느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이웃집에 살고 있는 누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표현이 정말 예술적인게 나의 몸은 하프와 같고 그녀의 말이나 행동은 하프 현을 오가는 손가락같았다라고 그녀를 향한 마음을 그려낸다. 어느날 자신은 갈 수 없지만 애러지 바자에 가느냐는 물음에 소년은 자신이 가게 된다면 선물하나를 사오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용돈을 받아야 하기에 미리 숙부님께 말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숙부님은 잊어버리고 만다. 소년이 겪어야 했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과연 어땠을지...
두번째, '가슴 아픈 사건'은 결병증에 가까울 정도로 무질서함을 싫어하는 제임스 더피의 이야기다. 그는 친구와 동료도 없고 교회도 나가지 않는 자신만의 정신세계에서 삶을 보내는 사람이다. 혼자 극장을 찾았던 더피는 눈에 띄는 여성을 만나게 되었고 세번을 우연히 마주한 날 그녀에게 만남을 제안한다. 사실 그녀는 시니코 부인으로 유부녀였고 딸이 있었지만 남편은 원양어선을 타는 선장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보낼 수 있었을까?
세번째, '죽은 사람들'은 모컨 자매가 주최하는 무도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부드러운 선율과 화려함이 가득한 공간이 펼쳐진다.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였으나 왠지 영혼의 상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서로에게 격식만을 차리는 자리같았다. 이는 독자 개인의 느낌이었을뿐이다. 문제는 그 자리에 참석한 게이브리얼과 그의 아내 그레타의 감정의 깊이었는데 과거와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회환이 아닐까 싶다. 오림의 처녀를 들은 그레타가 과거 그 노래를 불러주던 소년을 떠올리고 게이브리얼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시간... 과연 죽은 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인간내면의 깊이를 말하려 했던걸까...
문장의 선율로 수많은 감정과 삶의 이상을 생각하게 했다니 몹시 놀라웠다. 감정을 다 드러내 보이지 않아도 될만큼 아직까지 인간은 완전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오늘을 살아야 하기에 죽음이 아니면 끝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