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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착했나? 작년부터?
<신과 함께> 읽고부터 그랬던 거 아니야?
이봐, 이 만화는 댁들이 생각하는 그런 '만화'가 아니야.
골방에서 10년간 마감에 쫒기던 작가가 한 컷 한 컷...
실은, 다양한 전통문화와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유머 속에 녹여낸 작품이라구 이게.
각종 지옥, 시왕(十王), 저승차사, 강림도령, 사만이, 할락궁이,
지장보살 같은 이야기가 괜히 겁주려고 꾸며낸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지.
그렇다고 이게 심각한 만화로 보여? 안 그렇잖아. 진짜 웃기고 재미 있잖아.
여기 나오는 에피소드, 공감가고 재미나고 눈물나고... 막.. 안그래?
맞아, 2가지 스토리가 동시 진행중이야.
저승에선 49일간 나랑 함께 여행하며 재판 받는 노총각 김자홍씨 이야기,
이승에선 저승차사 3인방과 이들이 추적하는 말년병장 유성연씨 원귀(冤鬼) 이야기.
부제가 <저승편>이라 저승 이야기가 전부일 것 같지만, 이게 다 그쪽이 살아가는
매일의 '이승'이 원인이 되어 그걸로 복도 받고 벌도 받는 스토리라구!
알고보면 '정의란 무엇인가'가 확실히 전달되는 내용이라니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저승차사 3인방, 진짜 '물건'이란건 다들 잘 알거야. (강림도령, 덕춘이, 해원맥이)
얘들 때문에 한번도 컥 가슴 뭉클했던 적이 없다면, 책값 물어줄... 아니, 죽을때 단단히 각오하는게 좋아. (흠)
나, 그쪽이 신경 안써도 되는 그런 사람 아니야.
"그렇다고 이 트레이닝복이 안어울리진 않죠." : 염라국 국선변호사 진기한
잘 보면 G옥 마켓의 '죄가 쏙 비트', 염라대왕이 즐겨찾는 검색엔진 '죽을(Joogle)',
호텔 헬리포니아(Hellifornia), 지옥다방 '헬벅스(HellBucks)' 같은 티나는 간접광고(?) 말고도
깨알같은 풍자와 패러디가 곳곳에 쏙~쏙~ 묻어나와 있다구.
알아. 저승행 열차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열차'랑 좀 비슷하지? (은하철도 999~?)
그렇다고 '일산 대화역' 가서 기둥에 좀 뛰어들지마. 나만 바빠져. (우씨, 또 민원 들어왔네...)
"페이퍼 타올이 요기있네?" (상권 p.74) 라든지
'1986년 평화의 댐 5천원'(하권 p.138), '삼도천 정비사업'(상권 p.119) 같은건 또 어때?
억울한 군생활 사건 사고에 어, 하며 뭔가 떠올린 사람도 제법 있었을걸?
특이한 '녹색 머리'로 유명한 지장보살께서 검은색 헤어스따~일로 등장하신다거나
그림 설명에 지옥 이름 하나쯤 실수한건(상권 p.155) 옥의 티로 봐주자고. (새 판 찍으면 고치겠지?)
어쨌건, 저승이나 이승이나, 아는 만큼 보이는거야.
저기... 상/중/하 책들마다 뒤쪽에 만들어놓은 특별부록 봤어? 그래, 올컬러 특별화보.
인터넷 연재할땐 없었던 "깨알같은 네 컷 만화"도 거기에 실려있어. 교양 돋구는 사진도 많이 있고.
웹툰만 봤다고 더 볼 게 없는 그런 책이 아니라는 소리지.
내가 어디가서 이런 말 잘 안하는 사람인데,
지금 댁이 생각하는 그 상투적이고 진부하고 유치한 '만화'보다
곱절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교양까지 쌓이는 만화라구 요게.
뭐? 그림이 대충 그린 것 같다고? 디테일한 맛이 없다고?
똑바로 그리면 후회할텐데...?
윗몸 일으키기... (쓰읍~)...아니라, 그래서 상상하고 공감할 여지가 더 많은 거라구. ;;
한빙지옥 '업관' 통과할 때 무빙워크 기억나? (상권 p.193)
① 걷거나 뛰지 마세요 ② 전방의 틀 모양대로 자세를 취해주세요. (그 다음... 알지? ㅎㅎ;)
검수지옥에서 죄의 무게를 재던 '업칭'이나 염라대왕 협찬하신 '천산갑'은 또 어떻구.
대충 엉성하게 그린 것 같아도 웃기고 겁나고 재미있고, 눈물까지 제대로 쏙 빼게 해주잖아.
잘 모르고 써왔을 '명복'(저승에서 받는 복)이나 '비수'(날카롭고 칼집받이가 없는 단도)라는 말,
'극락왕생'(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같은 말도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지 않았어?
"49재(齋) 지낸다"는 그런 말이 건성으로 안들리고, 뭔가 알 것 같은 기분도 생길테구. (49'제'가 아니야~)
7 x 7 = 49일간 저승을 여행하며 죽기 전의 언행을 심판 받는 프로세스는
우리 조상들만의 독창적인 발명품이 아니니 혹시라도 우쭐하며 오해하지 말라구.
불교+도교+민간신앙의 영향을 받은 티베트, 동북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49일'이라는 전체 스케줄까지도
동일하게 전해오는 이야기니까. (디테일은 좀 달라). 궁금하면 작가가 공개해놓은 아래 참고서적이나
제목만 겁나 무서운 <티베트 사자의 서> 같은 책을 '이쪽 세계' 여행 가이드로 참고하면 괜찮아. (그러라고 써낸 거야)
옛날 사람들이 '미신을 믿어서 꾸며낸 이야기'라기엔(?) 너무 심오하고 구체적이라 깜짝! 놀라울거야.
▶불교미술의 해학 : 백중과 49재, 지옥에서 피우는 담배맛, 지옥의 옥졸 등을 참고 하라구.
▶우리 신 이야기 : 오방색, 저승신(뭐뭐~ 대왕들 다 나오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 : 저승차사 강림도령의 후덜덜한 과거... ㅎㅎㅎ;
▶이야기 한국신화 : 저승차사가 된 강임의 내력, 저승사자를 대접하여 수명을 연장한 사마장자, 소사만이와 저승사자 등등.. (요 책도 물건이지)
※ 이 리스트에 없는 <우리신화의 수수께끼>도 참 괜찮아.
귀족적인 마스크에 거침없는 기품, 후덜덜한 섹시미!
돈 잘 벌고, 돈 많고, 돈 잘 쓰는 사회지도층 (응?) ....... 껍데기만 번지르한 요런 것보다
오늘도 가까운 사람에게 말 한 마디, 손길 한번 어떠한 '마음'으로 건네며 살아왔는지
그런 걸 알아봐주는 고마운(!) 곳이라고, 저승은.
김자홍씨 재판 속에서 진짜 서민들, 착한 사람들, 손해보며 살았던 사람들 위로 좀 받았을거야..
부모 가슴, 남들 가슴에 잘난 척, 모르는 척 쾅쾅 못이나 박고 다니다가는
5번 척추가 6번 되는 수가 있어...
어떤 벌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받게 될 거야.
발설지옥 재판 중에 나타난 지장보살(우측), 염라대왕의 불편한 표정과 당황한 판관들
저봐 저봐, 사람들은 왜 그래? 귀여운 지 새끼들한테는 안 그러면서,
꼭 남들이랑 있으면 입술에 거짓말 묻히고, 남들 손해 입히면서 모르는 척 하더라?
아잇, 드러. 이리와 봐...
아, 죽어야 올 수 있는 곳이지 여긴. (... 왜 거품 묻히고 눈은 감고 그래?)
나중에 죽어보면 알게 될거야. 아, 내가 저런 분과 함께 저승 여행을...
뭐 그런 생각 하게 될 그런 사람이라고 내가.
응? 그럼 <신과 함께>의 그 '신(神)'이 바로 나님 아니시냐구?
하핫~ 김자홍씨도 그걸 물어보던데(중권 p.123), 내 정체(?)는 '하권'에 나와있으니 그걸 좀 참고하고...
사실, 요 제목은 곰곰히 생각할수록 의미가 깊은 거거든. 그러니 그쪽이 찾으면서 좀 즐겨봐.
저승 시왕들, 가택신들, 죽은 영혼들, 저승이라는 시스템 자체, 그쪽이 믿는 神, 바로 '그쪽' 등등등 (응?)
온갖 것들을 神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강림도령이 부르는 노래 속에도 힌트가 들어있어.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 줄을 몰랐더니 오늘 보니 넋이로세~
신이로세 신이로세~ 신인 줄을 몰랐더니 오늘 보니 신이로세~
- 진도 씻김굿 (하권 p.164)
어쨌거나, 나에 대한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죽기 전'에 한번 정도는 자신을 점검 했어야지.
내가 모르는 착한 일은 없어? 몰래 도와주고 티 안내고 넘어간 적은 없어?
시간이 없었어? 상황이 안됐나?
누가 그쪽한테 못된 짓을 좀 했어도, 좋은 말로 달래든가 차라리 조금 손해를 봐주던가
내가 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란 말이야...
어이, 거기! 덕춘이한테 소리 좀 그만 지르세요.
방금도 막 밀치고 그러시던데,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저한테는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제가, 착한 사람 열렬한 팬이거든요.
"...... 입 닥치시고 어금니 꽉 무세요" : 저승차사 3인방 (해원맥, 이덕춘, 강림도령)
혹시 오해할까봐 말해두는 건데, 나 추천이나 땡스투 받으려고 이러는거 아니야..
(그래서 제가 좀전에 '저기..' 하면서 수줍게 말 꺼내는거 못 느끼셨어요? ;;;)
빙의된 저승 변호사의 윤리란 이런 거야. 일종의 재미.. 아니, 선행..이지. 나 가정교육 이렇게 받았어. ;;
그러니까, 떨려 죽겠어도 "착하게 살아".
엔딩 유출에, 웹툰 링크에, 악성 스포들이 독자들을 못살게 흔들어대는 오후다.
그쪽이 이 리뷰를 볼 때에도 이런 오후일거야.
놀라도 괜찮아. 그러라고 쓰는 거야.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난다며.
어떻게 내 똥꼬에 자꾸 ㅌ을 돋게해, 이 어메이징한 만화야.
"문자왔쑝~ 문자왔쑝~"
어, 또 새로운 영혼이 도착한 모양이야.
이번엔 늦지 않게 마중 잘 나가야지.
오늘도 이승에서 건투를 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