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방송일을 그만둔 분이 모임에서 불쑥 질문을 던졌다.

"요즘 재벌 드라마가 판치는 이유를 아세요?"

......
 
"혹시, 시크릿가든 까는 건가요?"   ㅡ.,ㅡ;   (엥?)

질문 하나로 후~~딱 지나간 어떤 식사의 비망록. 

 

◆ 재벌 or 부자의 역할?

- 세태 반영 : 재벌 3세의 전면적 등장 (한국사회, 무의식적 합리화)

- 재벌1세는 노력(근대화), 2세는 로망(신데렐라), 3세우상화(재능/외모/도덕성 겸비?)

- 필수적인(?) 극적 장치 : 백마 탄 왕자에서→ 조력자 역할까지(마법사/요정할머니)
  극적인 장면/반전을 위한 디폴트. 빈곤한 스토리/억지 전개를 위한 필수 요소.

- 자본 만능주의 : 돈이 마법, 돈으로 문제 해결 (전세기 동원, 특권, 일 처리, 신분 상승 등)

- 현대판 예수 그리스도 : 서민의 구원자, 동경의 대상, 이상적 인간형, 슈퍼 히어로.
  → 현실도피 + 대리만족을 위한 구세주 모델

 

◆ 대리만족?

- 시청자의 대리만족, 작가의 대리만족? : 명품, 집, 차, 여행, 소비, 생활...

- 인생은 한방 : 노력보다 어느날, 우연히, 운명적으로...

- 외모가 최고 : 옥탑방 살아도 옷은 브랜드 명품. 가난해도 어여쁜 천민의 외모.

- 달콤한 연애 : 지루한 일상 생략→ 연애하고 놀러만 다녀도 만사 오케이, 꿈의 세계.

핵심원리 = 동일시. 현실도피.

 

◆ 돈에 의한, 돈을 위한

- 산업사회 최고의 광고판 = TV 드라마

- 부자가 나와줘야 원-스톱 광고 : 옷, 집, 차, 악세사리, 명품, 쇼핑, 여행, 관광지...

- '시청률→광고→시장'의 자본 선순환 구조 : 시청률 확보를 우선으로 볼거리 세팅
  → 광고 판매 상승(간접 + 직접 광고) → 언론/기업 자극
  → 시청율 상승 → 광고 효과 상승 → 기사/수익성 발생
  → 시청률→광고→시장... (네버 엔딩 스토리)
  ∴ 부잣집 + 막장/패륜/불륜이 사라질 까닭 없음 : 그래서 돈 벌어가는 건 누구...?

- 문화 소비? 소비 문화 : 패션, 책, 노래, 여행지, 데이트 코스 등 = '드라마 공식'
  (예) 드라마 뜰때쯤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 = 음원시장 수익원↑

 

◆ 자본주의 '권력'의 학습

- 돈, 외모, 학벌 = 현실의 권력 장치
- 시청율, 광고 = 매스컴의 권력 장치

☞ 드라마를 통해 현실의 권력 + 매스컴의 권력이 만나는 상호작용
  → 시청자의 동일시 통해 '권력 구조'의 무의식적 학습 효과
  → 생활 속 모방 (소비패턴, 패션, 의식주, 사회 권력 구조, 문화적 취향 등)
  → 학습된 패턴 속에서 새로운 모방 모델(소비대상)을 매스미디어에 계속 요구
  → 수요와 공급의 시뮬라시옹... (오토리버스)

- 사회적 권력 세습 : 매스미디어 속 반복 노출을 통해 무의식적 계급 사회 구축.
  재벌/대기업/외국계 기업/부자들의 이미지 미화→ 자발적 동경, 충성↑
  (예) 과거엔 왕/귀족/회장님 → 현대엔 부자/재벌2,3세 = '사회지도층'(?)

- 재벌/부자가 Key를 가지는 세상
 : 광고를 주는 것도 재벌과 부자 + 드라마에 그려지는 거침없는 이미지
  → 저항하며 동경하는 내면화된 권력

- 과거, 정치권력이 3S 제공 (섹스, 스포츠, 스크린) : 대중의 정치적 관심 약화
  → 현재는 ???

 

◆ 기타

- 재벌2세 김탁구
  : 김탁구는 '서민 드라마'라는 은근한 착각
  : 수출을 염두에 둔 네이밍? (김탁구 ← 기무타쿠 = 기무라 타쿠야)

- 드라마 속 직장생활에 현실성이 별로 없는 이유? 방송작가들의 경력은?
  : 방송산업의 구조적 문제? 실경험 부족? 작가의 대리만족? 돈 안되는 대본의 수정/퇴출? ...

- TV 볼 때는 능동적 최면 상태 = 비판적 사고작용 All Stop.
  → 모방에 의한 무의식적 전파(밈) + 나만은 달라/내 컨트롤 나만 가능(주관적 착각) 
  ∴ 저항없이 수용되는 최적의 광고/세뇌 도구

- 서민 드라마의 종말? or 힘있는 스토리의 종말?
  → 스토리 보다 우선되는 '이미지 소비'
    : 탄탄한 줄거리, 개연성 있는 전개보다 대사, 소품, 장소가 대세/주인공
    : 한국적 방송제작 시스템, 쪽대본, 광고/협찬, 작가의 취향, 자본논리...의 합작품
  → 돈 안되는 서민형 드라마의 축소/폐지 vs. 물극즉반, 언젠가 돌아올 서민 드라마?

- 누구를 위한 드라마일까?


  아, 누가 그런걸 생각하고 드라마 봐요?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시크릿가든, 해피엔딩이겠죠?  @.@

  TV 드라마는 옛날에 '신화'가 차지하던......

  아, 닥치고 본방 사수! 얼른 마치고 집에들 가자규~!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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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ow 2011-01-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2011-01-1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번 글 재미있었고 잘 읽었어요. 저도 어제 서울에 독서모임 차 나눈 대화에서도
시크릿가든 이야기가 빠지지가 않더라구요. 드라마 장면에 대해서 결말에 대해 추측도 하구요.
그런데 우리가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 내용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만큼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드라마는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건데 왜 그렇게 생각하면서 보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드라마에서 왜곡된 사회에 대해 마냥 재미있다고 볼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오늘 막방이니만큼 저도 결말은 궁금하네요. 어떻게 될지,,,^^;;

herenow 2011-01-17 17:49   좋아요 0 | URL
서울에 왔다 가셨군요. 많이 추웠죠? ㅎㅎ
저런 질문, 저런 대화 없었더라면 저도 그냥 '신데렐라 이야기'쯤 가볍게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지냈을 겁니다. (무슨 '음모론' 같이 들릴 수도 있잖아요.) ㅋ
웬만해선 '감정'이 '사실'을 앞선다는 게 현실.

귀를기울이면 2011-01-1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에 한번 볼까 말까하는게 드라마인데 마침 시크릿가든이 걸려서 모처럼 직딩들 대화에서 왕따를 면하게 됐죠. 고맙다는.. 이젠 재벌이 나온다는게 특별하지도 않던데... 사실 거대한 복층형 거실 하나쯤 안나오는 드라마 없잖아요? 실생활에서 보는건 아파트나 빌라뿐인 사람에겐 다 재벌같죠. 저의 경우엔 재치있는 대사가 치명적인 것 같더군요. 암튼 실제 재벌2,3세는 맷값 주고 야구방망이로 노동자를 패거나 막대한 회사이익을 빼돌려 상속받는게 일상사니 미화도 이만저만한게 아닌데 일상사를 굳이 드라마로 볼 사람은 없으니까....

herenow 2011-01-17 17:5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시크릿가든 깔려고 시작한 대화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워낙 화제다 보니 다들 시크릿가든을 떠올리며 이야길 하게 되더라구요.
맛깔나는 대사, 김주원의 캐릭터에 푹 빠진 저도 사실은 주원앓이.. ㅋㅋ;

(그런데 저런 얘길 안나눠 봤으면 미처 생각 못 해본 것들이 있다는 게 문제..)


루체오페르 2011-01-17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맞는 말 같고 공감 가는데요.^^;

그런것들 보면서 가끔 생각하고 느끼는게... 실제로 재벌이 된 사람, 재벌2세들 등은
지금 이 순간 이거 안 보고 있겠지? 이전에도,앞으로도...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왠지 움찔 하곤 합니다.^^;

herenow 2011-01-17 18:11   좋아요 0 | URL
'사회지도층(?)'의 생각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어찌 알 수 있겠어요? ^^;

시크릿가든의 경제적 효과가 200억 이상 될꺼라고 하네요.
시가 이야기만 하게 되서 미안하지만, 그 돈의 상당수가 어디로 가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1-17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엔딩이더군요.
전 왠지 3S가 떠올라서 헛웃음을 지었다나 어쨌다나...

herenow 2011-01-17 18:43   좋아요 0 | URL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무언가 기다릴 것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기분 참 묘합니다.

양철나무꾼님이 저 자리에 계셨다면
참신한 발언 더 많이 나왔을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1-01-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멋진 페이퍼예요.
아마, 이런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과
추리 및 판타지 소설에 심취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머리 식히기, 행복감에 빠지기, 잠시 착각하기. ^^

herenow 2011-01-17 18:5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넵, ^^
일년에 소설 몇 권, 드라마 몇 편 보지 않는 편인지라 오랜만의 홀릭이었네요.
"잠시 지금-여기(here-now)를 잊고 다른 세계로 다녀오고 싶을 때" ㅋㅋ

참 이상하죠? 어떤 이는 행복의 비결을 '지금-여기' 라는데,
행복해지려고 많이들 쓰는 방법은 오히려 '지금-여기를 벗어나는' 경향이라니...
6^ ^;

잘잘라 2011-01-1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renow님 드라마 제작하면 대박나시겠음! ㅋㅋㅋ

herenow 2011-01-17 19:16   좋아요 0 | URL
ㅋㅋ 인간극장이나 VJ특공대가 되지 않을까요?
아님, '생초리'?

전 사실, 메리포핀스님 서재에 툭 툭 던져놓는 일상 이야기가
진짜 드라마 같던걸요~ ^o^


2011-01-17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1-01-1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시가 뿐만 아니라 최근의 한국 드라마 전반에 대한 이야기였구요.
말씀하신대로 드라마란 환상을 걷고 보면 시가도 옥의 티랄까, 비현실적인 면이 있었죠.

길라임 아빠 순직 기사가 실린 신문기사 얘기는 아무도 안하는게 이상하네요. (17회분)
"순직한 소방관에게 구출된 인명은 L백화점 후계자로 알려졌다"고 방송화면에 나와 있던데,
현실이라면 L백화점 쪽에서 유족인 길라임에게 금전적 보상을 안해줬을까요?
그럼 김주원이 L백화점 사장이라는 걸 알게되었을 때 아빠 사고랑 바로 연결이 안됐을까요?
또 3층 짜리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추락으로 사고가 났다는데, 사고장면은 수십 층 추락 같죠.

고등학교 졸업 후 평생을 일해 상무가 된 사람보다 해외 유학한 재벌3세 젊은이가
'핏줄' 때문이 아니라 '능력이 뛰어나서' 윗자리에 앉는다고 당연히 못박는 설정. (20회분)
현실에서 과연 그럴까요? ㅎㅎ;;; (시가 좋아라며 봐놓고 왠지 씹는 듯한... ㅠ.ㅠ)

1973년생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네요. 책이 소품인건 나름 기발하고 좋았지만
"내 드라마가 어떤 걸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이걸 보는 동안
카드값 걱정이 안될 정도라면 그걸로 족하겠다" (ㅡ_ㅡ;)
http://www.mydaily.co.kr/news/read.html?newsid=201101171132231110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하지만, 상업적 영향력만 치밀하게 고려하여 대본 속에 넣을 게 아니라
(협찬 때문에 장면마다 무리하게 끼워넣은 화장품, 휴대폰, 캐릭터 등 수많은 '상품' 광고들)
사회 윤리적 영향력도 상식적/발전적인 방향으로 고려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생깁니다.


2011-01-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데렐라 이야기, 재벌, 공주..일색이에요. 팔꿈치로 말고 펜으로 쓴 드라마도 좀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저도 '시가' 재밌게 봤지만요.)

herenow 2011-01-19 15:22   좋아요 0 | URL
예, 고맙습니다. ^ ^
다 아는 뻔한 얘길 올려놓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대중적인 영향력이 엄청난 만큼 제작하는 분들도 책임 좀 느꼈으면 싶네요.

후애(厚愛) 2011-01-21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가 재밌습니다.^^
덕분에 웃고 갑니다~

herenow 2011-01-21 13:1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이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