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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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에 부서지는 햇살이 처음 눈에 들어오고 아버지와의 뱀장어 낚시 이야기에 끌려 읽다보면 어느새 뱀장어가 태어나는 사르가스해 라는 북대서양에 다다릅니다. 사르가스해 -사르가숨으로 뒤덮인 해조류 사이에서 태어나는 '앙귈라 앙귈라'라는 유럽 뱀장어들의 첫번째 모습으로 등장하고, 멕시코 만류에 휩쓸려 유럽해안으로, 이곳에 이르러 첫번째 변태를 하고 실뱀장어가 되어 다시 이제는 개울이나 강을 거슬러 올라가 민물에 적응하며 두번째 변태를 감행하면 황뱀장어로 탈바꿈하여 혼자 살아가는 신비한 물고기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뱀장어의 여정을 따라 가다 만나게 되는 추적자들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뱀장어는 불가사의한 기적처럼 그저 갑자기 생긴다며 물고기와 구분을 했고, 호메로스도 [일리아스] 에서 뱀장어와 물고기들을 별도의 종으로 구분을 합니다. 과연 정말인지 과학자들과 해양학자들의 연구로 인해 밝혀진 것은 여전히 신비로운 존재일 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2000여년의 세월이 지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이르러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프로이트는 의대생이었지만 해양동물학자이며 진화론자인 카를 크라우스 교수에게 철학, 생리학, 동물학을 공부하며 결국 트리에스테의 자연사 박물관의 뱀장어 수컷의 발견 소식에 연구소로 보내지는 어린 학생으로 선발 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실패하고 그 후로 20년이 지나서야 성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수컷 뱀장어가 발견 됩니다. 프로이트는 수컷 뱀장어 발견에는 실패했으나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을 하였고 그의 연구와 노력은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황뱀장어는 15년~30년쯤 민물에서 살다가 바다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변태를 하고 색감은 더 투명해지고 등은 검은색, 측면은 은색으로 바뀌어 은뱀장어가 됩니다. 이때가 되어서야 생식기가 발달하고 지느러미가 길어지며, 눈은 파란색으로, 소화기는 완전히 활동을 정지하여 위는 녹아 사라집니다. 태어났던 바다로 돌아가는 여정은 몸에 축척 된 지방을 태워 이동합니다.

저자인 패트릭 스벤손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뱀장어 낚시 추억속에 신비롭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넣었습니다. 스웨덴의 어느 가난한 일용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 속에 아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주시던 아버지의 지혜와 이야기들이 신비한 물결저럼 마음을 달래줍니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뱀장어의 개체수 만큼이나 우리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추억들도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여기에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누렸던 그 자연을 다음세대에게 온전히 전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소중한 생명들을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자전적 소설인가 싶다가도 인문 철학 책으로 변신하는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죽음그리고세상에서가장신비로운물고기 #패트릭스벤손 #나무의철학 #리뷰어클럽 #서평단 #뱀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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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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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일본의 가정과는 다른 자유스런 가정에서 자란 ‘가나이 사라사‘, 가끔은 저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휴일을 자유롭게 즐기는 부모와 함께 사라사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가족이 있기에 즐거운 9살의 소녀일 뿐입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과 이를 견디지 못한 엄마의 일탈, 그리고 이모집에 떠넘겨진 생활 속에서 사라사는 불안하고 이질적인 생활의 간극에 당황합니다.

낯선 거리, 낯선 학교, 전학 첫날. 파란색과 하얀색이 섞여 아름답다고 느꼈던 하늘색 카터블 책가방은 웃음거리가 되고, 무겁고 딱딱한 빨간색 란셀 가방으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과 친해지려 하교 후 공원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지친 몸으로 이모집에 들어와 밤이면 이층 다락방에 누워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것에 겁을 먹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랍니다.

그때, 하교 후 술래잡기를 하는 그 공원 벤치에 앉아 늘 책을 보는 남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로리타‘라고 수근대는 친구들이 집으로 가면 사라사는 다시 그 공원으로 와 [빨간 머리 앤]을 읽습니다.

비오는 어느날, 사라사는 그 남자가 씌워준 우산을 쓰고 그의 집으로 갑니다. 육아서적에 쓰여진 그대로의 삶을 사는 ‘사에키 후미‘, 열아홉 살에 대학생일 뿐이며 자기만의 방식을 지키는 사람이었으나 점점 사라사의 행동에 동요 되어 조금은 느슨해지고 금기시 되었던 일탈들에 점점 물들어갑니다. 피자나 라면처럼.

초등학교 4학년, 아홉 살 가나이 사라사 양이 행방불명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후미와 만나 두달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동물원에 갔다가 두사람은 발견(?) 되어 사라사는 다시 이모네 집으로, 후미는 소년원으로....9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후미, 이후 시간은 흘러 사라사는 24살의 여자가 되었으나 여전히 로리타 소아성애자에 의해 두달을 강금당한 여자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갑니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진실을 알 수 없는게 당연한데도 가끔 위로라는 말속에 상처를 끄집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들춰내서 상처를 치유하라는 간섭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가십으로 자신과 다른 타인이라는 이유로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은 존재하겠지만 유독 낙인을 찍고 그 사람이 스스로 유랑을 떠돌게 만드는 일본의 사회가 참 잔인하게 다가 옵니다.

그 여자의 이야기, 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유랑의 삶을 살며 기대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왜 서점직원들이 뽑은 2020년의 소설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사랑이 그리 이질적이지 않다는 걸 배우고 갑니다.

#유랑의달 #나기라유 #은행나무 #일본소설 #정수윤_옮김 #2020서점대상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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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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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에 한 번 읽은 소설임에도 기억나는 것은 ‘우주 알‘ 과 같은 반 아이의 괴롭힘에 우발적인 살인을 한 고등학생과 그 일을 소설로 써서 공모전에 낸 남자의 이야기 라는 정도 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작가의 말과 수상소감까지 다시.

인간의 모든 삶은 패턴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이끌고 있고 변화는 그저 단순한 선택일 뿐입니다.

9년이라는 시간을 소년교도소, 일반교도소에서 보내고 사회로 돌아왔을 때 남자에게 ‘우주 알‘은 단순한 패턴에 호감을 느끼고 자신을 받아들이겠는지 묻습니다. 그믐, 그 특별한 시공간연속체가 일방적인 인간의 시간체험을 건너 뛰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하며 잊혀졌던 과거를 실현시키기도 합니다.

남자의 고등학교시절, 여자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아들을 놓치못한 아주머니의 기이한 행동에 때론 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진실을 보지 못하고 오직 자기 생각에 빠진 광신자를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책의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너는 누구였어?‘라는 질문을 보고 아, 여기, 읽었던 기억이 난다...하며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그림들이 존재감을 나타냈습니다.

독특한 세계에 발을 넣은 것 같습니다. 다시 그믐, 그 시간을 이용해 우리 곁 누군가의 패턴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먼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는 통찰의 능력자가 혼돈의 세상에 곧은 길을 안내해 줬습면 좋겠습니다.

그 남자의 유서는 보내지 말았어야 합니다. 진실이 아닌 무엇을 위한 순응인지 ...미래를 알고, 미래를 그길로 가게 하기위한 장치들을 가동시킨 후의 그 남자 또한 패턴에 갖힌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믐또는당신이세계를기억하는방식 #장강명 #장편소설
#문학동네 #문학동네작가상수상작 #SF소설 #우주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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