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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일반적인 일본의 가정과는 다른 자유스런 가정에서 자란 ‘가나이 사라사‘, 가끔은 저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휴일을 자유롭게 즐기는 부모와 함께 사라사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가족이 있기에 즐거운 9살의 소녀일 뿐입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과 이를 견디지 못한 엄마의 일탈, 그리고 이모집에 떠넘겨진 생활 속에서 사라사는 불안하고 이질적인 생활의 간극에 당황합니다.
낯선 거리, 낯선 학교, 전학 첫날. 파란색과 하얀색이 섞여 아름답다고 느꼈던 하늘색 카터블 책가방은 웃음거리가 되고, 무겁고 딱딱한 빨간색 란셀 가방으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과 친해지려 하교 후 공원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지친 몸으로 이모집에 들어와 밤이면 이층 다락방에 누워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것에 겁을 먹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랍니다.
그때, 하교 후 술래잡기를 하는 그 공원 벤치에 앉아 늘 책을 보는 남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로리타‘라고 수근대는 친구들이 집으로 가면 사라사는 다시 그 공원으로 와 [빨간 머리 앤]을 읽습니다.
비오는 어느날, 사라사는 그 남자가 씌워준 우산을 쓰고 그의 집으로 갑니다. 육아서적에 쓰여진 그대로의 삶을 사는 ‘사에키 후미‘, 열아홉 살에 대학생일 뿐이며 자기만의 방식을 지키는 사람이었으나 점점 사라사의 행동에 동요 되어 조금은 느슨해지고 금기시 되었던 일탈들에 점점 물들어갑니다. 피자나 라면처럼.
초등학교 4학년, 아홉 살 가나이 사라사 양이 행방불명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후미와 만나 두달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동물원에 갔다가 두사람은 발견(?) 되어 사라사는 다시 이모네 집으로, 후미는 소년원으로....9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후미, 이후 시간은 흘러 사라사는 24살의 여자가 되었으나 여전히 로리타 소아성애자에 의해 두달을 강금당한 여자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갑니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진실을 알 수 없는게 당연한데도 가끔 위로라는 말속에 상처를 끄집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들춰내서 상처를 치유하라는 간섭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가십으로 자신과 다른 타인이라는 이유로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은 존재하겠지만 유독 낙인을 찍고 그 사람이 스스로 유랑을 떠돌게 만드는 일본의 사회가 참 잔인하게 다가 옵니다.
그 여자의 이야기, 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유랑의 삶을 살며 기대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왜 서점직원들이 뽑은 2020년의 소설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사랑이 그리 이질적이지 않다는 걸 배우고 갑니다.
#유랑의달 #나기라유 #은행나무 #일본소설 #정수윤_옮김 #2020서점대상1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