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길은 이미 오래전에 지워지고 눈앞의 길은 점점 어둑해졌다. 이섭은 그대로 둑길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달빛에도 불구하고 삼태성이 또렸했다. - P103
이 세상 모든 잠든 것들아, 어서 깨어나 나를 보아라.이섭의 간절한 발소리가 새벽 해안을 울렸다. 수문 앞에 모여 있던 학꽁치떼가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졌다. - P37
길게 행렬을 지어 유영하던 학꽁치떼가 갑작스러운 물살에 놀라 일시에 흩어졌다. 햇살을 받은 은빛 등이 보석처럼 사방으로 번졌다. - P21
해의 방향으로 보아 우편배달부가 올 시간이었다. - P11
많은 사람이 죽음에 관해 얘기하는 걸 금기시하거나 두려워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렇지 않았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공인 장의사였던 까닭에 엄마는 장례식장과 영안실에서 자라다시피 했다. 영화 ‘마이 걸‘을 본 사람이라면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거다. 방부처리를 하는 시체 옆에서 숙제하는 것쯤은 엄마에게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