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로 부족함을 이해해 주고 함께 보듬어 주며 살아가는 게 부부로서 잘 사는 길이니까요. - P49
아버지는 지금쯤 어딜 가고 있을까. 죽으면 흙이 되고 먼지가 되어 이 넓은 우주 속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거라 했던 아버지는 우주로 돌아가고 있을까. - P282
걸었다. 해가 지는 감영로를 천천히. 나 혼자. 늦은 밤엔 영화의 거리에서 두 외국인과 마주쳤고 서로 못 본 적하며 지나쳤다.- 10월 18일 시. ‘전라감영‘ 중 일부 - P112
소규모 회사에서까지 신원 조회를 당하고 나니 이 땅 어디에도 서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철저히 봉쇄당한 기분이었다. 오직 몸뚱어리 하나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영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감이 몰려왔다. 아니 몸뚱어리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지를 결박한 채 조금씩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았다. -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