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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모락 - 우리들은 자라서
차홍 지음, 키미앤일이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갑자기 빛이 쏟아지고, 너는 갑자기 크게 울고, 간호사가 도톰한 수건에 ‘우리‘를 돌돌 감아 누군가의 품안에 안겨줬다고 하니, 당연히 너와 나는 ‘쌍둥이‘ 구나 생각하며 차홍 님의 [모락모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엄마와 아빠는 ‘너‘의 이름만 부르고 있었을까요?? 이상하네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책 장을 넘기니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말과 함께 ‘무서운 소리를 내는 기계로 나를 밀어버린다니.‘라니 이게 무슨!
헤어디자이너 차홍님의 소설 [모락모락]의 화자는 아가의 머리카락이었다가 아이의 머리카락이었다가 소녀의 머리카락이었다가 아내의 머리카락이었다가 한 아이의 엄마의 머리카락이었다가 나이든 노년의 투명해진 머리카락이었다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가가운 곳에서 함께한 건 너뿐이네.‘라며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속상했던 모든 일들을 잊는 머리카락의 이야기 입니다.
또한 조금만 달리보면 이렇게 딴세상이 열린다는 걸 오랫만에 깨닫는 책이었습니다. 나와 한몸이면서 나를 별개의 존재로 들여다보고 말해주는 머리카락이라니, 작가님의 직업을 생각하면 아하!를 외치지만 그전까진 정말 누가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몹시 궁금했던 책입니다. 꼬물거리며 이 세상에 태어나, 사춘기 냄새 가득한 고민의 세월을 함께 하고, 이별에 혼자 떠난 여행에도 기꺼이 함께 동행해준 존재이면서 가끔은 바른 말도 하는 친구가 비록 말이 통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항상 내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습니다. 단지 [모락모락]을 읽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소중한 것은 늘 우리 곁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 고마운 분께는 고맙다고, 사랑하는 이에게는 사랑한다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이에게는 그동안 미안했다고 얘기를 하는 것, 그리고 지금도 내일도 함께 늘 곁에 있어 준 머리카락을 향해 니가 있어 참 다행이라고 말해보는 것, 아직은 쑥쓰러워서 남들이 있을 땐 할 수 없으니 혼자 있는 공간-거울이라도 있으면 참 좋은-에서 연습을 합니다. 진짜 행동으로 옮길 용기를 얻고자.
짧고 귀여운 글인데 읽다보면 감동 받아 찔끔거리는 저를 만나게 됩니다. 제 머리카락이었다면 ‘눈에 뭐가 들어갔냐?‘라고 했을 것 같아 울다웃다를 반복합니다. 따스하고 예쁜 한편의 동화같은 소설 [모락모락] 쌀쌀해진 지금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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