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은 어디서든 시인을 만나면, 반가운 눈으로 한번 더 쳐다보았다. 어찌하여 시인이 되었는지 털어놓는다면, 아무리 긴 이야기라도 끝까지 듣겠다는 표정이었다. 함께 울어 줄 준비가 되었다는 표시로, 이 과묵한 화가가 먼저 애송시를 읊기도 했다. - P63
그런데 우리가 겪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 사건은 매우 다릅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류 활동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만 변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잖아요. - P9
혈액형이 인간을 고작 네 가지 종으로 구분하려는 음침한 모략을 꾸미고 있지만, 인간은 정말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다. 다만 우리는 크루아상이나 양파 못지않은 겹과 겹으로 층층이 만들어져 있을 뿐. 하나의 겹과, 그다음의 겹이 다른 모양일 뿐. 절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모든 사람은 첫인상과 다른 면을 꼭 보여주고야 만다. 그 면이 좋든 나쁘든 간에. - P172
1953년 봄, 이중섭은 유강렬, 장윤성과 함께 통영 성림다방에서 3인전을 마쳤다. 그때 온 관람객들이 부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다. - P31
"꽉 잡으라! 떨어디갓어야."남대일은 더 열심히 그리라는 뜻으로 새겨들었다.1950년 12월에 원산에서 내려온 이중섭은 부산에 잠시 머물다가 1951년 정월 서귀포로 건너갔다. 그래 12월 부산으로 되돌아와 범일동 판자촌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종종 통영 나들이를 했다. -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