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대답하는 젠의 손 위로 남자의 피가 걸쭉한 목욕물처럼 흘러넘쳤다.
"어쩔 수 없었어요."
토드는 그제야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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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하이츠의 신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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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슬로하이츠의 신]은 숲에 모인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는 의식을 거행하게 된 ‘지요다 고키‘의 소설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그런 소설가의 연재 소설를 모방하던 다른 작가의 등장과 분명 가짜인데 두번째 작가의 연재 소설이 고키의 연재 소설 내용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사건들이 먼저 연재 되면서 혼란과 호기심, 어리둥절 상태로 두번째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슬로하이츠‘에 모여 살게 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고키의 소설이 불러일으킨 사건이 잠시 잊혀졌지만 2권에서 본격적으로 그 사건의 여파와 슬로하이츠에 모여 살게 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의 연결선들을 발견하며 표지의 의미, 엉성해 보였던 사건 뒤의 이야기, 우연과 사실과 거짓이 혼재 된 인물들의 사연들을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난 한 달을 보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핫한 이슈 중에는 ‘공유 오피스‘가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회사로 구분 되던 기존의 사무실 개념을 파괴하여 공간을 공유하고 거액의 보증금 없이 저렴한 비용과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공간을 활용한 카페 같은 ‘회사‘로 각광을 받던 공유 오피스의 개념에 소설은 비슷한 일을 하는 예술가들을 불러모아 ‘슬로하이츠‘와 그 주인장 각본가 아카바네 다마키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자신의 작품에 감동을 받은 팬으로부터 상속 받았다는 이 3층 짜리 낡은 여관 주택을 개조해서 작가, 각본가, 편집장, 화가, 만화가, 영화감독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모여 산다는 설정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이들의 꿈을 응원하면서 미스터리 추리소설 읽듯 즐거웠습니다. 

소설가 고키는 자신이  쓴 소설을 읽고 죽음을 결심한 이들이 실제로 끔찍한 살인들-죽고 죽이는-을 실행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처음엔 소설이 가진 힘에 감탄하는 듯한 인터뷰를 진행했다가 쏟아지는 비난과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절필을 결심하게 됩니다. 출판 담당을 맡은 구로키는 이슈가 된 사건을 홍보에 이용하며 고키의 소설들이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진출하는 데 촉각을 세우게 되고 모습을 감춘 작가에 대한 호기심은 오히려 고키의 소설을 유명하게 만들고 고키의 삶은 경제적으로는 윤택하지만 결코 행복하진 않았습니다. 고키는 ‘내가 하는 일은 뭘까‘에 매몰 되어 고립 된 삶을 살게 되고, 비난하는 많은 뉴스와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그런 그를 살린 것은 ‘고키의 천사‘로 불리게 된 어느 소녀의 편지 덕분입니다.  고키의 소설을 읽고 죽음을 선택한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은 소설의 다음 이야기를 읽어야해서 죽음을 미루고 살게 되었다는 진심이 담긴 손편지. 고키가 사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 신문사에 전달 된 정체를 모를 소녀 덕분에 고키 역시도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키는 나름의 추리력으로 자신에게 희망의 편지를 쓴 소녀를 찾아내고, 그 소녀의 일상을 관찰하며 어떻게 든 도움을 주려 했지만 소녀가 원치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 남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고키의 천사‘로 위장하여 접근하는 팬을 가장한 인물부터, 고키의 이상 행동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까지 ‘슬로하이츠‘에 모여 살게 되고 재미와 감동, 그리고 약간은 일본식의 해피앤딩이 가미 된 소설 [슬로하이츠의 신]이 완성 됩니다. 10년 후, 그 이후,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절묘한 복선과 이야기 실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역자의 말에 쓰인 ‘꿈을 꾸게 하는 이야기‘라는 표현 그대로 추천사를 쓰고 싶습니다. 이책을 꿈을 꾸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실행은 못하지만 그래도 꿈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슬로하이츠의신2  #츠지무라미즈키 #장편소설 #몽실북스
#이정민_옮김 #슬로하이츠의신  #책추천 #책스타그램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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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글 쓰는 사람이 되었구나. 내 글을 읽던 아이가 자라서 나와 같은 업계의 종사자가 되었구나. 나처럼 이야기를 만드는구나.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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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문학, 사람을 죽이는 작가, 지요다 고키.
현기증이 났다.
"저는."
눈을 뜨고 사서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저는 이 책을 쓴 사람입니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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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척, 쿨한 척하고 싶다는 사고방식은 그 모습을 보는 누군가의 시선없이는 성립하지 않아.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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