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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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가 새삼 바라보고 있자니, 여자는 고다쓰 탁자 위에서 손가락을 꼽고 있었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생략)...
˝아무튼 백구십구 일째예요. 꼭 백구십구 일째예요.˝ (37쪽)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소설 [설국]은 그 첫문장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7쪽)-으로 많은 이들의 친송을 받습니다. [설국]의 구체적인 무대인 니가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 온천에 작가는 직접 머물며 작품을 집필 했기에 문장들 마다 눈에 보이는 듯한 설경이, 그 마을의 축제가 고스란히 그려지듯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읽는 이책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기약을 하며 떠났다가 어느날 다시 온 시마무라에게 떠났던 날로부터 정확히 ‘백구십구 일째‘라고 말하는 고마코 입니다. 온천이 있는 여관과 마을 축제 등에 불려다니는 게이샤 고마코와 시마무라가 처음 이 고장에 한량처럼 유랑을 왔을 때 기차에서 처음 만난 요코에 대한 기억과 같은 마을에 머물며 스치듯 지나가는 요코에 대한 마음 등이 눈처럼 쌓이고 또 눈처럼 녹아내립니다.

[설국]을 읽는 내내, 시마무라의 속마음을 읽는 내내 지금의 세상에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라고 소리치지만 그시절의 일본에서는 부인과 자식이 있는 시마무라 같은 사람들이 홀로 여행을 하며 밤이면 게이샤를 부르고 춤과 음악과 노래를 듣고 즐기는 것에 이어 육체적인 관계까지 아무 거리낌없이 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여관으로 온 단체손님들과도, 마을의 축제의 장에서도 술을 마시고, 자신의 재능을 팔고는 술에 취해 시마무라의 방으로 찾아오는 고마코, 고마코의 술주정을 바라보고 때론 애처롭게 여기는 시마무라, 요코를 향한 눈빛을 이미 눈치 챈 고마코의 행동들, 비극이라 부르기엔 덤덤한 여행의 마지막 모습이 책속에 나오는 ‘모든 게 헛수고‘라는 문장과 일치합니다.

그럼에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에서 눈이 내리는 설산을 보고, 다다미방을 찍는 고마코의 비녀가 만들어낸 자국들을 상상합니다. 아름다워서 설경 속에 박제 된 삶처럼 느껴지는 [설국]으로의 여행 한번쯤은 꼭 해보시라 추천합니다. 여행자의 잠시간의 머뭄에 인연의 끈을 묶어버린 어느 여인의 사연도 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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