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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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고원을 달려온 바람이 에스탄시아(대목장) 변방의 작은 오두막을 덮쳤다. 지붕의 함석이 종잇장처럼 부풀고 돌쩌귀 틀어진 덧창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노인은 눈을 떴다.(10쪽)

최근에 읽은 마윤제 작가님의 [8월의 태양]은 동해안의 항구 도시가 배경이었다면 새로운 책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의 전설인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를 열두 살 때부터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찾아다닌 네레오 코르소라는 가우초의 이야기 입니다. 네레오 노인이 ‘웨나‘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쫓아다니는 모습이 소설 [모비 딕]을 연상케 합니다.

고원에 불어오는 바람을 당연시 하는 것이 아닌 인위적인 존재에 의한 통제 가능한 자연현상이라는 믿음은 1940년 9월 29일, 대서양 연안의 한 선술집에 여덟 살짜리 사내 아이가 아버지의 손에 의해 목장주에게 아이들을 조달하는 늙은 가우초가 들려 준 이야기에서 비롯 되었습니다. 소년 네레오의 아버지는 세상이 어려울 때 고향인 칠로에 섬을 떠나 가우초 생활을 청산하고 부둣가에서 일을 하다 볼셰비키 혁명에 경도 된 무정부주의 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불만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술과 도박에 빠지며 평범할 수 있던 가정은 와해 되고 결국 하나 남은 아들을 남에게 파는 지경에 다다릅니다. 소년은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고 가우초들의 칼 파콘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으며 소년을 키우고 가르치던 가우초 노인이 죽자 ‘웨나‘를 찾는 여행을 떠납니다. 에스탄시아, 리오네그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라리오하를 거쳐 투루만으로 올라가는 길을 걷고 볼리비아 국경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에 머무는 동안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았습니다.

네레오가 보류 하고 있던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를 찾는 여정은 어느날 처음 이 항구 도시에 들어왔던 때처럼 낡은 배낭을 둘러 메고 아내와 아들 곁을 떠나며 다시 시작됩니다. 인류최초의 달착륙선 아폴로11호가 우주인들을 달에 보냈고 그들은 인류가 도달하지 못했던 달에 영원히 남는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네레오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의 존재를 믿고 찾아다닙니다. 남미의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 섬의 야흐간 족 전사 오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혹시 ‘웨나‘인지 확인하려다 드디어 목상의 인디오 오칸의 전설에서 ‘웨나‘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웨이나 wejna‘는 야흐간 말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까지 전설로만 존재하던 ‘웨나‘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웨나‘는 평소 가우초로 모습을 숨기고 우리들 곁에 있다가 바람을 만들어야 하는 때가 되면 잠시 사라진다는 말에 노인이 된 네레오는 고원의 가우초로 되돌아 옵니다.

양들을 돌보는 가우초, 양들을 가장 위협하는 동물 퓨마를 사냥하는 가우초의 삶을 살며 ‘웨나‘와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전설로, 신으로 불리우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파타고니아 고원에 흩어져 있는 목장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소식을 전하는 ‘파타코니아 뉴스‘의 진행자 카를로스의 목소리를 친구 삼고, 가우초들이 사냥한 퓨마가죽을 사서 비싼 값에 파는 만물상 발터의 가끔의 방문으로 방송에 실리지 않은 소문들을 접하며 사는 네레오 노인이 인생의 말년에 과연 바람을 만드는 사람을 찾아내 만났을지, 모든 것이 전설이었는지 직접 확인하시길 추천합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진실과 전설을 품은 서사가 어울어진 이야기 속에 삶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게 만드는 마윤제 작가님의 별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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