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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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교훈 가득한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이솝 우화' 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솝 우화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재미있는 동화가 아니다. 헬라어 이름으로는 '아이소포스'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작가인 '이솝', 그가 지은 이솝 우화라는 비수가 겨냥하는 것은 아이들의 동심이 아닌 세상 때가 적당히 묻은 인간 군상의 굳을 대로 굳은 심장이다. 좋은 인문고전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선보인 <이솝 우화 전집>은 총 358편의 짤막한 우화가 한 권으로 잘 편집된 책이다. 짧은 단편의 이야기들이 내뿜는 포스는 결코 우화 같지 않다. "유후! 이 책 되게 웃기고 재미있네!"라고 기쁨의 탄성을 연호하며 책장을 넘기지만 이윽고 표정이 진지해지는 나의 모습을 느낀다.

책의 등장인물은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인간 외의 존재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말 못 하는 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한편이 던지는 메시지는 마냥 즐겁게 웃을 수만 있는 내용이 아니다. 매 페이지는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와 익살, 해학의 장이다. 직설적으로 인간들의 허망한 욕심과 탐욕에 대해 날카롭게 경고하기도 하며 때로는 우회적으로 돌려서 뒤통수를 때리는 비유 문학의 기지를 발휘하는 저작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는 삶의 지혜를 배우고, 참된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며 더불어 인생의 단맛 쓴맛을 간접 체험하기도 한다. 사형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탐독했다는 책! 깊은 진국과 같은 단편의 이야기들이 가진 매력은 사형을 앞둔 사람마저도 죽음의 공포를 잊고 탐독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무슨 더 할 말이 있겠는가?

 

 

 

특별히 책을 읽다가 발견하는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솝 우화의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미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동화로 각색되어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쥐와 시골쥐, 북풍과 해, 여우와 포도송이, 금도끼 은도끼, 나그네들과 곰, 양치기 소년 등등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어린 시절 동화책 속에서 접했던 단순하고 재미있었던 이야기들이 사실 이솝 우화가 원작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반가움은 책이 주는 보너스다.

개인적으로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프로메테우스와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신의 지시에 따라서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들었다. 그런데 제우스는 동물의 수가 너무 많으니 동물 중 일부를 사람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동물 수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람으로 지음 받지 않았던 것들은 사람의 모양에 동물의 영혼을 갖게 되었다." 두 단락으로 끝나는 이 짤막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 그 자체가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사람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판을 치는 작금의 세상을 바라볼 때 이 우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야말로 시대적 적실성을 갖는다.

짐승의 영혼을 가진 인간들에 대한 풍자를 통해 저자인 이솝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즉 인간답게 살라는 것! 재미와 흥미로운 기대감을 갖고 집어 든 책 한 권을 끝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 돈 앞에서 인간의 생명이 슈팅 게임의 표적 정도로 전락되어버린 이 야만과 광기의 시대 속에서 전해 듣는 이솝의 메시지는 예사롭지 않다. 듣고 싶지 않기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끔 만드는 단편 우화들이 가진 그 서늘함이 마치 잘 갈린 푸르스름한 과도의 그것과 같다. 애초에 이솝 우화가 염두에 둔 독자는 아이들이 아니기에 이야기가 가진 껄끄러움은 바르게 살아가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불편함 그 자체다.

그런데 덧붙여 재미있는 사실은 저자인 이솝이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의 외교 사절로 델포이로 파견되었다가 그곳에서 본서의 네 번째 이야기인 <독수리와 쇠똥구리>이야기를 하다가 델포이 사람들을 격노케 함으로서 낭떠러지에서 던져져 죽임을 당했다는 이솝의 최후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약점과 과오가 지적받고 들추임 당하는 것에 대해 진저리 나게 싫어한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팩트임을 보여주며 동시에 인간 본성의 민낯을 정확히 꼬집은 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본서는 진리와 진실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오로지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것만을 취사선택하여 듣고 행하고자 원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끝이 없는 탐욕, 도를 넘어선 오만함에 대하여 시대를 초월한 혜안과 통찰력을 선보인 저자 이솝의 천재성을 엿보게 되는 저작이 아닐 수 없다. 깊어가는 가을... 2500여년 전 당대의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던 이야기책 한 권을 통해 인생의 지혜와 교훈,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발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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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물 백과 -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류싱 지음, 이지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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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세계적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로고를 두고 침 튀어가며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로고의 여인이 여신이다! 요정이다! 등의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사실은 '사이렌'이라고 불리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일종의 괴물이었다. 이렇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있어서 하나의 문화적 콘텐츠로서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것 중 하나가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습의 괴물과 괴생명체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것을 상업적으로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 바로 현대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 밤마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들었던 다양한 전설 속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도깨비, 구미호, 달걀귀신, 홍콩할매와 같은 존재들을 통해 우리는 이미 괴물에 대해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 친숙함(?)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만난 <세계 괴물 백과>라는 책은 내게 있어서 생소함보다는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 저작 중 한 권이었다.

 

이 책은 동서양을 통틀어 민간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들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다. 고대 근동과 이집트, 그리스와 유럽 신화, 개신교 성경 속에 등장하는 종교 전설까지 110여 종의 전 세계 다양한 괴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워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등장하는 괴물들 가운데 우리에게 그 이름이 매우 익숙한 페가수스, 켄타우로스, 스핑크스, 사이렌, 유니콘, 늑대 인간에 얽힌 이야기들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개신교 신자로서 구약 성경 욥기서를 통해 읽었던 레비아탄, 베헤못 그리고 이사야서에 등장하는 스랍, 창세기에 등장하는 거룹(그룹)과 인신 제사의 악독함을 보여주는 몰록까지 역사적 고증을 통해 서술되는이야기들은 사뭇 흥미롭다.

 

저자는 이 책이 괴물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인간의 관념과 인식까지 그대로 비춰 보여주는 거울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동서양에 걸쳐서 존재하는 공통된 관념은 모두 동일한 시기에 대동소이한 신화와 전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바로 그 시대 사람들이 동시대와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투영시킨 일종의 메타포다. 그렇기에 어떠한 괴물이 출현했던 특정한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대가 가진 고유의 사회적 메시지를 그 괴물체에 투사시켰다. 이렇게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지한 괴물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우리는 시대를 읽는 혜안과 더불어 지금의 시대를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해석 도구를 얻게 된다.

 

 

재미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상상 속 존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의 원형이 가진 진의를 파악하도록 독려하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로움과 동시에 교훈적이다. 특별히 나는 제5장 동방 여러 민족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머리가 없는 종족인 '블레미에스', 식인 종족인 '안드로파기', 외발 종족인 '스키아푸스', 코 없는 사람이며 거대한 아랫입술을 가진 '에이맥티래' 와 같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만든 내용이었다. 사실 이들은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외형적인 모습이나 삶의 방식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평가는 거의 대부분이 유럽을 포함한 서양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즉, 문명사회를 이루며 주류 세계라 일컬어졌던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이들은 괴물이고, 비정상이며 이방인이다. 그러나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정상이고 유럽인들이 괴물이 아니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관점의 차이다. 도대체 누가 괴물이며 누가 정상적인 인간인지에 관한 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와 기준은 어떻게 설정된 것인가 말이다! 마치 조너선 스위프트의 대표작 <걸리버 여행기> 제4부 후이늠국 이야기 편에서 고매한 존재인 말(馬)이야말로 지극히 정상이며 반대로 미개한 존재로 묘사되는 야후(인간)야말로 괴물적 존재로서 비정상적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사실 그 기준은 당시의 사회와 시대를 이끄는 주류 세력에 의한 제한적 해석일 따름이다.

 

마 전 뉴스를 통해 올 12월에 괴물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사회적 이슈로서 떠오른 적이 있다. 여아를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간 후 복역을 끝내고 출소할 범죄자를 사회는 괴물로서 묘사했다. 그렇다! 다리가 하나 없고 아랫입술이 비정상적으로 커서 머리를 덮을 수도 있으며 머리가 없어서 얼굴이 가슴에 붙어있는 기형적 모습을 한 사람들만이 괴물일까?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격을 포기한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괴물이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었으나 내면은 괴물인 존재들이 넘쳐나는 사회를 바라보며 읽게 된 <세계 괴물 백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저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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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 - 안심하고 떠나는 전국 드라이브 여행 40, 2020년 전면 개정판 주말여행 코스북
유연태 외 지음 / 길벗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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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의 시간이 벌써 9개월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제한된 일상 속에 갇혀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지루함 속에 보내고 있기에 더더욱 바깥세상에 대한 동경은 커져만 간다. 최근에 이렇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주는 여행 가이드북 한 권이 출간되었다. 길벗 출판사에서 나온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이 그것이다. 길벗에서 나온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이라는 책을 통해서 잘 만들어진 여행 가이드북의 퀄리티를 느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주말여행 코스북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이 책이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간 속에서 여행을 동경하는 노마드족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책의 메인 테마가 '자동차 여행'이라는 점이다. 언택트 시대에 요구되는 매우 적절한 여행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의 또 다른 낭만은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해 잊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사실이다. 이렇듯 이 책은 진정한 힐링과 휴식은 바로 '자동차 여행'임을 강조하며 탄생했다.

책의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지역별 자동차 여행코스로 북한을 뺀 한반도 곳곳의 숨은 핫스팟을 꼼꼼히 수록했다. 더불어 4계절에 어울리는 계절별 자동차 여행코스와 연인들을 위한 낭만 로드, 액티비티 익사이팅 로드, 역사 체험 로드, 먹거리가 즐거운 식도락 로드까지 목적별 자동차 여행코스로 나눠서 소개한다. 그렇기에 모든 여행지를 지역과 계절, 목적별로 묶고 분류하였기에 여행자가 생각하는 여행의 테마를 구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이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내용이 매우 알차고 디테일하다는 점이다. 다섯 명의 여행 전문가들이 책의 저자로서 각 여행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꼼꼼하고 빠짐없이 수록했기에 여행자들은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마 이렇게 방대한 분량으로 편집된 여행 가이드북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책의 완성도가 높다는 증거다.

 

 

책의 특징을 좀 더 살펴보자! 사진에 나와있는 것은 강릉 주문진~정동진 해안 길 맵이다. 우선 주문진~정동진 해안 길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드라이브 포인트와 위치, 소요시간, 길이, 가기 좋은 계절, 먹거리와 특산물, 지역 축제, 가능 방법까지 너무나 디테일하고 친절하다. 저자들이 직접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추천 드라이브 코스가 제시되어 있기에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선택의 고민을 덜어 주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진에서 보듯 해당 지역의 맵을 통해서 이동 동선과 순서를 정확히 표기해놓았기에 시각적으로 매우 구체적이다. 어디를 들르고 어디를 찍고,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관한 모든 정보가 종합적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고민이 필요 없다.

맵에 표기된 추천 핫스팟에 대한 설명은 그 지역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한 정보다. 더불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가장 중요한 지역 맛집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넋을 잃고 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추천 볼거리와 추천 숙소까지 자세하게 기록한(심지어 숙박 비용까지) 이렇게 친절한 가이드북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한 깨알 정보들이 무려 520여 페이지에 걸쳐서 빼곡하다. 여행지와 먹거리의 화려한 사진들을 보는 것만 해도 벌써 여행의 절반은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장감 있는 여행 가이드북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보너스 부록으로 책의 뒤 포켓에는 전국 휴게소 맛집 일러스트 지도가 동봉되어 있다. 지도를 펼치고 다시 한번 길벗 출판사가 왜 여행 가이드북 출판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방콕(?) 행을 택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의 조정은 희소식이었으리라. 우리에게는 당연히 방역 수칙은 철저하게 지키면서 자동차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도구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방콕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를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이 바로 길벗 출판사에서 나온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 또한 최근에 2박 3일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쉽게도 나는 책이 제시한 제주도 여행코스를 시연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는 없었지만 일상으로부터의 탈피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 그리고 <자동차 주말여행 코스북>과 같은 양질의 여행 가이드북은 우리의 여행을 더욱더 알차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 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한 손에는 마스크를 한 손에는 본서를 들고 어서 빨리 자동차 시동을 켜보시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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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이발소 5 - 웃음 가득 브레드의 일상 브레드이발소 5
(주)몬스터스튜디오 원작, 임광천 구성 / 형설아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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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이발소 필름북 중 최근에 출간된 다섯 번째 책을 펼친다. 수록된 에피소드 전부 TV에서 놓쳤던 이야기들이기에 더 집중하고 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브레드의 연애 스토리가 펼쳐지는 '브레드의 데이트' 이야기도 재미있고, 베이커리 타운의 빌런 감자칩이 관광객들인 초밥들을 등쳐먹으려고 시도한 이야기도 웃기다. 그러나 매권마다 공통적으로 적어도 하나의 이야기는 상당히 교훈적이다.

다섯 번째 책에서도 브레드 이발소의 작가는 '브레드의 생일파티' 에피소드를 통해 따뜻함과 재미를 적절히 믹스하여 한편의 웃음 섞인 감동의 교훈을 선사한다. 브레드의 생일이 돌아왔다. 그의 충실하면서도 마음씨 착한 조수 윌크는 브레드 사장님의 평소 성품으로 볼 때 생일을 챙겨 줄 친구하나 없을 것으로 여기고 자신만이라도 브레드의 생일을 정성껏 준비해서 축하해 주리라 다짐한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는 윌크는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브레드 사장님의 생일 선물로 준비한다. 그것은 윌크 본인의 생일 때 먹으려고 아껴둔 초코과자(초코파이)와 매장 앞에서 밤새 줄 서서 받은 도넛 레인저 레드 한정판 피규어다. 너무나 소중한 자신의 물건들을 브레드 사장님께 드리기로 결정한 윌크의 마음은 오직 혼자 쓸쓸히 생일을 맞이할 사장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은 착하고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윽고 초코와 함께 브레드의 집을 찾은 윌크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사장님의 집은 으리으리한 저택이었으며 어디서 몰려왔는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브레드 이발사의 집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베이커리 타운에서 브레드를 애정 하는 그의 팬들이 브레드의 생일을 맞아 수많은 선물들을 가지고 찾아온 행렬이었다. 

 

 

사장님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러 온 윌크와 초코를 무덤덤하게 대한다. 사장님이 매우 쓸쓸하고 외롭게 생일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찾아온 윌크는 자신의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 화려하게 생일을 보내고 있는 브레드의 모습을 보며 힘 없이 발길을 돌린다. 이후 값비싸고 화려한 선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저택의 거실에서 브레드는 대부분의 값비싼 선물들이 전부 시시하게만 여겨진다. 또한 베이커리 타운의 여왕이 보낸 산해진미 진수성찬도 맛이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주 초라한 종이 상자를 발견하고서는 상자 안에 든 도넛 레인저 레드 피규어를 보며 "누가 이 귀한 걸 선물한 거야?!"라고 환호한다. 아울러 한쪽 켠에 놓인 초코과자를 맛 보고서는 어린 시절 자주 먹던 초코과자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해한다.

비싼 선물들과 화려한 음식들이 아닌 초라한 상자에 담겨있던 도넛 레인저 피규어와 초코과자 한 봉지가 브레드로 하여금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생일이야!"라고 외치게 만들었다. 물론 그는 그것들을 누가 놓고 갔는지 모른다. 윌크 또한 자신의 작은 선물이 사장님을 행복하게 해드렸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심은 통하는 법!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진심과 진정 어린 사랑은 어떻게든 전해지는 것 같다. 단지 우리가 진심과 진정성이 상실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그것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이렇게 요 며칠 브레드 이발소 필름북을 통해 아이와 함께 행복한 독서의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책장에는 필름북 다섯 권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현재 다섯 권이 출간되었지만 TV 애니메이션이 계속 이어지는 한 6, 7, 8권으로 후속작들이 기획되고 출간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된다. 좋은 만화 한편이 아이들의 여린 심성을 더욱 아름답고 건강하게 다듬고 성장하게 도울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브레드 이발소와 같은 애니메이션은 단연코 추천해 줄 만한 책 중 하나다. 또한 재미와 함께 적절한 교훈을 선사해 주기에 아이들과 함께 읽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만한 애니메이션으로도 적절하다. 필름북은 덮지만 TV 속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로 만나게 될 브레드 이발소 빵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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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이발소 4 - 개성만점 베이커리타운 브레드이발소 4
(주)몬스터스튜디오 원작, 임광천 구성 / 형설아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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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 필름북 세트를 읽으며 발견하는 것은 요절복통 폭소 코드가 매회 수록된 에피소드 속에 잘 녹아져 있다는 것과 동시에 작은 감동과 교훈을 선사하는 스토리가 가진 순기능이다. 그런데 오늘 네 번째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서 자리에 앉은 순간 브레드 이발소 필름북이 독자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유익은 바로 일상의 소중함과 의미에 대한 환기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거나 등교한 후 일하고 공부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퇴근과 하교 후 잠시 저녁 시간을 보낸 후 곤한 몸을 잠자리에 누이는 이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매일의 삶 속에서 현대인들에게 다가오는 일상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브레드 이발소 4권에서는 이 일상 속에 숨겨진 작은 행복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브레드 이발소의 캐셔로서 시크한 차도녀의 이미지로 알려진 초코의 모습은 항상 무표정함이다. 어느 날 무딘 감정의 소유자로 느껴지기도 하는 그녀를 웃게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베이커리 타운 빵들에게 내려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행복한 중소기업 보조금 '을 받고 싶어 하는 이발사 브레드가 직원인 초코의 웃음기 없는 표정 덕분에 매번 자신의 이발소가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초코를 웃게 만드는 빵에게 상금 7천 원을 주겠다고 이벤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빵들이 초코를 웃게 만들겠다는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지만 초코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수많은 도전자들의 재치와 우스꽝스러운 동작에는 조금의 요동도 없던 초코가 자신의 물건을 갖고 방문한 택배 기사에게 택배 물건을 건네받고는 미소 지었던 것이다. 결국 '초코를 웃겨라 대회'의 우승은 얼떨결에 택배 기사가 차지하게 된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홍차의 달인'이다. 어느 날 브레드가 자신의 조수 윌크에게 홍차 한 잔을 부탁했는데 차에 대해 문외한인 윌크는 차가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 뭐가 다르겠냐는 생각으로 녹차를 가져다준다. 녹차를 맛본 브레드는 윌크에게 홍차와 녹차도 구분 못한다고 면박을 주게 되고, 윌크는 이번 기회에 차를 맛있게 끓이는 전문가가 되어서 사장님께 인정받겠다는 결심하에 차의 대가로 알려진 찐빵 도사를 찾아간다. 그의 밑에서 제자로서 수련을 한 후 유통기한이 지난 차 세트를 비싼 돈을 주고 찐빵 도사에게 사기당하듯 사가지고 하산한 윌크는 홍차를 끓여서 사장님께 드리려고 하다가 자신이 끓인 차의 맛을 보고 실망하며 울게 된다. 그때 윌크가 흘린 눈물과 콧물 방울이 홍차 잔에 떨어지게 되는데 마침 브레드가 그 홍차를 마시고서는 환희와 감격에 빠진다. 이후 브레드는 윌크를 차의 대가로 인정하며 앞으로 자신의 홍차를 끓여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윌크는 브레드의 홍차 잔에 약간의 침을 뱉어서 가져다드리는데 이게 바로 '로얄 윌크티'가 된다.

수많은 흥미로운 일이나 재미있는 이벤트도 초코를 웃게 할 수 없었지만 초코를 웃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택배로 배달되어 온 자신의 새 핸드백이었다. 참된 행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온다. 자신에게 좋고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매우 소소한 일상의 요소 하나가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든다. 5만 원짜리 뷔페 레스토랑의 음식보다 동네 떡볶이 맛집에서 먹는 매콤 달콤한 쌀떡볶이와 김말이 튀김 하나에 더 행복할 수 있음을 보며 일상의 행복은 정말 작은 것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초코처럼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뉴노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맛보고 있다. 감정적 피로도는 쌓여만 가고, 일상의 행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님을 '초코를 웃겨라' 에피소드를 통해 배우게 된다.

또한 윌크에게 녹차와 홍차도 구분 못하냐고 면박을 주었던 브레드가 정작 유통기한이 지난 데다가 윌크의 눈물과 콧물까지 빠진 차를 맛보고 런던 템스강에 떨어지는 빗소리 같은 천국의 맛이라는 회화적 극찬을 하는 모습이 마치 원효대사가 밤중에 잠을 자다 갈증을 느끼던 차 해골바가지에 든 물을 맛있게 마셨던 일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즉 마음가짐이 우리의 감정과 기분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브레드 이발소 필름북 네 번째 책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행복은 소소한 우리네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며 우리의 마음가짐 하나가 우리의 일상을 행복하게 바꾸어 갈 수 있다는 교훈을 선사해는 것 같다. 작은 교훈적 이야기 속에 적절한 웃음 코드를 버무린 애니메이션 한편으로 오늘도 우리의 책 읽는 시간은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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