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괴물 백과 - 신화와 전설 속 110가지 괴물 이야기
류싱 지음, 이지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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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세계적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로고를 두고 침 튀어가며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로고의 여인이 여신이다! 요정이다! 등의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사실은 '사이렌'이라고 불리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일종의 괴물이었다. 이렇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있어서 하나의 문화적 콘텐츠로서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것 중 하나가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습의 괴물과 괴생명체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것을 상업적으로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 바로 현대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 밤마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들었던 다양한 전설 속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도깨비, 구미호, 달걀귀신, 홍콩할매와 같은 존재들을 통해 우리는 이미 괴물에 대해 정서적으로 어느 정도 친숙함(?)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만난 <세계 괴물 백과>라는 책은 내게 있어서 생소함보다는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 저작 중 한 권이었다.

 

이 책은 동서양을 통틀어 민간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들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다. 고대 근동과 이집트, 그리스와 유럽 신화, 개신교 성경 속에 등장하는 종교 전설까지 110여 종의 전 세계 다양한 괴생명체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워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등장하는 괴물들 가운데 우리에게 그 이름이 매우 익숙한 페가수스, 켄타우로스, 스핑크스, 사이렌, 유니콘, 늑대 인간에 얽힌 이야기들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개신교 신자로서 구약 성경 욥기서를 통해 읽었던 레비아탄, 베헤못 그리고 이사야서에 등장하는 스랍, 창세기에 등장하는 거룹(그룹)과 인신 제사의 악독함을 보여주는 몰록까지 역사적 고증을 통해 서술되는이야기들은 사뭇 흥미롭다.

 

저자는 이 책이 괴물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인간의 관념과 인식까지 그대로 비춰 보여주는 거울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동서양에 걸쳐서 존재하는 공통된 관념은 모두 동일한 시기에 대동소이한 신화와 전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바로 그 시대 사람들이 동시대와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투영시킨 일종의 메타포다. 그렇기에 어떠한 괴물이 출현했던 특정한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대가 가진 고유의 사회적 메시지를 그 괴물체에 투사시켰다. 이렇게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지한 괴물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우리는 시대를 읽는 혜안과 더불어 지금의 시대를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해석 도구를 얻게 된다.

 

 

재미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상상 속 존재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의 원형이 가진 진의를 파악하도록 독려하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로움과 동시에 교훈적이다. 특별히 나는 제5장 동방 여러 민족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머리가 없는 종족인 '블레미에스', 식인 종족인 '안드로파기', 외발 종족인 '스키아푸스', 코 없는 사람이며 거대한 아랫입술을 가진 '에이맥티래' 와 같은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만든 내용이었다. 사실 이들은 괴물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외형적인 모습이나 삶의 방식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평가는 거의 대부분이 유럽을 포함한 서양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즉, 문명사회를 이루며 주류 세계라 일컬어졌던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이들은 괴물이고, 비정상이며 이방인이다. 그러나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정상이고 유럽인들이 괴물이 아니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관점의 차이다. 도대체 누가 괴물이며 누가 정상적인 인간인지에 관한 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와 기준은 어떻게 설정된 것인가 말이다! 마치 조너선 스위프트의 대표작 <걸리버 여행기> 제4부 후이늠국 이야기 편에서 고매한 존재인 말(馬)이야말로 지극히 정상이며 반대로 미개한 존재로 묘사되는 야후(인간)야말로 괴물적 존재로서 비정상적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사실 그 기준은 당시의 사회와 시대를 이끄는 주류 세력에 의한 제한적 해석일 따름이다.

 

마 전 뉴스를 통해 올 12월에 괴물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사회적 이슈로서 떠오른 적이 있다. 여아를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간 후 복역을 끝내고 출소할 범죄자를 사회는 괴물로서 묘사했다. 그렇다! 다리가 하나 없고 아랫입술이 비정상적으로 커서 머리를 덮을 수도 있으며 머리가 없어서 얼굴이 가슴에 붙어있는 기형적 모습을 한 사람들만이 괴물일까?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격을 포기한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괴물이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었으나 내면은 괴물인 존재들이 넘쳐나는 사회를 바라보며 읽게 된 <세계 괴물 백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저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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