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마 과학! 5 - 정신이 태양계에 정신 놓다 놓지 마 과학! 5
신태훈.나승훈 글.그림, 류진숙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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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TV가 있던 시절 우리 집 1호가 매번 낄낄대며 보는 만화가 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길래 그런가 궁금해서 함께 봤는데 진짜 재미있었다! 조회 수 28억 뷰를 넘어서는 초인기 웹툰으로 시작된 애니메이션 '놓지 마 정신줄'. 별 다른 것은 없다. '정신이'라는 주인공 대학생과 그의 가족이 펼치는 일상 웹툰이다. 그런데 이 만화가 왜 이리 큰 인기일까? 이유는 웃음의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찔러 넣는 작가의 기발함이다.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는 애니메이션은 보통 책으로 출간되는 정석적인 수순을 밟는다. 놓지 마 정신줄도 <놓지 마 과학!>이라는 컨셉을 갖고 어린이 독자들과 만났다. 일종의 과학 학습 만화다.

책은 초등학교 3~6학년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교과 연계를 고려하며 만들어졌다. 초등학생이 배우는 과학의 내용들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생활 속에서 만나며 의문을 품게 되는 다양한 과학적 지식들을 보다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학습 만화로 기획되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로 소위 초등학생들에게 핫하다는 놓지 마 정신줄 캐릭터들을 소환했다.

이번에 만나 본 5권의 부제는 '정신이 태양계에 정신 놓다'이다. 주인공 대학생 '정신이'가 그의 요절복통 친구들과 함께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를 여행하며 우주에 관한 지식들을 나눈다. 물론 후반부의 몇 개 이야기는 탄산음료의 발명, 장마는 왜 생길까, 엉덩이 주사의 원리, 타조가 날지 못하는 이유 등과 같은 일상 속 숨겨진 과학지식을 나눈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제법 유용한 과학 상식을 이야기한다. 웹툰이나 TV 애니로서 워낙 웃기고 재미있었기에 책 또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큰 일'을 봐야 하는 우주인들은 어떻게 화장실을 사용할까?라는 대목에서 우리 아이들은 빵 터졌다. 역시 똥과 방귀 이야기는 만고불변 어린이들의 공통된 웃음 포인트다. 1년이 88일 밖에 안되는 행성, 낮과 밤이 42년에 한 번 바뀌는 행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나 또한 처음 알았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기본적인 우주에 관한 상식이 상식이 아니었다. 20개의 테마가 지구와 우주, 일상과 날씨,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해당 단원의 내용을 한눈에 정리해 주는 과학 상식 코너는 매우 유익하다. 어린이 독자들은 웃기고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서 전체적인 주제를 학습하고 마지막에는 정리된 내용으로 배운 지식을 복기할 수 있다. 또한 중간마다 크게 단원을 끝내면서 중요한 과학 원리들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은 이 책이 단순 흥미만을 추구하는 만화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책을 펼치고 앉아서 읽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옆으로 따라붙었다. 우리 집 1호는 이미 완독했지만 내가 책을 펼치자마자 소리 내어 읽어달란다. 아직 글을 모르는 2호는 그림 자체가 뿜어내는 개그 아우라에 연신 '꺄르르'하며 넘어간다. 정말 거짓말 없이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완독했다. 그만큼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책 자체가 가지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금성이 본인처럼 아름다운 비너스 여신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라며 '자뻑'하는 캐릭터 앨리스의 말을 듣고는 우주선의 공기 상태가 안 좋아서 다들 정신을 못 차린다며 빨리 신선한 공기를 마시라고 권하는 정신이의 멘트에 빵 터졌다. 자칫 루즈해질 듯하면 이렇게 사이 공간에 개그 장치를 지뢰밭처럼 깔아놓았기에 독자들의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다.

또한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모든 내용을 총정리하며 복습해 볼 수 있는 '정신이와 함께하는 퀴즈' 코너다. 읽은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는 장이다. 내가 문제를 내고 아이들과 나의 옆 지기까지 각자 정답을 이야기하는 짤막한 가족 퀴즈대회를 열었다. 전형적인 학습 만화가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아주 충실하게 갖춘 책이다. 이런 만화책이라면 아이들에게 구입해 줘도 좋다. 괴물, 흑마술, 요괴, 귀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폭력을 일상화하는 여느 만화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돈 주고 사서 보는 만화책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않겠는가?

초등학교 연계 과정을 통한 과학 지식과 웃음이 어우러진 만화책 한 권이 선사해 주는 이득이 참으로 크다. <놓지 마 과학>은 시리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이 출간되었다. 아직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번 여름방학은 <놓지 마 과학>시리즈로 집콕 피서해보는 것도 '슬기로운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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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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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책을 읽었다. 인공 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반려로봇이라는 개념으로 승화시킨 책으로서 책의 표지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과학 문명의 시대 속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창조'로서의 인공 지능에 대해 생각하며 만난 또 하나의 책이 바로 여류 소설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책은 SF(Science Fiction)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를 터뜨림과 동시에 이후 등장한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 등의 원형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 저작이다. 저자인 메리 셸리는 산업혁명이 한창인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에게 홀대받는 다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의 지성적 보살핌 속에서 이른 나이에 수많은 책을 독파하며 지적 근육을 키웠다. 1818년 1월 출간된 본서는 몇몇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유령 이야기'를 써보자는 제안을 통해 탄생된 일종의 사적 게임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장난삼아 썼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책이 갖는 문학적 가치와 내포하는 사회적 의미가 크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북극 탐험가 '월턴'은 탐험 중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의 조난 당한 남성을 구조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지적 오만함으로 인해 세상에 태어나면 안 될 끔찍한 '괴물'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그 공포스러움에 압도되어 괴물을 방치하게 되고 괴물은 세상 속에서 지성과 이성을 지닌 존재로서 성장한다. 인간 세상의 아름다움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깊은 감화를 받은 괴물은 자신 또한 인간들과 어울리며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다가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흉측한 외모로 인해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게 되자 급기야는 자신을 만들어놓고 방치한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의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아내를 향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복수의 칼날을 쳐든다.

책은 일종의 2중 액자식 구성이다. 독자는 탐험가 '월턴'이 자신의 누나 '마거릿'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월턴은 프랑켄슈타인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누나에게 전한다. 전체적으로 1차 액자식 구성이다. 책의 2부 3장부터는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조우가 이루어진다. 괴물이 자신의 창조자와 독대하며 자신이 버려진 후 인간 세상 속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고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인간 이성과 지성에 눈뜨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부분이 상당한 분량으로서 1차 이야기 속의 2차 이야기를 배치시킴으로서 2중의 중첩된 프레임을 형성한다.

 

 

해제에서 역자는 자신의 따뜻한 진심과는 달리 흉측한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괴물'이 당시 산업혁명으로 인해 차별받는 노동자 계층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괴물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여성들에 대한 페미니즘적 서사로서 해석하기도 한다. 책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빛의 굴절로 인해 다양한 색깔을 관찰할 수 있는 프리즘과 같다. 즉 책을 읽는 독자들의 관점과 해석적 견해 차이가 책이 의미하는 바를 다채롭게 채색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프리즘은 역자의 해제와는 좀 달랐다. 나는 차별과 페미니즘적 서사라는 키워드를 옆으로 잠시 밀쳐둔다.

우선 책은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인간이 가진 극도의 오만함과 과학적 광기를 보여준다. '창조'라는 영역은 피조물인 인간이 결코 넘보아서는 안될 신성불가침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과학기술이라는 제2의 신을 통해 끊임없이 그 오만스러움을 뽐낸다. 책의 서두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수재로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인류 문명의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괴물'을 탄생시킨다. 그의 과학적 발견을 향한 열정과 정념이 결코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는다. 그런데 책을 주의 깊게 읽으며 이야기의 내면에 숨겨진 진짜 공포스러움의 민낯을 발견한다. 괴물은 인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이성, 지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진짜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반면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의 삶은 파멸과 비극이라는 소용돌이를 향해 치닫는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이 창조자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다시 말해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급기야는 본인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 괴물의 공식이 성립된다. 지금껏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무지에 의한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괴물의 조건!?

 

창조자가 되려고 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스스로의 지적타락을 의미하며 결국 본인 스스로가 제2의 괴물이 되어감을 의미한다. 피조물이 피조물의 위치를 벗어나 스스로 창조자가 되려는 오만스러움을 드러낼 때 '프랑켄슈타인(괴물)'이 되어간다. 프랑켄슈타인의 내면에 괴물의 불안한 심리 기제가 그대로 투사되었다. 인간 본성의 탐욕과 숨겨진 내면의 욕망이 오만스러움과 만날 때 그가 누구든 괴물이 된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미친 시대 속 우리네 세상도 괴물이 넘쳐난다. 그렇기에 어쩌면 '인간 프랑켄슈타인'보다는 버림받기 전 '이름 없는 괴물'이 보인 인간다움이 더 인간답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더 서글퍼지는 것은 아닐까? 초여름의 길목, 깊은 진의를 이해하고 읽는다면 피칠갑하는 요즘의 웬만한 호러 소설들과는 결이 다른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옛 어른들의 말이 떠오른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지는 저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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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테마로 읽는 역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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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유채꽃과 동백꽃이 유명하다. 보통 3~4월이 절정인 유채꽃이 올해는 1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했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황홀경에 빠진다. 꽃 한 송이가 전해주는 그윽한 향과 시각적 아름다움은 수많은 탐미적 인간들에게 열광의 대상이다. 인간의 오랜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로서 이어져 온 꽃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고찰해볼 수 있는 독특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영문학자 '캐시어 바디'의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16가지의 꽃들을 인간 역사의 한 장으로 불러낸다. 꽃은 기쁨과 축하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임과 동시에 슬픔과 애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전쟁, 혁명, 이념, 미술, 종교, 문화와 같은 인간 의식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각 계절을 대표하는 꽃들을 4가지씩 선별했다. 흔히 우리의 정서 속 어버이날의 꽃이라고 여기는 카네이션이 가지는 내적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변종으로 탄생한 녹색 카네이션은 동성애를 상징하며 붉은 카네이션은 노동자의 권리와 저항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흰색 카네이션은 어머니날과 가족, 모성애를 상징했지만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상징으로서 매우 불명예스럽게 사용되기도 했다. 보통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하는 장미는 어떤가? 저자는 장미가 역사적으로 인간의 성(性)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고 말한다. 장미가 가지는 성적 갈망의 의미와는 반대로 기독교의 자선, 행복에 대한 기대와 같은 전혀 다른 의미 또한 가진다고 하니 이것 또한 흥미롭다. 국화는 반전의 상징임과 동시에 일본에서는 벚꽃과 더불어 전쟁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했으니 이 또한 역설이다. 천황을 위해서 벚꽃과 같이 떨어져야 한다고 외쳤던 일본은 태평양 전쟁 당시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의 공군 조종사들이 미국 항공모함을 향해 떨어지도록 종용했다. 그뿐인가? 물불 안 가리고 총검 돌격을 감행했던 일본 육군의 일명 '반자이 어택' 또한 벚꽃과 같이 천황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미군의 기관총탄 앞에 내던지게 만들었다. 아까운 젊은 군인들의 목숨이 꽃과 같이 졌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역사적으로 꽃에 이름을 부여하고 의미를 덧입힌 것은 인간이다. 계절에 따라서 항상 그 자리에서 피고 지는 꽃은 가치중립적이다. 이념도 없고 탐욕도 없으며 투쟁도 없다. 꽃은 꽃 자체로서 아름답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심미적 인간들에게 기쁨과 정서적 만족을 주는 꽃은 날것 그대로 좋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흔하디흔한 유행가의 가사처럼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가? 책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는 결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반목과 다툼, 욕망과 정욕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인간은 오늘 길가에 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의 꽃과 비교해도 별로 아름답지 않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요즘 우리 집 2호가 혀 짧은 소리로 자주 부르는 노래다. 그렇다. 아무 데나 피어도 꽃이고 생긴 대로 이름 없이 피는 들꽃이라도 모두 다 꽃이다. 나는 아이가 부르는 노래 가사 속에서 꽃이 인간에게 전하는 작은 메시지를 발견한다. 생각과 사상, 성향에 따라 출신과 편을 가르고 무언가를 자꾸 규정하며 정의하여 무형의 프레임을 굴레 씌우는 세상을 향해 이 동요의 메시지는 부드럽지만 날 섰다. 책을 읽고 동요를 들으니 섬찟하다. 책의 내용 전체가 인간이 꽃에게 부여한 의미와 이미지가 이렇기에 그렇다. 꽃은 그냥 생긴 대로 이름도 없고 욕심도 없이 피었다 진다.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확실히 인간은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게 맞다! 꽃이라는 평범한 소재가 역사와 만나 묘한 향내를 풍기는 독특한 저작이다. 단순히 흥미로운 꽃 이야기를 떠나서 우리 자신을 성찰함과 동시에 깊은 인문학적 교훈을 길어올 릴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책, 예쁜 꽃 화보집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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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백금산 지음 / 부흥과개혁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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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일에 무슨 선물 받고 싶어요?" 우리 집 1호가 물었다. "도서상품권!" 1초도 망설임 없이 나온 나의 대답이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책이 좋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 자체이며 생(生)을 유지하기 위한 호흡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매번 고민한다. 이번에 만난 책은 <부흥과개혁사>로 더 많이 알려진 다독가 '백금산' 목사님의 독서법 저작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이다. 정말 책 읽는 방법이 바뀌면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 책을 펼친다.

대상 독자는 일단 개신교 신자에 국한되지만 종교의 유무는 크게 상관없다. 총 3장으로 구성된 독서법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독서법의 기본기, 인격 성숙을 위한 독서법, 전문지식을 얻는 독서법으로 나뉜다. 독서의 목적은 세 가지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 인격 성숙과 신앙 성장을 위한 독서, 전문지식을 위한 독서가 그것이다. 독서의 기본기는 초급, 중급, 고급 단계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내용은 중급 독서법 가운데 분석 독서법이다. 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이 정말 나의 것이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무는 책이 말하는 주제를 이해해서 나의 말로 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주제와 구조를 파악하는 귀납법적 독서를 말한다. 완독 후 책의 주제를 내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사서 읽었던 모든 행위는 시간과 책값 낭비일 뿐이다. "나 책 이만큼 읽었다!"라고 자랑하는 자기만족과 자기 과시에 지나지 않는 일종의 지적 허세다.

두 번째는 인격과 신앙 성숙을 위해 한 권의 책을 탐독하는 것, 한 사람의 스승을 마스터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암송할 정도로 철저히 숙독하는 것과 한 사람의 스승이 저술한 그의 오페라를 전부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저자는 경건 독서와 신학 독서, 고전과 신간 읽기, 신앙 서적과 일반 서적 독서의 균형을 이야기한다. 치우침 없는 전인적 독서가를 지향하라는 의미다.

 

 

철저하게 읽어라. 몸에 흠뻑 밸 때까지 그 안에서 찾아라. 읽고 또 읽고 되씹어서 소화해 버려라. 바로 여러분의 살이 되고 피가 되게 하라. 좋은 책은 여러 번 독파하고 주를 달고 분석해 놓아라-스펄전 p84~85

 

정리하자면 이렇다. 독서의 기본기 중 하나는 분석 독서를 통해 책의 주제와 구조를 파악하고 저자가 말하는 책의 주제를 다른 이에게 나의 언어로 온전하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인격과 신앙 성숙을 위한 위한 독서는 한 권의 책과 한 명의 스승을 파고드는 것이다. 여기서는 정독과 재독이 중요하다. 더불어 전인적 독서를 위해 독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문 지식을 얻기위한 독서는 다독과 속독이 관건이다. 얼마나 많이 읽어내느냐의 싸움이다. 다량의 정보를 받아들여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글과 책으로 재생산해낼 수 있어야 한다. 차이는 이렇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해당 분야의 책에만 천착해서 미친 듯이 읽고 공부하면 뭐가 되도 된다. 그러나 지도자가 되려면 내 분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다른 분야의 책들까지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야 한다. 그것도 대충이 아닌 정독의 방법으로 말이다. 책에 있어서는 '광인(狂人)'이 되라는 의미다!

한 달에 10권, 1년에 120권이 목표다. 엄청난 양의 책을 읽어내는 괴물 다독가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러나 나는 다독보다는 정독을 지향한다. 책을 덮고 그 책을 나의 언어로 누군가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 때의 그 짜릿한 지적 희열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좋은 책을 엄선해서 정독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본서는 이러한 열망의 중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있어서 손색이 없다. 20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서점은 마치 책과 지식의 바다와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정함이 있고 생각보다 짧다. 금세 끝나버릴 인생 속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어떤 책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읽어낼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실제적인 독서 방법론을 나누는 내용 속에서 저자의 책과 독서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이 책 자체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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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 (가죽 장정)
리고니어 미니스트리 출판부 지음, 김진운 외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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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리뷰해보기는 처음이다. 나의 최애 출판사 중 하나인 '부흥과개혁사'에서 몇 권의 스터디 바이블이 출시되었다. ESV 스터디 바이블,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 NIV 스터디 바이블, 글로벌 스터디 바이블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을 선택해서 구입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매우 훌륭한 성경이라고 확신하며 결정했다.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은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최초의 스터디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제네바 성경>의 전통을 계승하는 명실상부 스터디 바이블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 NIV 번역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ESV 번역을 선호한다. 그런데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의 본문이 ESV 번역의 본문을 사용하고 관주 체계 또한 ESV의 것을 따른다는 프리뷰를 읽고 기쁜 마음으로 본서를 선택했다.

우선 탁월한 개혁주의 신학자 'R.C.스프로울'을 편집장으로 해서 개혁주의를 대표하는 약 70여 명의 기라성 같은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감수와 편집, 기고자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무엇보다도 16세기 종교개혁의 정신을 간직한 제네바 성경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의미 자체가 이 스터디 바이블이 어떠한 목적과 용도로 구성되었는지를 짐작게 한다. 성경 66권의 본문을 충실하게 수록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충실한 각주와 본문 해석이 매장마다 빼곡하게 담겨있기에 독자는 홀로 앉아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데에 있어 아무 지장이 없다. 상세한 관주는 마치 옆에 성경 교사를 두고 일대일 개인 과외를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더불어 책이 가지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성경의 뒤편에 개혁주의의 중요한 교리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첨부해놓았다는 점이다. 초대교회의 신조인 사도신경, 니케아 신경, 칼케돈 신경을 비롯해서 개혁교회의 6가지 대표적 신조인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벨직 신앙고백서, 도르트 신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웨스트민스터 대교리&소교리 문답까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그야말로 이 스터디 바이블 한 권이면 개혁주의 핵심 교리와 성경 전권을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성경 각 권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개요 부분을 살펴보면 스터디 바이블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다. 우선 장르별 개론을 설명하면서 역사적 배경과 당시의 지도를 첨부해서 독자로 하여금 사전 지식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내가 읽고 공부하려고 하는 성경의 전체적인 주제와 배경을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이렇듯 본서는 숲을 보고 나무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성경 각권으로 들어가게 되면 우선 서론 부분을 통해서 해당 성경의 각론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의 제목, 쓰인 연대, 장르, 지은이, 문예적 특성, 주제, 마태복음이 말하는 신학, 문단 개요 등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너무나 환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ESV 스터디 바이블> 또한 매우 훌륭한 성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ESV 스터디 바이블과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 두 권 정도면 홀로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아니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성경이라고 다 같은 성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중에 다양한 번역본의 성경들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성경이 말하는 진리를 변개함 없이 전달하는 성경이 제대로 된 성경이다. 간혹 요즘 신자들 가운데는 어느 유명한 외국 목회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번역해서 만든 성경을 그렇게도 좋아한다. 주로 청년 신자들이 많다. 그 사람이 어떠한 신학적 배경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유명세에 끌려서 또는 단지 현대적 감각의 표지와 아름다운 문장의 매끄러운 느낌들이 좋아서 선택한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올바른 신자라면 바르고 건강한 신학적 바탕 위에서 번역되고 전승된 성경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리뷰하는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은 그중 한 권이다. 홀로 성경을 읽고 공부하기 위해서 스터디 바이블을 찾는 독자라면 본서는 단연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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