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마 과학! 5 - 정신이 태양계에 정신 놓다 놓지 마 과학! 5
신태훈.나승훈 글.그림, 류진숙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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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TV가 있던 시절 우리 집 1호가 매번 낄낄대며 보는 만화가 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길래 그런가 궁금해서 함께 봤는데 진짜 재미있었다! 조회 수 28억 뷰를 넘어서는 초인기 웹툰으로 시작된 애니메이션 '놓지 마 정신줄'. 별 다른 것은 없다. '정신이'라는 주인공 대학생과 그의 가족이 펼치는 일상 웹툰이다. 그런데 이 만화가 왜 이리 큰 인기일까? 이유는 웃음의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찔러 넣는 작가의 기발함이다.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는 애니메이션은 보통 책으로 출간되는 정석적인 수순을 밟는다. 놓지 마 정신줄도 <놓지 마 과학!>이라는 컨셉을 갖고 어린이 독자들과 만났다. 일종의 과학 학습 만화다.

책은 초등학교 3~6학년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교과 연계를 고려하며 만들어졌다. 초등학생이 배우는 과학의 내용들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생활 속에서 만나며 의문을 품게 되는 다양한 과학적 지식들을 보다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학습 만화로 기획되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로 소위 초등학생들에게 핫하다는 놓지 마 정신줄 캐릭터들을 소환했다.

이번에 만나 본 5권의 부제는 '정신이 태양계에 정신 놓다'이다. 주인공 대학생 '정신이'가 그의 요절복통 친구들과 함께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를 여행하며 우주에 관한 지식들을 나눈다. 물론 후반부의 몇 개 이야기는 탄산음료의 발명, 장마는 왜 생길까, 엉덩이 주사의 원리, 타조가 날지 못하는 이유 등과 같은 일상 속 숨겨진 과학지식을 나눈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제법 유용한 과학 상식을 이야기한다. 웹툰이나 TV 애니로서 워낙 웃기고 재미있었기에 책 또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큰 일'을 봐야 하는 우주인들은 어떻게 화장실을 사용할까?라는 대목에서 우리 아이들은 빵 터졌다. 역시 똥과 방귀 이야기는 만고불변 어린이들의 공통된 웃음 포인트다. 1년이 88일 밖에 안되는 행성, 낮과 밤이 42년에 한 번 바뀌는 행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나 또한 처음 알았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기본적인 우주에 관한 상식이 상식이 아니었다. 20개의 테마가 지구와 우주, 일상과 날씨,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해당 단원의 내용을 한눈에 정리해 주는 과학 상식 코너는 매우 유익하다. 어린이 독자들은 웃기고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서 전체적인 주제를 학습하고 마지막에는 정리된 내용으로 배운 지식을 복기할 수 있다. 또한 중간마다 크게 단원을 끝내면서 중요한 과학 원리들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은 이 책이 단순 흥미만을 추구하는 만화책이 아님을 보여준다.

책을 펼치고 앉아서 읽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옆으로 따라붙었다. 우리 집 1호는 이미 완독했지만 내가 책을 펼치자마자 소리 내어 읽어달란다. 아직 글을 모르는 2호는 그림 자체가 뿜어내는 개그 아우라에 연신 '꺄르르'하며 넘어간다. 정말 거짓말 없이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완독했다. 그만큼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책 자체가 가지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금성이 본인처럼 아름다운 비너스 여신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라며 '자뻑'하는 캐릭터 앨리스의 말을 듣고는 우주선의 공기 상태가 안 좋아서 다들 정신을 못 차린다며 빨리 신선한 공기를 마시라고 권하는 정신이의 멘트에 빵 터졌다. 자칫 루즈해질 듯하면 이렇게 사이 공간에 개그 장치를 지뢰밭처럼 깔아놓았기에 독자들의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다.

또한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모든 내용을 총정리하며 복습해 볼 수 있는 '정신이와 함께하는 퀴즈' 코너다. 읽은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해보는 장이다. 내가 문제를 내고 아이들과 나의 옆 지기까지 각자 정답을 이야기하는 짤막한 가족 퀴즈대회를 열었다. 전형적인 학습 만화가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아주 충실하게 갖춘 책이다. 이런 만화책이라면 아이들에게 구입해 줘도 좋다. 괴물, 흑마술, 요괴, 귀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폭력을 일상화하는 여느 만화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돈 주고 사서 보는 만화책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않겠는가?

초등학교 연계 과정을 통한 과학 지식과 웃음이 어우러진 만화책 한 권이 선사해 주는 이득이 참으로 크다. <놓지 마 과학>은 시리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이 출간되었다. 아직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번 여름방학은 <놓지 마 과학>시리즈로 집콕 피서해보는 것도 '슬기로운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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