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 관심에 집착하는 욕망의 심리학
미치 프리스턴 지음, 김아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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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흥미로워서 집어들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인기를 한몸에 얻는 것에 대해 싫어할 사람은 없다.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의 책 제목이 도대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일까? 와 같은 호기심과 독서욕을 불러일으킨다.

예일 대학교 수강신청 대란을 일으킨 최고의 인간관계 심리학 수업이라는 책의 광고 카피를 서두로 한장씩 읽어내려가게 된 본서는 그야말로 인간 본연의 욕구를 가장 솔직하면서도 쉽게 파헤쳐 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을 듯 싶다. 대학 학위 논문 수준의 어렵고 난해한 내용이 절대 아니기에 독자들은 겁먹을 필요가 없다. 누구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매우 평이한 수준의 문장과 내용은 어느 대학교 강의실에서 입담 좋은 교수님의 명강의를 청강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책은 크게 2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9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저자는 인기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 정의를 설명하고, 그 인기와 관심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어떠한 힘을 가지고 한 인간의 삶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를 다양한 예화를 통해 설명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매우 스마트하지만 인생의 성공을 위해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르고 오직 자기 밖에 모르는 한 청년, 그리고 첫번째 청년보다는 공부의 동기부여가 조금 떨어지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친화력과 삶을 즐길 줄 아는 한 청년이 동시에 나란히 로스쿨에 입학한 후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 지에 대한 예화는 호감, 주변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 등과 같은 본서가 말하려고 하는 핵심적인 주제를 매우 쉽게 드러낸다.

인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무대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좋은 위치, 더 유리한 삶의 요소들을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사람들에게 있어서 인기를 갈망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진정한 요인은 '인기'가 아니라 '호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인기가 자신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기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역설한다. 잠시나마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수용되어짐을 느낄 때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행복과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갈망하게 되는 한시적인 인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지고 얻어지는 '호감' 이라는 사실.

필자는 여기서 무릎을 '탁' 쳤다. 정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우리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관계하며 살아가다보면 정말 가만히 있어도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괜히 특별한 용무도 없지만 가서 대화하고 싶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편안함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이 정말 인기가 많아서 그런 것일까? 그 보이지 않게 타인을 끌어들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석과 같은 매력. 바로 이것이 다름아닌 '호감' 이 아닐까?

저자는 바로 우리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는 주는 것은 인기가 아니라 호감임을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인들은 다른 이들의 인기에 목말라하며 인정에 굶주려 타인이 던져주는 SNS의 좋아요! 하나에 하루에도 몇번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잘 간파했다. 타인들로부터의 인기와 집중, 관심을 애타게 갈구하는 태도들.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나의 SNS 글에 달린 좋아요!와 댓글의 빨간 숫자와 알림을 기다리고 확인하는 현대인들이야말로 진실로 인기와 인정 중독자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을 덮으며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찾아본다. 정확히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나'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렇듯 인정과 인기에 대한 인간 관계의 심리학 그 이면을 넘어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인간 주체성의 회복이 아닐까? 타인의 시선에 집중하며 타인의 관심에 목말라하고 다른이들의 평가에 좌지우지됨으로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타인 의존적 성향에 침몰해가는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주체성 회복에 대한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떨치지 못한다.

나 자신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건강하게 바로 세우고, 그 건강한 정서적 기반 위에서 다른 이들과 바르고 건강하게 상호작용하며 관계하는 것만이 인간이 가진 그 인기에 대한 집착, 인정에 함몰되어져버리는 병적인 증상에서 회복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정직하게 자신을 돌아보자! 만약 자신이 여전히 SNS의 좋아요! 수에 연연하는 사람 중 하나라면 그 사람은 이 책을 펼쳐 들고 완독할 필요성이 충분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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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반호 현대지성 클래식 12
월터 스콧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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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매우 재미있는 책 한권을 만났다. 한 세대의 시대상과 문화적 분위기를 가장 정확하면서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길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 한권을 접하는 것이라는 의견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본서는 12세기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역사소설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저자 '월터 스콧' 은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의 창시자로 불리며 그가 쓴 본서는 지금도 전 세계 수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탁월한 저작 중 한권이다. 오죽하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 될 정도로 본서가 가지는 그 문학적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그러한 진중한 무게감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본서가 그 내용과 스토리의 구성에 있어 독자들의 피부로 체감되는 글읽기의 난이도에 있어서 결코 난해하고 복잡하며 무겁지 않고, 도리어 쾌활하고 유쾌하며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본서가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이며 반전적인 요소이다.

이야기는 12세기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여 중세 영국을 주 무대로 등장시킨다. 영국을 점령한 노르만 귀족들에 대항한 색슨인들의 저항과 투쟁에 대한 스토리가 전체적인 줄거리의 틀을 형성한다. 십자군 원정을 떠난 사자심왕 리처드 1세의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그의 동생 존 왕자는 노르만 귀족들과 연합하게 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본서의 주인공 기사 아이반호의 활약, 그리고 그를 둘러싼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로맨스, 유대 고리대금업자 아이작을 통한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사회에서의 인종과 종교 차별의 어두운 면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본서의 재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노르만인들로부터 영국 왕실의 자주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색슨 귀족 세드릭, 그의 충성스러운 하인으로서 등장하는 돼지치기 거스와 광대 왐바 등은 한편의 소설 속에 그 재미와 풍미를 돋우는 감초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함으로서 자칫 역사소설이 가지는 지루함과 건조함의 우려를 한번에 불식시켜준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등장 인물을 구상하고, 그 인물들을 스토리 사이 사이에 적절하게 배치하여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어나갈 수 있는 윤활유의 역할로 지정한 저자의 창의력과 문학적 구성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이렇듯 저자의 탁월함과 노력에 의해 독자는 700여페이지의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본서를 부담이 아닌 즐거움으로 집어들고 완독을 향해 정주행할 수 있는 것이리라.

본서가 가지는 또 한가지 재미 있는 점은 책의 스토리 가운데 <로빈후드의 모험>의 주인공인 록슬리(로빈후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대적 배경을 함께 하는 다른 소설의 주인공을 까메오로 등장시킴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통한 반가움을 극대화시킨다. 마치 씨줄과 날줄이 엮어져서 하나의 훌륭한 직물이 탄생되는 것과 같이 <아이반호>라는 씨줄과 <로빈후드의 모험>, <캔터베리 이야기>와 같이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중세 영국으로 설정한 다른 소설들을 날줄로 하여 완성도 높은 탁월한 저작 한권을 탄생시킨다.

18세기 중후반 영국 산업혁명의 시기에 태어난 저자 월터 스콧은 당시 영국을 휩쓸던 새로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구조의 파격적인 변화를 목도하는 가운데 영국 사회의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구조적 변화 속에서 당황하며 자칫 자신들의 정체성을 망각하기 쉬운 영국민들에게 <아이반호>라는 탁월한 역사소설 한권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저자가 생존하는 동안 최고 부수를 기록한 우리가 말한는 소위 '대박'을 친다. 영국 앵글로 색슨족의 위엄과 기백은 산업혁명이라는 그 이전까지 결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삶의 변화 속에서 인간 본연의 위치와 영국인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이드 해줄 수 있는 저작으로 대중들에게 급속도로 퍼져 나갔던 것이다.

이렇듯 잘 짜여진 작품 하나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그 파급력과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중적인 힘을 드러낸다. 특별히 그것이 어느 한 민족의 역사를 토대로 짜여졌을 때 가지는 힘은 메가톤급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앵글로 색슨 귀족, 노르만 귀족, 수도원장, 수도사, 중세기사, 유대인, 광대, 향사 등등  여러가지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며 동시에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익명의 대중 가운데 하나로서 나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비춰볼 수 있게 끔 만드는 그 엄청난 숨은 저력을 지닌 본서의 매력은 지금도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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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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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을 떠올리면 조선 시대 가장 뼈아픈 역사를 대변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임을 부인할 수 없다. 힘없고 무기력한 조정과 백성의 안위를 생각지 않았던 권력층의 이기심으로 인해 충분히 예방하고 방비할 수 있었던 전쟁의 끔찍함을 오롯히 생몸으로 받아낸 것은 다름아닌 힘없고 불쌍한 민초들이었고 그로인한 고통과 고난의 몫 또한 온전히 그들의 것이었다. 본서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주호 작가가 6년만에 소개하는 신작으로서 제목에서 어느정도 본서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역사적 배경과 고증을 통해 가능한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역사소설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인 픽션의 요소가 매우 많이 가미되어 있음을 독자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본서의 원고를 받아들고 제목의 김충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익히 들었던 바를 나의 기억으로부터 소환하여 이주호 작가가 펼쳐 나가는 스토리에 대입시켰을 때 뜻밖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바로 실제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과 사건에 관한 사실을 작가가 자신의 문학적 역량을 총동원한 노력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사실로서 소설이 가지는 재미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그 리얼리티 모두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본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책의 전반부는 조선에서 태어난 주인공 '히로'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일본이라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며 성장하고 그곳에서 당시 일본 전국시대의 강자였던 '오다 노부나가' 가문을 위해 충심으로 봉사했던 조총 용병 집단의 리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이어지는 후반부에서는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주인공 히로가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한 권력자 히데요시에 의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이 볼모로 붙잡혀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선과 명나라 정벌 즉, 임진왜란의 선봉에 설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주인공의 삶을 작가는 전체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이자 단초로 굳건히 붙잡는다. 자신이 조선인인지 일본인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일본인으로서 현재의 삶을 담담하게 받아내며 그 땅에서 일본인으로서 살았던 조선인 히로.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켠에서는 자신의 조국 조선에 대한 그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사뭇치는 비애를 다독여야만 했던 그가 느끼는 내적 갈등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훌륭하게 해석해내고 있다.

주인공 히로의 삶과 그 주변 인물들의 행적, 이를테면 그의 사랑하는 여인 '아츠카', 그의 영원한 적이며 원수였던 '히데요시', 그리고 왜란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이순신' 장군 등 그의 삶을 에워싸는 수 많은 역사적 인물들과의 조우와 만남의 이야기는 씨줄과 날줄로 엮어져서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픽션의 경계를 매우 자연스럽게 자유자재로 넘나드는데 바로 여기에서 독자는 작가의 탁월한 집필 능력을 발견하게 되며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재미와 흥미를 덤으로 얻는다. 여담이지만 역시 소설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님을 군소리없이 인정하게 된다고나 할까!

이렇게 역사적 고증과 다양한 문학적 장치들이 매우 탁월한 작가적 상상력과 결합될 때 6년 전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다. 앞서 설명했듯이 소설이기에 소설 그 본연의 기능인 흥미, 재미의 요소들 또한 결코 포기하지 않은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할 수 있겠지만 일단 책을 펼치면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서 뗄 수 없는 재미 속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벌써 이 부분에서부터 본인은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그러면서 더불어 역사소설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작가의 문학적 구성력을 통해서 거친 것 없이 매우 부드럽게 틈새 틈새를 메워주는 그 디테일한 능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게 된다.


분명 김충선이라는 인물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조선의 문화적 우수성을 동경하고 사모함으로 조선에 투항하고 마침내는 귀화한 실존 인물이었다. 이러한 그의 행적을 매우 자연스러운 역사적 내러티브로 끌고가는 것을 볼 때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작가적 상상력과 문학적 재구성을 통해 작가가 역사소설이 가지는 특징과 약점, 그리고 극복해야할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독자들이 어쩌면 인터넷 검색만 하면 나오는 김충선이라는 인물의 행적과 본서에 등장하는 주인공 히로의 모습에 대해 전혀 다른 이질감이 아닌 문학적 일치감과 오묘한 싱크로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역사적 고증과 사실에 기반을 두고 그 위에 재미와 교훈이라는 건물을 탄탄하게 세워 나갈 때 본서와 같은 훌륭한 역사소설 한권이 탄생하는 것이리라.

작가는 본서의 말미에 자신이 '김충선', 즉 '사야가' 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독자들에게 밝힌다. 더불어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점들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자신의 당혹스러움을 짧게나마 나눈다. 그러면서 자신이 역사학자가 아닌 한명의 이야기꾼임을 시인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작가인 자신만의 망원경으로 사야가, 김충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하기를 바란다. 그렇다. 분명 문학작품은 재미와 흥미로서만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숨겨진 주제와 인물에 대해 세상이 알도록, 그리고 독자 스스로 작가가 설치해놓은 망원경을 통해 그 이야기를 관찰하고 해석할 수만 있다면 문학, 특히 역사적 사건과 사실이라는 무대 배경을 통해 쓰여진 역사소설의 역할은 그것만으로도 톡톡히 해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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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고백록 현대지성 클래식 2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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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하면 아무리 문학의 문외한이라 해도 귀동냥으로 한번은 들어보았을법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그 이름이 알려져있는 러시아의 대문호이다. 본서는 4세기 초대 기독교의 위대한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과 더불어 세계 3대 고백록에 꼽히는 탁월한 저작이다.

1828년 러시아의 부요한 가문에서 태어난 톨스토이는 어린 시절 철학서적 등을 통해 인생과 종교에 관한 문제들에 눈을뜨기 시작했고, 청년 시절 자신의 성장 배경이었던 러시아 정교회의 믿음과 신앙에 대한 불신을 인정하게 된다. 본서는 총 16장으로 단편집 형식의 짧막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톨스토이 그가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을 지나오면서 자신이 어떻게 삶의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며 인간의 삶에 관한 고민들에 대해서 어떠한 과정들을 거치며 해답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는지에 대해 매우 담담하게 기록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껏 인류의 역사 가운데 존재했던 탁월한 지성들의 가르침에 대해 귀기울인다. 구약 성경 전도서의 저자인 솔로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인도의 성인 석가모니까지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현인들의 가르침 속에서 자신이 품고 있는 인생의 근원적인 질문, 인간은 삶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 왜 살아가는지? 에 관한 그의 인간 내면의 매우 근본적이고 원색적인 철학적 사유에 대한 정답을 탐구한다.

그러나 그의 깊은 고뇌와 고민들로 인해 발현된 그의 존재적 의문은 시대를 주름잡았던 현인들의 가르침 속에서도 좀처럼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난제였다. 그러는 와중에 하루 하루 흙을 먹고 살아가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농노들의 삶 속에서 발견한 기독교 신앙을 통해 저자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삶의 목적, 가치에 대한 그의 말할 수 없는 깊은 고민과 고뇌의 진정한 해답의 단초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오직 신앙만이 인류에게 삶의 의문에 대한 대답들을 제공해주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략> 신앙은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믿어야 합니다. 인간은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됩니다." p75~76

그것은 오직 인간의 삶의 목적, 의미 즉, 무엇을 추구하고 왜 살아가며 어디로와서 어디로 가는지와 같은 가장 근원적인 사유에 대한 탁월한 답변으로서 인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라는 신적 존재에 대한 신앙과 믿음안에서 자신의 삶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탁월한 철학적 견해를 통해서도 발견할 수 없었으며 뛰어난 인간의 이성적 지식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던 그의 인생의 의미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과 갈망이 평생을 풍요로움 속에서 살아왔던 그와는 전혀 다른 힘없고 가난한 사회적 약자들이었던 농노들의 신앙적 삶을 통해 명쾌한 정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톨스토이의 삶에 있어서 극적인 대목이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불후의 역작을 집필하고 나서도 계속적인 자살의 유혹에 흔들려야만 했던 그의 무의미하고 공허한 삶의 한켠에 소망이라는 작은 불빛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좋은 소식을 통해 전해졌을 때의 그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감격은 이책을 통해 전해져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이후 저자는 러시아 정교회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기독교 무정부주의자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목을 매달 것인가? 권총 자살을 할 것인가? 와 같이 자살의 방법과 시행을 고민했던 천재적인 문호의 삶에 한줄기 빛을 비춤으로서 삶이라는 것이 살만한 것이다라는 존재적 깨달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재정렬할 수 있었던 것이 기독교 신앙이었다는 사실 하나는 그 이후 그가 정교회로부터의 파문과 함께 러시아 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 사람의 진솔한 삶의 고민과 개인적인 고뇌를 듣고 있노라면 원하든 원치 않든 자연스럽게 그러한 고민과 질문들은 어느덧 나의 고민과 연결되며 나의 질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끄집어 내지곤 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무게감있는 질문들은 한번도 던져보지 않고 먹고 살기에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인생을 반추할 수 있는 계기가 얼마나 될까? 친구 또는 주변 지인들과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의 고민과 깊은 사유를 공감할 수 있어도 말할 수 없이 행복한데 하물며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위대한 저작들을 수없이 집필함으로서 인류의 지성적 발전에 지대한 공적을 올린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인 레프 톨스토이가 가졌던 그 고민과 고뇌의 흔적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듣고, 그의 체취를 따라가는 것만큼 신나고 흥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본서는 기독교 신앙으로 귀결되는 종교서적이라기 보다는 온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존재 자체의 근원적인 질문과 고뇌라는 보편적 주제에 대해 우리 같은 범인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우리보다 먼저 한 시대를 살다간 위대한 성학이 우리를 대신해서 고민해주고 정답을 발견하여 남긴 우리가 어렸을 때 즐겨 보았던 동아전과의 뒷편 해답지와 같은 풋풋함이 느껴지며 동시에 종교의 여부를 떠나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독자들에게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는 보편타당성을 지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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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이 생각할 뻔했다
카레자와 카오루 지음, 박현아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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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참 독특한 책 한권을 만났다. 더운 여름 탄산수 같은 톡쏘는 시원함이 느껴지는 작은 책 한권이 마냥 흥미롭기만 하다. 일본의 만화가이며 칼럼니스트로서 저자는 우리네 일상의 모습 속에서 만나고 부딪치는 자잘하고 소소한 삶의 이슈와 고민, 생각거리들을 가지고 자글자글한 느낌의 생활 밀착형 에세이집 한권을 펴냈다.

생활하면서 우리는 수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이것도 저것도 선택할 수 없는 소위 딜레마에 빠지는 경험들을 적지 않게 겪는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고 샀어야 할 물건을 사지 않음으로 후회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나서 후회하는 등 우리는 이처럼 수 많은 선택과 결정속에서 후회를 반복하는 일상을 살아간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이 수 많은 선택과 결단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본인의 결정과 의사 선택에 대해 가장 최고의 처방을 제시한다.

돈은 필요하지만 일하기는 싫어, 날씬해지고는 싶지만 먹는 것을 참기는 싫어, 방이 깨끗해지기를 원하지만 청소하는 건 싫어와 같은 32가지의 어찌보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며 말도 안되는 딜레마 32가지가 책을 구성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내용이 딜레마 범주에 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무더운 여름 본서를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발견하게 되는 본서가 말하는 전체적인 주제 한가지를 발견하였을 때 그냥 한번 웃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본서를 통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주제는 바로 소위 그냥 '쿨한 삶' 이다. 일본의 만화가이며 SNS 인기 작가로서 상당히 상식적이지 않아보이는 저자의 발상을 통해 전해지는 책의 주제는 그냥 고민하지 말고 너가 좋을 대로 살라는 것!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민할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뭘 먹을까? 뭘 입을까? 그 사람을 만날까 말까? 방을 청소할까 그냥 지저분하게 지낼까? 살을 뺄까 말까? 등의 고민들은 '독수리 5형제'가 없으니 이제 지구는 누가 지켜야하는가? 와 같이 우리네 삶에 아무 득도 안되는 잡기적인 고민일 뿐이다.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잘한 고민 속에서 힘겨워한다는 사실이라면 그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게 놀랍게도 사실이라는 점. 현대인들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고민할 필요도 없는 소소한 문제들을 가득 끌어안고 염려와 걱정 속에 파묻여 지내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걱정과 고민과 염려를 사서 하는 시대의 사람들. 그렇기에 본서는 책의 제목과 같이 매사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냥 먹고 싶으면 맛있게 먹으면 되고, 대신 나중에 열심히 운동해서 살을 빼면 되는 것이고, 깨끗하게 지내고 싶으면 시간을 내서 부지런을 떨고 방 청소를 하면 그만이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정중하게 약속을 취소하면 그만이고, 입고 싶은 옷은 사서 입으면 그만이고...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살아가는 중생들이기에 오죽하면 성경에도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 한날의 근심은 그날의 것으로 족하다고 하지 않는가?

책을 덮으며 나의 삶을 돌아본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에 있어서도 사실 안해도 되는 걱정이 99%이다. 지금 그 걱정을 한다고 한들 한방에 해결되는 묘수가 떠오르는 것이 아님에도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시간 속에서 나의 귀중한 시간과 열정, 생각의 에너지를 내가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에게 먹이로서 헌납하고 있었던가? 본서는 내가 지금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에 우리의 삶의 모든 관심과 열정, 에너지를 투자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고민 자체에 잠식되는 것이 아닌 그 고민 자체를 삶의 공간 밖으로 토스해버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 평소 현대지성 출판사답지않은(?) 느낌의 책 한권으로 생각을 리프레쉬하게 된 시간이다.

아! 그런데 오늘 저녁은 뭘 먹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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