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깊이 생각할 뻔했다
카레자와 카오루 지음, 박현아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근래 들어 참 독특한 책 한권을 만났다. 더운 여름 탄산수 같은 톡쏘는 시원함이 느껴지는 작은 책 한권이 마냥 흥미롭기만 하다. 일본의 만화가이며 칼럼니스트로서 저자는 우리네 일상의 모습 속에서 만나고 부딪치는 자잘하고 소소한 삶의 이슈와 고민, 생각거리들을 가지고 자글자글한 느낌의 생활 밀착형 에세이집 한권을 펴냈다.

생활하면서 우리는 수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이것도 저것도 선택할 수 없는 소위 딜레마에 빠지는 경험들을 적지 않게 겪는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고 샀어야 할 물건을 사지 않음으로 후회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나서 후회하는 등 우리는 이처럼 수 많은 선택과 결정속에서 후회를 반복하는 일상을 살아간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이 수 많은 선택과 결단이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본인의 결정과 의사 선택에 대해 가장 최고의 처방을 제시한다.

돈은 필요하지만 일하기는 싫어, 날씬해지고는 싶지만 먹는 것을 참기는 싫어, 방이 깨끗해지기를 원하지만 청소하는 건 싫어와 같은 32가지의 어찌보면 어처구니 없고 황당하며 말도 안되는 딜레마 32가지가 책을 구성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내용이 딜레마 범주에 들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무더운 여름 본서를 집어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발견하게 되는 본서가 말하는 전체적인 주제 한가지를 발견하였을 때 그냥 한번 웃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본서를 통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주제는 바로 소위 그냥 '쿨한 삶' 이다. 일본의 만화가이며 SNS 인기 작가로서 상당히 상식적이지 않아보이는 저자의 발상을 통해 전해지는 책의 주제는 그냥 고민하지 말고 너가 좋을 대로 살라는 것!

인생을 살아가면서 고민할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뭘 먹을까? 뭘 입을까? 그 사람을 만날까 말까? 방을 청소할까 그냥 지저분하게 지낼까? 살을 뺄까 말까? 등의 고민들은 '독수리 5형제'가 없으니 이제 지구는 누가 지켜야하는가? 와 같이 우리네 삶에 아무 득도 안되는 잡기적인 고민일 뿐이다.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잘한 고민 속에서 힘겨워한다는 사실이라면 그말을 믿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게 놀랍게도 사실이라는 점. 현대인들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고민할 필요도 없는 소소한 문제들을 가득 끌어안고 염려와 걱정 속에 파묻여 지내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걱정과 고민과 염려를 사서 하는 시대의 사람들. 그렇기에 본서는 책의 제목과 같이 매사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냥 먹고 싶으면 맛있게 먹으면 되고, 대신 나중에 열심히 운동해서 살을 빼면 되는 것이고, 깨끗하게 지내고 싶으면 시간을 내서 부지런을 떨고 방 청소를 하면 그만이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정중하게 약속을 취소하면 그만이고, 입고 싶은 옷은 사서 입으면 그만이고...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살아가는 중생들이기에 오죽하면 성경에도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 한날의 근심은 그날의 것으로 족하다고 하지 않는가?

책을 덮으며 나의 삶을 돌아본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에 있어서도 사실 안해도 되는 걱정이 99%이다. 지금 그 걱정을 한다고 한들 한방에 해결되는 묘수가 떠오르는 것이 아님에도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시간 속에서 나의 귀중한 시간과 열정, 생각의 에너지를 내가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에게 먹이로서 헌납하고 있었던가? 본서는 내가 지금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에 우리의 삶의 모든 관심과 열정, 에너지를 투자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고민 자체에 잠식되는 것이 아닌 그 고민 자체를 삶의 공간 밖으로 토스해버릴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 평소 현대지성 출판사답지않은(?) 느낌의 책 한권으로 생각을 리프레쉬하게 된 시간이다.

아! 그런데 오늘 저녁은 뭘 먹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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