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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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이제 사용하지 않는 사어(死語), 카톨릭의 언어, 식자층이나 사용하는 학문의 언어와 같은 이미지다. 이 책은 이렇게 특정 계층의 언어라고 생각하며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너무나 멀고 생소한 라틴어에 대한 두터운 편견을 조금이나마 불식시켜준다. 유럽의 언어, 그중에서도 로마의 언어라고 불렸던 라틴어는 지금의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리고 포르투갈어의 근본 뿌리가 된 언어로서 그 역사가 매우 깊은 고대어 중 하나이며 매우 논리적인 특징을 갖기에 학술적이며 그 문체의 수려함으로 인해 예술적인 아름다운 매력을 지닌 언어이다.

혹자는 히브리어와 헬라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만 라틴어의 명문을 접하게 될 때 앞선 두 언어에 버금갈 정도로 문장과 문체의 세련됨에 공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이렇게 멋진 언어인 라틴어의 명문장들을 통해 라틴어 어휘를 분석하며 대표적인 명문들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기에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다. 책을 펼치면 눈에 익은 많은 라틴어 문장들이 보인다. 책에서건 매스컴에서건 너무나 쉽게 보고 들었던 문장들의 그 기원이 라틴어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때 독자는 라틴어가 지금은 한정된 장소와 사람들에게서만 사용되어지는 한계성에 비해 우리의 일상 속에 참으로 널리 퍼져 있고, 스며들어 와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특별히 라틴어는 정치, 법률, 의학, 예술, 종교, 철학 등 사회를 구성하는 인문, 과학의 영역 속에 매우 깊이 관여되어 사용되고 있는 언어임을 볼 때 라틴어의 문화적 우수성과 탁월함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문장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Festina lente(페스티나 렌테 : 천천히 서둘러라) 카이사르의 후계자였던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가 공화파인 브루투스 일당에게 살해 당한 후 후계자로서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차근차근 세밀한 준비와 더불어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가 되어서는 과감한 결단을 시행한 인물이다. 정적들에 의해 비명횡사한 카이사르 사후, 제국의 기초를 튼튼히 놓는 일에 있어 아우구스투스는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그리고 과감하고 재빠른 결단을 통해서 로마 1인자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튼튼히 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제국 융성의 기틀을 다잡아 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위의 문장은 어찌보면 매우 역설적이고 반어법적인 의미로서 다가오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속뜻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정작 그 결과로서 얻게 되는 중요한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서는 망설임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쳐버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명문이다.

두번째로 기억에 남는 문장은 익히 들어서 그 탄생 비화를 알고 있는 명문이다.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 죽음을 기억하라) 옛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들이 로마 시내로 개선행진을 하게 되는데 이 때 행렬의 맨 뒤에서 2~3명의 노예들이 뒤따르며 큰 소리로 목청껏 외치는 소리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Memento mori(메멘토 모리)라는 문장이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이 문장을 노예들로 하여금 소리높여 외치게 만든 이유는 지금은 당신이 개선장군으로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해하지만 그래봤자 당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죽음 앞에서 겸손해라! 라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이 문장의 숨은 의미 중에는 당시 큰 싸움에서 승리한 후 군단을 이끌고 다소 거만한 모습으로 개선하는 장군들의 쿠데타 위협을 염려한 황제들이 개선장군들에게 이러저러한 혐의를 씌워 사형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이러한 '메멘토 모리'의 외침이 장군들로 하여금 현재의 상황에 도취되지 말고 겸손히 황제 앞에서 자신을 낮추라는 각성의 기능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죽음 앞에서 모든 사람은 겸손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만은 진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는 자신만은 평생 죽지 않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여기며 남보다 가진 것 좀 있다고 남보다 힘 좀 있다고 뻣뻣한 목을 하고, 극도로 교만해져서 사람들을 짓밟고 깔아뭉개며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짐승같은 인간들에게 크나큰 교훈으로서의 깊은 울림이 있는 명문이다.

책을 통해 수록된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참으로 아름답고 수려하다. 인류 역사 가운데서 라틴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광범위하며 하나의 언어가 미치는 영향력 또한 놀랄만큼 방대하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사회 문화 각계 각층의 다양한 영역 속에서 라틴어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이 언어의 쓰임새는 다방면에 걸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의 언어가 전 세계에서 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그 언어의 문화적 우수성을 의미한다. 지금 현재 세계 공용어라고 하는 영어의 뿌리가 라틴어라고 하니 우리는 이 라틴어를 다시 볼 수 밖에 없다. 로마라는 당대 유럽 최강의 나라가 사용한 언어로서 당시 시대상과 문화를 고스란히 그 말 속에 간직한 라틴어가 지닌 그 높은 문화적 우수성과 무형의 정신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한권의 책을 통해서 느껴보기 원한다면 본서는 교양 라틴어 소개 도서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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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포티큘러 북
댄 카이넨 외 지음, 장정문 옮김 / 소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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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양육하며 적지 않은 책들을 접하고 읽어주면서 근래들어 내가 가진 책의 고정관념을 깨는 아동 도서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에 우리 집 1호는 팝업 북 두권을 드림 받았는데 책을 펼쳐드는 순간 책이 가지는 그 예술성에 감탄을 마지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단순한 팝업 북의 개념을 뛰어넘어 그 입체감과 화려함에 눈이 휘둥그래졌다는 표현이 딱 일 것이다.

그러나 그 환희와 감격도 잠시 뿐 본인은 이 포티큘러 북 <사파리>라는 책을 펼쳐드는 순간 크게 과장하지 않고 입에서 나도 모르게 깊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팝업 북 아티스트에 의해 전문적으로 제작된 팝업북의 경이로움을 한순간에 무색케 만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해도 바로 사진이 움직인다는 사실.

책은 제목과 같이 초원에 사는 치타, 사자, 고릴라, 가젤, 코키리, 코뿔소, 얼룩말, 기린까지 8마리의 대표적인 사파리 서식 동물들의 움직이는 사진은 마치 3D영화관에서의 한장면을 보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커버를 열자마자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치타의 몸놀림은 가히 환상적이다. 자세히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TV 속 동물의 왕국의 한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인다.

 

책은 그냥 단순하게 움직이는 사진만 덩그러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책의 저자는 두 사람으로 동물들의 움직이는 사진을 제작한 제작자와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기록한 지은이로서 책의 서두는 책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지은이가 직접 사파리 초원을 방문한 경험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각 장마다 본격적으로 그곳에서 본인이 만난 대표적인 동물들에 대한 개괄적인 사항들을 소개하며 환상적인 포티큘러 북의 매력을 한껏 발산시키고 있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동물들의 움직임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파리 여행지의 한 가운데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근사한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장난감과 교구재가 발달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본서처럼 건전지 없이 책의 화면이 움직이는 책이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영화에서 보듯이 홀로그램으로 허공에다 영상을 송출해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읽는 버츄얼 북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으리라...

 

 

 

! 이제 책에 관한 소개와 감탄은 여기까지하고 이 책의 주독자인 우리 집 1호와 2호의 피드백을 간략하게 첨부하고자 한다. 우선 1호는 이 책을 보는 순간 환호와 기쁨의 괴성을 마치 사파리 동물 중 하나와 같이 내질렀기에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위의 기록한 팝업 북의 매력에 빠져 몇일 간 자신의 꿈은 팝업 북 아티스트라고 하던 아이의 희망이 순간 포티큘러 북 아티스트로 바뀌지는 않을까 살짝 궁금했던 시간이 지난 후 아이는 순식간에 책에 빠져든다. 아직 학령기 전이라 한글을 완벽하게 떼지 못했기에 오로지 관심은 움직이는 사진에 꽂혀버린다. 그러면서 책장을 수십번 열었다 닫았다 하며 동물의 움직임과 완벽하게 하나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더 가관은 바로 우리 집 2호의 반응이다.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지 내심 궁금해하며 생후 8개월된 아이의 눈 앞에 이 책을 들이미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이유식 먹을 때도 반응하지 않던 유아의 그 작은 입에서 "으어~아~헤~캬...." 알아 들을 수 없는 외계어가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동물들의 빠른 움직임을 통해 동공 확장과 함께 분출되어지는 해석불가의 방언들은 이 책의 위력을 실감나게 해준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마치 신세계를 만난 듯한 2호의 반응을 통해서 나는 이 책이 왜 전 세계에서 130만부나 팔리며 대박을 쳤는지 그 이유를 발견했다.

아이들의 니드를 정확하게 간파한 저자들과 출판사의 기가막힌 기획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직 영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유아는 물론이거니와 뽀로로를 비롯한 각종 애니메이션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들의 눈높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한 일종의 플레이북이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각장마다 동물들을 소개하는 글까지 함께 읽으면서 사파리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생태적인 특징까지도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단면적인 백지 위에 까만 글자들, 그리고 간혹 그림과 사진들의 나열이 책이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의 전부였던 시대는 지났다. 이미 e북을 통해서 독자는 단말기 하나에 수백권의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손쉽게 꺼내 읽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독자는 포티큘러 북 <사파리>를 통해 책의 진화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동 도서라는 점은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넘쳐나는 인형이나 장난감보다 아이들에게 학습과 경이로움의 세계를 한꺼번에 선사해 줄 수 있는 포티큘러 북 <사파리>를 한권 선물해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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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사전 - 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그림으로 쉽게 풀이한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후타마세 도시후미 지음, 토쿠마루 유우 그림, 조민정 옮김, 전영범 감수, 나카무라 도시히 / 그린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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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과 관련된 많은 도서들이 이미 서점에 출간되어 유통되고 있지만 본서는 조금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보통 천문학의 역사와 천문학 연구에 일생을 헌신한 위대한 천문학자, 물리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교양 천문학 도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천문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천문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개론적인 느낌의 책이다. 즉 보통의 일반인들이 천문학에 입문할 때 가장 먼저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가 아마 용어, 개념의 문제일텐데 기본적인 용어와 개념에 관한 이해함이 부족하기에 독자들은 천문학에 대해서 궁금함과 알고 싶은 지적 욕구는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수많은 알쏭달쏭한 용어들에 겁부터 집어 먹기 십상이다.

이 책은 이러한 교양 천문학에 입문하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생소한 천문학 용어에 대해서 매우 간략하고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되었다. 책의 제목과 같이 마치 한권의 사전을 손에 들고 내가 찾고 싶은 영어 단어를 찾아서 그 뜻을 파악하는 것과 같이 수많은 생소한 천문학, 물리학 관련 용어에 대해서 독자는 얼마든지 가볍게 펼쳐서 읽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읽어도 손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없지않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단순한 내용의 나열이 아닌 용어와 개념 위주의 소위 천문학 가이드북과 같은 용도로는 결코 손색이 없다. 천체, 태양과 지구, 태양계, 항성, 우리 은하, 우주의 역사, 우주 용어들까지 천문학에 관련된 대부분의 용어들이 다양한 삽화와 더불어 독자의 이해를 시각적으로 돕기에 그냥 빽빽하게 쓰여져 있는 글자로 구성된 책보다는 이해하는데 있어서 훨씬 수월하게 어느 하나의 개념과 용어를 정리해 나갈 수 있는 점이 본서가 가진 장점이다.

우주에 관한 이러한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한가지 단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맴돈다. 그것은 이 광대하고 광활한 우주 가운데서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볼품없으며 먼지나 티끌과 같이 존재감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그런데 또 우리는 이 광대하고 광막한 우주의 작은 행성인 지구에서 오늘도 얼마나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하나라도 더 움켜쥐려고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참! 사는 게 뭔지?" 라는 조소 섞인 한숨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특별히 '광년'을 설명하는 페이지에서는 잠시 책장을 내려놓고 상념에 젖어든다. 빛이 진공 속을 1년 동안 가는 시간을 1광년이라고 말하는데 그 거리가 무려 약 9조 4600억 km라고 한다. 수치상으로 그냥 와! 멀다! 라고 생각할 수 있고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더 실감나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저자는 매우 친절하게 우리의 실생활의 것들과 비교해주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는다. 즉 시속 250km의 고속철도로 출발한다면 1광년의 거리는 430만년을 쉼 없이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며 시속 4만km라는 어마무시한 속도의 로켓으로 간다고 해도 2만 7000년을 쉼없이 날아가야지만 비로소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바로 1광년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얼마인 줄 아는가? 놀라지 마시라! 무려 230만 광년이라고 하니 가히 우리의 작은 머리로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더 경이로운 사실은 이러한 은하들이 우주에는 약 1000억개가 존재한다고 하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기 직전이다.

그러니 나의 어린 시절, 일요일 이른 아침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TV를 켜고 빠져들 정도로 애청했던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와 메텔이 엄마를 찾아 왜 그렇게 목적지도 보이지 않는 끝없는 우주 여행을 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 이해하게 된다. 우주가 너무나 광활해서 가도가도 끝이 없었기에...

우주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 때 바른 이성과 지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지극히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얼토당토한 생각은 얼마나 교만하고 극도로 무례한 생각인가? 어줍잖은 권력이라도 손에 쥐면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들이나 타고 다니고, 자기에게 아부하는 사람들 줄 세우기 놀이나 즐기는 인간의 교만함은 광대하고 광활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막한 우주를 바라볼 때 전부 같잖은 광대놀이에 지나지 않음을 오늘도 깨닫는다. 더불어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으며 하나라도 더 움켜쥐려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 내 주변 이웃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우주라는 영겁의 시간과 장소 가운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티끌과 같은 존재로서 100년도 채 못살고 가는 인생 속에서 나는 오늘도 이 작은 책 한 권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인생의 참된 의미를 우주 속에서 발견한다. 아! 오늘은 창문을 열고 깊어가는 가을 밤 하늘이나 한번 쳐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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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당나귀 현대지성 클래식 22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장 드 보쉐르 그림,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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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 표지를 통해 본서에 대해서 설명하는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장편 소설','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권' 선정 도서라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AD 2세기 북아프리카 카르타고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저자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는 헬라어와 라틴어, 웅변술을 공부했으며 이후 그리스에서 플라톤 철학까지 섭렵한 재원이다. 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상록>의 저자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동시대 인물로서 본서는 170년 경 쓰여졌다고 알려진다. 본서는 동일한 주인공과 등장인물을 주요 축으로하여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단위 단위로 엮어서 한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문학기법인 '피카레스크식' 구성의 효시가 된 책이라고 하기에 독자는 독특한 집필 방식으로 기술되어진 본서만이 가지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인 루키우스가 사업차 여행을 떠난 후 길에서 만난 길동무를 통해 마법에 흥미를 갖게 되고 마침내 그 마법에 의해 본인이 원치 않는 모습의 당나귀로 변해버리게 된다. 이 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들을 찰나의 순간에 놓쳐버림으로서 인간의 지성과 이성을 지닌 채 당나귀로서의 생활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모험 이야기들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나귀로 변해 버린 당나귀 루키우스의 눈과 귀로 바라보고 듣게 되는 인간사의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독자는 마치 당나귀 루키우스 옆에서 직접 사건들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욕심과 탐욕에 대한 풍자와 해학은 짧막한 이야기들을 통해 매우 흥미롭게 전달되어지는데 때로는 실소를 금치못하며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어리석음과 욕망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독자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통해 눈을 뗄 수 없게 끔 만드는 당나귀 루키우스의 증언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독자들이 알아야하고 발견해야하는 무엇보다는 중요한 사실은 당나귀의 눈에 비친 인간 현실 세계에 대한 풍자와 비웃음이다. 인간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때로는 음탕하고, 저속하며, 잔인하고 비열하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네 인간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어쩌면 여과하지 않고 묘사되는 장면들에 대해서 싫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씁쓸한 교훈이다.

특별히 책의 많은 장을 차지하는 <쿠피도와 프쉬케의 사랑>은 본서의 백미라 평할 만하다. 인간과 신의 사랑이라는 고대 그리스적 느낌이 충만한 이야기를 통해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때로는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는 애타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는 이후 다양한 고전 작품의 원형이 되기도 하였다고 하니 본서가 가지는 문학적 가치는 실로 책의 앞 커버에서 말하는 수식어구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다양한 로마와 헬라의 신들을 전면에 등장시킴으로서 신화적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며 더불어 인간의 탐욕, 욕망과 애욕, 시기, 질투와 같은 인간 본성의 추잡함이 관능적이고 에로스적인 느낌들과 뒤섞여 하나의 잘 버무려진 샐러드와 같은 냄새를 내뿜는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단위별로 묶여져서 진행되어지는 것이 마치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그만큼 내러티브적인 요소들은 예나 지금이나 독자들에게 재미와 함께 동시에 교훈을 선사하는 점에 있어서 탁월한 문학 구성 기법임에는 틀림없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저자 루키우스는 욕망과 탐욕의 허와 실을 바라보게 하고, 바른 인간성의 회복을 화두로 던진다. 자신들의 눈먼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고 계획했던 프쉬케의 언니들이나 책의 후반에 등장하는 동성애 사제들, 당나귀와의 교합을 즐긴 여인, 그 밖에 불륜과 외도, 돈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탐욕 등 인간사 동일하게 벌어지는 죄악들로 점철된 타락한 인간 본성에 대한 고발이 다름 아닌 그 인간들이 한낱 미물이라고 괄시하고 천대하는 존재인 당나귀라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개만도 못한 인간! 당나귀만도 못한 인간! 어쩌면 본서의 제목 <황금 당나귀>는 미물이라고 천대받는 당나귀의 존재가 오히려 죄악덩어리 인간보다 백배는 낫다라는 풍자와 조소의 극대화를 위해서 '황금' 당나귀라고 붙여진 것이 아닐지?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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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전쟁 378~1515
찰스 오만 지음, 안유정 옮김, 홍용진 감수 / 필요한책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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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태동한 이래 부족과 민족, 국가 단위의 죽고 죽이는 전쟁은 인류 역사의 한 축을 이룰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였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중세 유럽의 전쟁 양상을 시간적 순서, 민족과 나라의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역사적 전투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들을 역사적 고증과 함께 기술한 중세 유럽의 전쟁사를 다룬 저작이다. 특별히 각 민족과 나라들의 전쟁을 기술함에 있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각 나라의 전쟁 무기와 무장, 전술을 중심으로 전쟁에서의 성패와 관련된 유무형의 대내외적 요소들을 간략하지만 매우 상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우선 중세 유럽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바로 로마제국일 것이다.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중세 유럽을 호령할 수 있었던 당대 최강의 로마군단인 '레기오'는 보병 중심의 군대였다. 그러나 필적한 만한 적수가 없다고 여겼던 보병 중심의 무적 로마군단은 어느새 말을 타고 싸우는 날렵한 기병 중심의 전투집단인 고트족과 훈족에 의해 무참히 깨어지게 된다. 이로써 화려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보병 중심의 로마군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보병 중심의 로마군단이 기병 중심의 고트족과 훈족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배움을 엄청난 피의 댓가를 수업료로 치루며 얻게 된 후 중세 유럽 전장의 전술은 보병 중심에서 엄청난 기동성과 활동성을 겸비한 기병 중심으로 재편되어진다. 그러나 언제나 역사는 반복되는 법. 봉건 기사를 중심으로 한 기병들의 활약 또한 본서의 중간 정도에 등장하는 스위스군의 독특한 무기 체계 앞에서 속수 무책 무너지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것은 바로 스위스군이 가진 긴 장대 끝에 뾰족한 창을 단 '파이크'와 한쪽은 육중한 도끼, 반대쪽은 날카로운 창을 달고 있는 '미늘창'이라는 무기에 의해서였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스위스군이 고대 마케도니아군의 전술을 벤치마킹한 '팔랑크스 전투대형' 전술과 그들의 용맹성, 그리고 칸톤(도시국가연합체)이라는 동질성을 띈 체계 안에서의 전우들간의 신뢰와 전투에의 강한 의지가 결합되어 빠른 기동성과 민첩성을 지닌 중세 봉건 기병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영원히 중세 유럽 전장의 패자(覇者)가 될 것만 같았던 스위스군의 파이크 보병과 미늘창 보병들도 이후 견고하게 여겨졌던 팔랑크스 대형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짧은 검으로 스위스 보병들을 무참히 쑤시고 다닐 수 있었던 에스파니아 돌격병에 의해 처참한 패배를 당하고 만다. 그 이후 전장은 장궁을 사용하는 영국군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혼전에 빠지게 되는데...

로마, 비잔티움 제국, 봉건기사, 스위스, 영국에 이르기까지 중세 유럽의 패권을 다투었던 민족들과 나라들의 전술과 무기체계, 그들이 가진 유무형의 전력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점은 이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이다. 역사적인 고증을 통해서 재현된 전쟁의 상황들은 때로 처참하기도 하고, 인간의 야만성과 폭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유한한 자원을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은 인류 역사 가운데 전쟁이라는 방식으로 표현 되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애써 외면한 체 한편으로는 감정적 둔감함을 느끼며 책장을 덮는 나 자신의 냉랭함을 보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본서를 통해 깨닫는 것은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인간 사고방식의 중요성이었다. 몇번이나 동일하게 패배하면서도 기병이라는 새로운 전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보병의 옛 영화를 추억하며 번번히 전장에 나가서 도륙 당했던 멍청한 지휘관들의 고집스러운 사고 방식은 애끛은 병사들의 귀중한 목숨을 수차례에 걸쳐 값비싼 댓가로 지불하고 나서야 포기할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자신들의 팔랑크스 대형의 우수성을 너무나 자만한 나머지 지휘관의 명령 조차도 따르지 않음으로서 군 기강의 해이로 인해 정신적인 무형의 전투력을 상실한 스위스군의 사례들, 과감한 공격과 결단만 있었다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세한 싸움의 상황을 승리로 종료시킬 수 있었음에도 단지 옛 선배 지휘관이 고수했던 수비적인 전술을 택함으로서 퇴각하는 프랑스군이 전열을 가다듬고 역공할 빌미를 만들어줌으로서 승리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처참한 패배(항복한 영국군을 프랑스군들은 전부 학살했다고 한다)를 당한 백년전쟁 포르미니 전투의 영국군 사령관 키리엘과 같은 우유부단함과 무능력 등 전쟁은 탁월한 무기만이 있다고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기와 전술을 누가 어떻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1200여년 중세 유럽의 전쟁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본서를 통해 독자는 전쟁의 참혹함과 야만성, 비인간적인 부분에 경악하면서도 반면 인간 정신의 탁월함이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빛을 발할 수 있고 또한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지에 관한 교훈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전쟁사를 보면 작은 인간 세계를 축소시켜 놓은 것과 같다. 칼과 창이 난무하지는 않지만 먹고 살기 위해 끊임없는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혜와 용기,인내와 절제, 과감한 결단 등을 전쟁사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진정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비인간적 짐승의 역사인 전쟁사를 펼쳐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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