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 포티큘러 북
댄 카이넨 외 지음, 장정문 옮김 / 소우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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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양육하며 적지 않은 책들을 접하고 읽어주면서 근래들어 내가 가진 책의 고정관념을 깨는 아동 도서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에 우리 집 1호는 팝업 북 두권을 드림 받았는데 책을 펼쳐드는 순간 책이 가지는 그 예술성에 감탄을 마지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단순한 팝업 북의 개념을 뛰어넘어 그 입체감과 화려함에 눈이 휘둥그래졌다는 표현이 딱 일 것이다.

그러나 그 환희와 감격도 잠시 뿐 본인은 이 포티큘러 북 <사파리>라는 책을 펼쳐드는 순간 크게 과장하지 않고 입에서 나도 모르게 깊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팝업 북 아티스트에 의해 전문적으로 제작된 팝업북의 경이로움을 한순간에 무색케 만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해도 바로 사진이 움직인다는 사실.

책은 제목과 같이 초원에 사는 치타, 사자, 고릴라, 가젤, 코키리, 코뿔소, 얼룩말, 기린까지 8마리의 대표적인 사파리 서식 동물들의 움직이는 사진은 마치 3D영화관에서의 한장면을 보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책의 커버를 열자마자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치타의 몸놀림은 가히 환상적이다. 자세히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TV 속 동물의 왕국의 한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인다.

 

책은 그냥 단순하게 움직이는 사진만 덩그러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책의 저자는 두 사람으로 동물들의 움직이는 사진을 제작한 제작자와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기록한 지은이로서 책의 서두는 책을 소개하는 글과 함께 지은이가 직접 사파리 초원을 방문한 경험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각 장마다 본격적으로 그곳에서 본인이 만난 대표적인 동물들에 대한 개괄적인 사항들을 소개하며 환상적인 포티큘러 북의 매력을 한껏 발산시키고 있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동물들의 움직임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파리 여행지의 한 가운데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근사한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장난감과 교구재가 발달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본서처럼 건전지 없이 책의 화면이 움직이는 책이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영화에서 보듯이 홀로그램으로 허공에다 영상을 송출해서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읽는 버츄얼 북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으리라...

 

 

 

! 이제 책에 관한 소개와 감탄은 여기까지하고 이 책의 주독자인 우리 집 1호와 2호의 피드백을 간략하게 첨부하고자 한다. 우선 1호는 이 책을 보는 순간 환호와 기쁨의 괴성을 마치 사파리 동물 중 하나와 같이 내질렀기에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위의 기록한 팝업 북의 매력에 빠져 몇일 간 자신의 꿈은 팝업 북 아티스트라고 하던 아이의 희망이 순간 포티큘러 북 아티스트로 바뀌지는 않을까 살짝 궁금했던 시간이 지난 후 아이는 순식간에 책에 빠져든다. 아직 학령기 전이라 한글을 완벽하게 떼지 못했기에 오로지 관심은 움직이는 사진에 꽂혀버린다. 그러면서 책장을 수십번 열었다 닫았다 하며 동물의 움직임과 완벽하게 하나되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더 가관은 바로 우리 집 2호의 반응이다.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지 내심 궁금해하며 생후 8개월된 아이의 눈 앞에 이 책을 들이미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이유식 먹을 때도 반응하지 않던 유아의 그 작은 입에서 "으어~아~헤~캬...." 알아 들을 수 없는 외계어가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동물들의 빠른 움직임을 통해 동공 확장과 함께 분출되어지는 해석불가의 방언들은 이 책의 위력을 실감나게 해준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마치 신세계를 만난 듯한 2호의 반응을 통해서 나는 이 책이 왜 전 세계에서 130만부나 팔리며 대박을 쳤는지 그 이유를 발견했다.

아이들의 니드를 정확하게 간파한 저자들과 출판사의 기가막힌 기획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직 영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유아는 물론이거니와 뽀로로를 비롯한 각종 애니메이션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들의 눈높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한 일종의 플레이북이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각장마다 동물들을 소개하는 글까지 함께 읽으면서 사파리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생태적인 특징까지도 공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단면적인 백지 위에 까만 글자들, 그리고 간혹 그림과 사진들의 나열이 책이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의 전부였던 시대는 지났다. 이미 e북을 통해서 독자는 단말기 하나에 수백권의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며 손쉽게 꺼내 읽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독자는 포티큘러 북 <사파리>를 통해 책의 진화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동 도서라는 점은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넘쳐나는 인형이나 장난감보다 아이들에게 학습과 경이로움의 세계를 한꺼번에 선사해 줄 수 있는 포티큘러 북 <사파리>를 한권 선물해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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