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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사전 - 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그림으로 쉽게 풀이한 ㅣ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후타마세 도시후미 지음, 토쿠마루 유우 그림, 조민정 옮김, 전영범 감수, 나카무라 도시히 / 그린북 / 2018년 10월
평점 :

천문학과 관련된 많은 도서들이 이미 서점에 출간되어 유통되고 있지만 본서는 조금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보통 천문학의 역사와 천문학 연구에 일생을 헌신한 위대한 천문학자, 물리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교양 천문학 도서들과는 달리 이 책은 천문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천문학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개론적인 느낌의 책이다. 즉 보통의 일반인들이 천문학에 입문할 때 가장 먼저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가 아마 용어, 개념의 문제일텐데 기본적인 용어와 개념에 관한 이해함이 부족하기에 독자들은 천문학에 대해서 궁금함과 알고 싶은 지적 욕구는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수많은 알쏭달쏭한 용어들에 겁부터 집어 먹기 십상이다.
이 책은 이러한 교양 천문학에 입문하기 원하는 독자들에게 생소한 천문학 용어에 대해서 매우 간략하고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되었다. 책의 제목과 같이 마치 한권의 사전을 손에 들고 내가 찾고 싶은 영어 단어를 찾아서 그 뜻을 파악하는 것과 같이 수많은 생소한 천문학, 물리학 관련 용어에 대해서 독자는 얼마든지 가볍게 펼쳐서 읽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읽어도 손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없지않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단순한 내용의 나열이 아닌 용어와 개념 위주의 소위 천문학 가이드북과 같은 용도로는 결코 손색이 없다. 천체, 태양과 지구, 태양계, 항성, 우리 은하, 우주의 역사, 우주 용어들까지 천문학에 관련된 대부분의 용어들이 다양한 삽화와 더불어 독자의 이해를 시각적으로 돕기에 그냥 빽빽하게 쓰여져 있는 글자로 구성된 책보다는 이해하는데 있어서 훨씬 수월하게 어느 하나의 개념과 용어를 정리해 나갈 수 있는 점이 본서가 가진 장점이다.
우주에 관한 이러한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한가지 단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맴돈다. 그것은 이 광대하고 광활한 우주 가운데서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볼품없으며 먼지나 티끌과 같이 존재감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다. 그런데 또 우리는 이 광대하고 광막한 우주의 작은 행성인 지구에서 오늘도 얼마나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하나라도 더 움켜쥐려고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참! 사는 게 뭔지?" 라는 조소 섞인 한숨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특별히 '광년'을 설명하는 페이지에서는 잠시 책장을 내려놓고 상념에 젖어든다. 빛이 진공 속을 1년 동안 가는 시간을 1광년이라고 말하는데 그 거리가 무려 약 9조 4600억 km라고 한다. 수치상으로 그냥 와! 멀다! 라고 생각할 수 있고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더 실감나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저자는 매우 친절하게 우리의 실생활의 것들과 비교해주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는다. 즉 시속 250km의 고속철도로 출발한다면 1광년의 거리는 430만년을 쉼 없이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며 시속 4만km라는 어마무시한 속도의 로켓으로 간다고 해도 2만 7000년을 쉼없이 날아가야지만 비로소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바로 1광년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가 얼마인 줄 아는가? 놀라지 마시라! 무려 230만 광년이라고 하니 가히 우리의 작은 머리로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더 경이로운 사실은 이러한 은하들이 우주에는 약 1000억개가 존재한다고 하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기 직전이다.
그러니 나의 어린 시절, 일요일 이른 아침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TV를 켜고 빠져들 정도로 애청했던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와 메텔이 엄마를 찾아 왜 그렇게 목적지도 보이지 않는 끝없는 우주 여행을 했는지 그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 이해하게 된다. 우주가 너무나 광활해서 가도가도 끝이 없었기에...
우주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 때 바른 이성과 지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지극히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얼토당토한 생각은 얼마나 교만하고 극도로 무례한 생각인가? 어줍잖은 권력이라도 손에 쥐면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들이나 타고 다니고, 자기에게 아부하는 사람들 줄 세우기 놀이나 즐기는 인간의 교만함은 광대하고 광활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막한 우주를 바라볼 때 전부 같잖은 광대놀이에 지나지 않음을 오늘도 깨닫는다. 더불어 인생의 덧없음을 깨달으며 하나라도 더 움켜쥐려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 내 주변 이웃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우주라는 영겁의 시간과 장소 가운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티끌과 같은 존재로서 100년도 채 못살고 가는 인생 속에서 나는 오늘도 이 작은 책 한 권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인생의 참된 의미를 우주 속에서 발견한다. 아! 오늘은 창문을 열고 깊어가는 가을 밤 하늘이나 한번 쳐다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