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당나귀 현대지성 클래식 22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장 드 보쉐르 그림,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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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 표지를 통해 본서에 대해서 설명하는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장편 소설','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권' 선정 도서라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AD 2세기 북아프리카 카르타고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저자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는 헬라어와 라틴어, 웅변술을 공부했으며 이후 그리스에서 플라톤 철학까지 섭렵한 재원이다. 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상록>의 저자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동시대 인물로서 본서는 170년 경 쓰여졌다고 알려진다. 본서는 동일한 주인공과 등장인물을 주요 축으로하여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단위 단위로 엮어서 한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문학기법인 '피카레스크식' 구성의 효시가 된 책이라고 하기에 독자는 독특한 집필 방식으로 기술되어진 본서만이 가지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저자인 루키우스가 사업차 여행을 떠난 후 길에서 만난 길동무를 통해 마법에 흥미를 갖게 되고 마침내 그 마법에 의해 본인이 원치 않는 모습의 당나귀로 변해버리게 된다. 이 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들을 찰나의 순간에 놓쳐버림으로서 인간의 지성과 이성을 지닌 채 당나귀로서의 생활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모험 이야기들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나귀로 변해 버린 당나귀 루키우스의 눈과 귀로 바라보고 듣게 되는 인간사의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독자는 마치 당나귀 루키우스 옆에서 직접 사건들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욕심과 탐욕에 대한 풍자와 해학은 짧막한 이야기들을 통해 매우 흥미롭게 전달되어지는데 때로는 실소를 금치못하며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어리석음과 욕망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독자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통해 눈을 뗄 수 없게 끔 만드는 당나귀 루키우스의 증언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독자들이 알아야하고 발견해야하는 무엇보다는 중요한 사실은 당나귀의 눈에 비친 인간 현실 세계에 대한 풍자와 비웃음이다. 인간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때로는 음탕하고, 저속하며, 잔인하고 비열하지만 그것이 지금 우리네 인간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어쩌면 여과하지 않고 묘사되는 장면들에 대해서 싫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책이 우리에게 주는 씁쓸한 교훈이다.

특별히 책의 많은 장을 차지하는 <쿠피도와 프쉬케의 사랑>은 본서의 백미라 평할 만하다. 인간과 신의 사랑이라는 고대 그리스적 느낌이 충만한 이야기를 통해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때로는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는 애타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는 이후 다양한 고전 작품의 원형이 되기도 하였다고 하니 본서가 가지는 문학적 가치는 실로 책의 앞 커버에서 말하는 수식어구가 허언이 아님을 증명해준다. 다양한 로마와 헬라의 신들을 전면에 등장시킴으로서 신화적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며 더불어 인간의 탐욕, 욕망과 애욕, 시기, 질투와 같은 인간 본성의 추잡함이 관능적이고 에로스적인 느낌들과 뒤섞여 하나의 잘 버무려진 샐러드와 같은 냄새를 내뿜는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단위별로 묶여져서 진행되어지는 것이 마치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그만큼 내러티브적인 요소들은 예나 지금이나 독자들에게 재미와 함께 동시에 교훈을 선사하는 점에 있어서 탁월한 문학 구성 기법임에는 틀림없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저자 루키우스는 욕망과 탐욕의 허와 실을 바라보게 하고, 바른 인간성의 회복을 화두로 던진다. 자신들의 눈먼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고 계획했던 프쉬케의 언니들이나 책의 후반에 등장하는 동성애 사제들, 당나귀와의 교합을 즐긴 여인, 그 밖에 불륜과 외도, 돈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탐욕 등 인간사 동일하게 벌어지는 죄악들로 점철된 타락한 인간 본성에 대한 고발이 다름 아닌 그 인간들이 한낱 미물이라고 괄시하고 천대하는 존재인 당나귀라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개만도 못한 인간! 당나귀만도 못한 인간! 어쩌면 본서의 제목 <황금 당나귀>는 미물이라고 천대받는 당나귀의 존재가 오히려 죄악덩어리 인간보다 백배는 낫다라는 풍자와 조소의 극대화를 위해서 '황금' 당나귀라고 붙여진 것이 아닐지?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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