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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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책을 읽었다. 인공 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반려로봇이라는 개념으로 승화시킨 책으로서 책의 표지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과학 문명의 시대 속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창조'로서의 인공 지능에 대해 생각하며 만난 또 하나의 책이 바로 여류 소설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책은 SF(Science Fiction)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를 터뜨림과 동시에 이후 등장한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 등의 원형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 저작이다. 저자인 메리 셸리는 산업혁명이 한창인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에게 홀대받는 다소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의 지성적 보살핌 속에서 이른 나이에 수많은 책을 독파하며 지적 근육을 키웠다. 1818년 1월 출간된 본서는 몇몇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유령 이야기'를 써보자는 제안을 통해 탄생된 일종의 사적 게임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장난삼아 썼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책이 갖는 문학적 가치와 내포하는 사회적 의미가 크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북극 탐험가 '월턴'은 탐험 중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의 조난 당한 남성을 구조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지적 오만함으로 인해 세상에 태어나면 안 될 끔찍한 '괴물'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그 공포스러움에 압도되어 괴물을 방치하게 되고 괴물은 세상 속에서 지성과 이성을 지닌 존재로서 성장한다. 인간 세상의 아름다움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깊은 감화를 받은 괴물은 자신 또한 인간들과 어울리며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다가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흉측한 외모로 인해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게 되자 급기야는 자신을 만들어놓고 방치한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의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아내를 향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복수의 칼날을 쳐든다.

책은 일종의 2중 액자식 구성이다. 독자는 탐험가 '월턴'이 자신의 누나 '마거릿'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월턴은 프랑켄슈타인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누나에게 전한다. 전체적으로 1차 액자식 구성이다. 책의 2부 3장부터는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조우가 이루어진다. 괴물이 자신의 창조자와 독대하며 자신이 버려진 후 인간 세상 속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고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인간 이성과 지성에 눈뜨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부분이 상당한 분량으로서 1차 이야기 속의 2차 이야기를 배치시킴으로서 2중의 중첩된 프레임을 형성한다.

 

 

해제에서 역자는 자신의 따뜻한 진심과는 달리 흉측한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괴물'이 당시 산업혁명으로 인해 차별받는 노동자 계층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괴물의 의미를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여성들에 대한 페미니즘적 서사로서 해석하기도 한다. 책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빛의 굴절로 인해 다양한 색깔을 관찰할 수 있는 프리즘과 같다. 즉 책을 읽는 독자들의 관점과 해석적 견해 차이가 책이 의미하는 바를 다채롭게 채색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프리즘은 역자의 해제와는 좀 달랐다. 나는 차별과 페미니즘적 서사라는 키워드를 옆으로 잠시 밀쳐둔다.

우선 책은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인간이 가진 극도의 오만함과 과학적 광기를 보여준다. '창조'라는 영역은 피조물인 인간이 결코 넘보아서는 안될 신성불가침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과학기술이라는 제2의 신을 통해 끊임없이 그 오만스러움을 뽐낸다. 책의 서두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수재로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인류 문명의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괴물'을 탄생시킨다. 그의 과학적 발견을 향한 열정과 정념이 결코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는다. 그런데 책을 주의 깊게 읽으며 이야기의 내면에 숨겨진 진짜 공포스러움의 민낯을 발견한다. 괴물은 인간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이성, 지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진짜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반면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의 삶은 파멸과 비극이라는 소용돌이를 향해 치닫는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이 창조자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다시 말해 자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급기야는 본인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이다. 프랑켄슈타인 = 괴물의 공식이 성립된다. 지금껏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무지에 의한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괴물의 조건!?

 

창조자가 되려고 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스스로의 지적타락을 의미하며 결국 본인 스스로가 제2의 괴물이 되어감을 의미한다. 피조물이 피조물의 위치를 벗어나 스스로 창조자가 되려는 오만스러움을 드러낼 때 '프랑켄슈타인(괴물)'이 되어간다. 프랑켄슈타인의 내면에 괴물의 불안한 심리 기제가 그대로 투사되었다. 인간 본성의 탐욕과 숨겨진 내면의 욕망이 오만스러움과 만날 때 그가 누구든 괴물이 된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패륜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미친 시대 속 우리네 세상도 괴물이 넘쳐난다. 그렇기에 어쩌면 '인간 프랑켄슈타인'보다는 버림받기 전 '이름 없는 괴물'이 보인 인간다움이 더 인간답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더 서글퍼지는 것은 아닐까? 초여름의 길목, 깊은 진의를 이해하고 읽는다면 피칠갑하는 요즘의 웬만한 호러 소설들과는 결이 다른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옛 어른들의 말이 떠오른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괴물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지는 저작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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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테마로 읽는 역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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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유채꽃과 동백꽃이 유명하다. 보통 3~4월이 절정인 유채꽃이 올해는 1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했다.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밭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황홀경에 빠진다. 꽃 한 송이가 전해주는 그윽한 향과 시각적 아름다움은 수많은 탐미적 인간들에게 열광의 대상이다. 인간의 오랜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로서 이어져 온 꽃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고찰해볼 수 있는 독특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영문학자 '캐시어 바디'의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16가지의 꽃들을 인간 역사의 한 장으로 불러낸다. 꽃은 기쁨과 축하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임과 동시에 슬픔과 애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전쟁, 혁명, 이념, 미술, 종교, 문화와 같은 인간 의식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각 계절을 대표하는 꽃들을 4가지씩 선별했다. 흔히 우리의 정서 속 어버이날의 꽃이라고 여기는 카네이션이 가지는 내적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변종으로 탄생한 녹색 카네이션은 동성애를 상징하며 붉은 카네이션은 노동자의 권리와 저항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반면 흰색 카네이션은 어머니날과 가족, 모성애를 상징했지만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상징으로서 매우 불명예스럽게 사용되기도 했다. 보통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하는 장미는 어떤가? 저자는 장미가 역사적으로 인간의 성(性)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고 말한다. 장미가 가지는 성적 갈망의 의미와는 반대로 기독교의 자선, 행복에 대한 기대와 같은 전혀 다른 의미 또한 가진다고 하니 이것 또한 흥미롭다. 국화는 반전의 상징임과 동시에 일본에서는 벚꽃과 더불어 전쟁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했으니 이 또한 역설이다. 천황을 위해서 벚꽃과 같이 떨어져야 한다고 외쳤던 일본은 태평양 전쟁 당시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의 공군 조종사들이 미국 항공모함을 향해 떨어지도록 종용했다. 그뿐인가? 물불 안 가리고 총검 돌격을 감행했던 일본 육군의 일명 '반자이 어택' 또한 벚꽃과 같이 천황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미군의 기관총탄 앞에 내던지게 만들었다. 아까운 젊은 군인들의 목숨이 꽃과 같이 졌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역사적으로 꽃에 이름을 부여하고 의미를 덧입힌 것은 인간이다. 계절에 따라서 항상 그 자리에서 피고 지는 꽃은 가치중립적이다. 이념도 없고 탐욕도 없으며 투쟁도 없다. 꽃은 꽃 자체로서 아름답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심미적 인간들에게 기쁨과 정서적 만족을 주는 꽃은 날것 그대로 좋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흔하디흔한 유행가의 가사처럼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가? 책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는 결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반목과 다툼, 욕망과 정욕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인간은 오늘 길가에 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의 꽃과 비교해도 별로 아름답지 않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요즘 우리 집 2호가 혀 짧은 소리로 자주 부르는 노래다. 그렇다. 아무 데나 피어도 꽃이고 생긴 대로 이름 없이 피는 들꽃이라도 모두 다 꽃이다. 나는 아이가 부르는 노래 가사 속에서 꽃이 인간에게 전하는 작은 메시지를 발견한다. 생각과 사상, 성향에 따라 출신과 편을 가르고 무언가를 자꾸 규정하며 정의하여 무형의 프레임을 굴레 씌우는 세상을 향해 이 동요의 메시지는 부드럽지만 날 섰다. 책을 읽고 동요를 들으니 섬찟하다. 책의 내용 전체가 인간이 꽃에게 부여한 의미와 이미지가 이렇기에 그렇다. 꽃은 그냥 생긴 대로 이름도 없고 욕심도 없이 피었다 진다.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확실히 인간은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게 맞다! 꽃이라는 평범한 소재가 역사와 만나 묘한 향내를 풍기는 독특한 저작이다. 단순히 흥미로운 꽃 이야기를 떠나서 우리 자신을 성찰함과 동시에 깊은 인문학적 교훈을 길어올 릴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책, 예쁜 꽃 화보집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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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백금산 지음 / 부흥과개혁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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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일에 무슨 선물 받고 싶어요?" 우리 집 1호가 물었다. "도서상품권!" 1초도 망설임 없이 나온 나의 대답이다. 나는 다른 어떤 것보다 책이 좋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 자체이며 생(生)을 유지하기 위한 호흡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매번 고민한다. 이번에 만난 책은 <부흥과개혁사>로 더 많이 알려진 다독가 '백금산' 목사님의 독서법 저작 <책 읽는 방법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이다. 정말 책 읽는 방법이 바뀌면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 책을 펼친다.

대상 독자는 일단 개신교 신자에 국한되지만 종교의 유무는 크게 상관없다. 총 3장으로 구성된 독서법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독서법의 기본기, 인격 성숙을 위한 독서법, 전문지식을 얻는 독서법으로 나뉜다. 독서의 목적은 세 가지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 인격 성숙과 신앙 성장을 위한 독서, 전문지식을 위한 독서가 그것이다. 독서의 기본기는 초급, 중급, 고급 단계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내용은 중급 독서법 가운데 분석 독서법이다. 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이 정말 나의 것이 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무는 책이 말하는 주제를 이해해서 나의 말로 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주제와 구조를 파악하는 귀납법적 독서를 말한다. 완독 후 책의 주제를 내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책을 사서 읽었던 모든 행위는 시간과 책값 낭비일 뿐이다. "나 책 이만큼 읽었다!"라고 자랑하는 자기만족과 자기 과시에 지나지 않는 일종의 지적 허세다.

두 번째는 인격과 신앙 성숙을 위해 한 권의 책을 탐독하는 것, 한 사람의 스승을 마스터하는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암송할 정도로 철저히 숙독하는 것과 한 사람의 스승이 저술한 그의 오페라를 전부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저자는 경건 독서와 신학 독서, 고전과 신간 읽기, 신앙 서적과 일반 서적 독서의 균형을 이야기한다. 치우침 없는 전인적 독서가를 지향하라는 의미다.

 

 

철저하게 읽어라. 몸에 흠뻑 밸 때까지 그 안에서 찾아라. 읽고 또 읽고 되씹어서 소화해 버려라. 바로 여러분의 살이 되고 피가 되게 하라. 좋은 책은 여러 번 독파하고 주를 달고 분석해 놓아라-스펄전 p84~85

 

정리하자면 이렇다. 독서의 기본기 중 하나는 분석 독서를 통해 책의 주제와 구조를 파악하고 저자가 말하는 책의 주제를 다른 이에게 나의 언어로 온전하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인격과 신앙 성숙을 위한 위한 독서는 한 권의 책과 한 명의 스승을 파고드는 것이다. 여기서는 정독과 재독이 중요하다. 더불어 전인적 독서를 위해 독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전문 지식을 얻기위한 독서는 다독과 속독이 관건이다. 얼마나 많이 읽어내느냐의 싸움이다. 다량의 정보를 받아들여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글과 책으로 재생산해낼 수 있어야 한다. 차이는 이렇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해당 분야의 책에만 천착해서 미친 듯이 읽고 공부하면 뭐가 되도 된다. 그러나 지도자가 되려면 내 분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다른 분야의 책들까지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야 한다. 그것도 대충이 아닌 정독의 방법으로 말이다. 책에 있어서는 '광인(狂人)'이 되라는 의미다!

한 달에 10권, 1년에 120권이 목표다. 엄청난 양의 책을 읽어내는 괴물 다독가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러나 나는 다독보다는 정독을 지향한다. 책을 덮고 그 책을 나의 언어로 누군가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 때의 그 짜릿한 지적 희열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좋은 책을 엄선해서 정독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본서는 이러한 열망의 중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데 있어서 손색이 없다. 20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서점은 마치 책과 지식의 바다와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정함이 있고 생각보다 짧다. 금세 끝나버릴 인생 속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어떤 책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읽어낼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실제적인 독서 방법론을 나누는 내용 속에서 저자의 책과 독서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이 책 자체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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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 (가죽 장정)
리고니어 미니스트리 출판부 지음, 김진운 외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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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리뷰해보기는 처음이다. 나의 최애 출판사 중 하나인 '부흥과개혁사'에서 몇 권의 스터디 바이블이 출시되었다. ESV 스터디 바이블,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 NIV 스터디 바이블, 글로벌 스터디 바이블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을 선택해서 구입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매우 훌륭한 성경이라고 확신하며 결정했다.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은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최초의 스터디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제네바 성경>의 전통을 계승하는 명실상부 스터디 바이블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 NIV 번역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ESV 번역을 선호한다. 그런데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의 본문이 ESV 번역의 본문을 사용하고 관주 체계 또한 ESV의 것을 따른다는 프리뷰를 읽고 기쁜 마음으로 본서를 선택했다.

우선 탁월한 개혁주의 신학자 'R.C.스프로울'을 편집장으로 해서 개혁주의를 대표하는 약 70여 명의 기라성 같은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감수와 편집, 기고자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무엇보다도 16세기 종교개혁의 정신을 간직한 제네바 성경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의미 자체가 이 스터디 바이블이 어떠한 목적과 용도로 구성되었는지를 짐작게 한다. 성경 66권의 본문을 충실하게 수록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충실한 각주와 본문 해석이 매장마다 빼곡하게 담겨있기에 독자는 홀로 앉아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데에 있어 아무 지장이 없다. 상세한 관주는 마치 옆에 성경 교사를 두고 일대일 개인 과외를 듣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더불어 책이 가지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성경의 뒤편에 개혁주의의 중요한 교리를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첨부해놓았다는 점이다. 초대교회의 신조인 사도신경, 니케아 신경, 칼케돈 신경을 비롯해서 개혁교회의 6가지 대표적 신조인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벨직 신앙고백서, 도르트 신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웨스트민스터 대교리&소교리 문답까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그야말로 이 스터디 바이블 한 권이면 개혁주의 핵심 교리와 성경 전권을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성경 각 권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개요 부분을 살펴보면 스터디 바이블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하다. 우선 장르별 개론을 설명하면서 역사적 배경과 당시의 지도를 첨부해서 독자로 하여금 사전 지식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내가 읽고 공부하려고 하는 성경의 전체적인 주제와 배경을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이렇듯 본서는 숲을 보고 나무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성경 각권으로 들어가게 되면 우선 서론 부분을 통해서 해당 성경의 각론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의 제목, 쓰인 연대, 장르, 지은이, 문예적 특성, 주제, 마태복음이 말하는 신학, 문단 개요 등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너무나 환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ESV 스터디 바이블> 또한 매우 훌륭한 성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ESV 스터디 바이블과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 두 권 정도면 홀로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아니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성경이라고 다 같은 성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중에 다양한 번역본의 성경들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성경이 말하는 진리를 변개함 없이 전달하는 성경이 제대로 된 성경이다. 간혹 요즘 신자들 가운데는 어느 유명한 외국 목회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번역해서 만든 성경을 그렇게도 좋아한다. 주로 청년 신자들이 많다. 그 사람이 어떠한 신학적 배경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유명세에 끌려서 또는 단지 현대적 감각의 표지와 아름다운 문장의 매끄러운 느낌들이 좋아서 선택한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올바른 신자라면 바르고 건강한 신학적 바탕 위에서 번역되고 전승된 성경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리뷰하는 개혁주의 스터디 바이블은 그중 한 권이다. 홀로 성경을 읽고 공부하기 위해서 스터디 바이블을 찾는 독자라면 본서는 단연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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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동성애에 답하다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7
케빈 드영 지음, 조계광 옮김 / 지평서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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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은혜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그리고 이웃과 함께 걷다. p175

 

퀴어 축제, 포괄적 차별 금지법, 학생인권조례 등에 담겨있는 공통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동성애(Homosexuality)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핫한 논쟁의 주제이기도 한 동성애 관련 문제는 교회 안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 개신교 목사님들 몇몇 분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동성애와 관련하여 본인들의 주장을 상대에게 납득시키고 관철시키기 위한 출구 없는 논쟁을 상당 기간 동안 이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전통주의 목사님들과 동성애를 찬성하는 수정주의 목사님들의 격돌이었죠. 논쟁은 평행선을 그으며 마침내 수정주의 측 목사님들 다수가 그 커뮤니티를 탈퇴하는 것으로 끝나버렸습니다.

며칠간 조용히 논쟁을 지켜보면서 미국 개혁주의 목회자 '케빈 드영'목사님의 책 <성경이 동성애에 답하다>가 생각났습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책을 시작하며 자신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전통주의를 지지함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한 지역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로서 정치, 철학, 생물학, 역사학, 법학과 같은 분야에서 말하는 동성애에 관한 내용보다는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배경 안에서 성경이 동성애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기독교 도서임을 분명히 하죠.

책은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기를 통해 동성애를 죄로써 정죄하는 성경의 명백한 구절들을 이야기합니다. 대표적으로 창세기 1, 2장의 전통적인 결혼에 관한 내용과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에 관한 이야기, 구약의 성결 법전이 등장하는 레위기 18, 20장의 내용, 로마서 1장에서 사도 바울이 말하는 동성애 관련 구절 등이 그것입니다. 저자 드영은 히브리어와 희랍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은 신학적 통찰과 바른 성경해석학적 능력을 십분 발휘합니다. 이렇듯 성경에 대한 말 할 수 없는 사랑과 하나님의 주권, 그분의 영광에 대한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개혁주의의 올곧음이 저작의 처음부터 끝을 관통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불신자들과 수정주의자들 어느 누가 읽어도 결코 반감이나 적개심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저자 케빈 드영 목사님의 온유함과 지극히 겸손한 집필 태도로 인한 것이죠.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분명히 자신이 동성애자들과 수정주의자들을 비난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책을 쓰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며 그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힙니다.

2부에서는 동성애 관련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론들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역 반론이 시작됩니다. 일단 수정주의자들 또한 동일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신자들이기에 역시 성경의 관점을 정확하게 제시합니다. 성(性) 윤리에 관한 전통적 견해를 반대하는 수정주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오해하고 있는지를 밝히며 그들이 고수하는 생각들이 역사적, 문화적, 목회적, 해석학적 근거가 없는 빈약한 주장임을 논박합니다. 그렇기에 책의 2부는 케빈 드영 목사님의 깊은 신학적, 철학적, 역사적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인상 깊은 챕터이기도 하네요.

 

 

우리 시대에서 충실함이란, 무엇보다도 전에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았던 명백한 진리, 곧 동성애 행위가 죄라는 진리를 신중하고도 설득력 있는 논리로 끝까지 인내하며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p175

 

책을 며칠간 신중하게 완독했을 때 리뷰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양측 목사님들의 논쟁이 떠올랐습니다. 수정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했던 어느 목사님은 계속 '본성적 동성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셨습니다. 성경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본성적 동성애자'라는 용어의 어원적 출처를 밝혀달라는 요구에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며 어느 순간 출처가 없는 자의적으로 만들어 내신 표현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이 외에도 계속되는 동성애 관련 다양한 내용의 설전이 오고 갔지만 양측의 논쟁은 끝이 없는 동문서답 그 자체였습니다. 논쟁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은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관한 바른 해석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사변적이고 자의적인 성경 해석, 틀린 것을 지적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겸손함의 부재 등...

이렇듯 정확한 성경해석의 중요성을 느끼는 가운데 미국 개혁주의 신학의 차세대 주자라고 불리는 케빈 드영 목사님의 동성애와 관련한 예리하게 날 선 말씀 해석 능력의 진수를 보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성경 원어의 명료한 해석과 깊은 신학적 고찰, 성경을 바라보는 관점의 투명함 거기에 더해 풍부하고 해박한 역사와 철학, 인문학적 지식 등이 어우러져 수정주의자들의 반론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바른 영혼이 가진 지성과 이성의 아름다움을 실감합니다.

 

동성애를 인정하려면, 무오하고도 명백한 성경을 버리고, 개인의 권위와 문화적 신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유주의의 가설들을 받아들이는 길을 따를 수밖에 없다.(중략)동성애를 지지하면, 순도 100퍼센트의 확고한 정통주의를 아예 처음부터 적당히 희석시키든지, 아니면 나중에 그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p180~181

 

이 시대에는 동성애만큼 뜨거운 주제도 드물 것입니다. 동성애자들과 수정주의자들의 거센 비난과 조롱이 예견되지만 이러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저자 케빈 드영 목사님의 용기 있는 결단에 깊은 존경심이 우러나옵니다. 저자의 모습 속에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신앙과 절개를 지키기 위해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천 명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전통적인 결혼 제도와 그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남녀의 성관계가 아닌 남자가 남자, 여자가 여자와 성관계를 갖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외치는 세대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렇듯 절대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정신 속 모든 사물의 현상과 사회의 인식 구조를 상대화시키려는 도전은 거세기만 합니다. 그리고 동성애 옹호는 바로 이와 같은 시도 중의 가장 역사가 깊고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인 것이죠.

이 책은 하나님의 무오한 성경 말씀의 권위를 억척스럽게 지켜가며 전통적 결혼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원하는 이 시대의 바른 신자들이 읽어봐야 할 매우 중요한 책 중 하나입니다. 우리에게는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 아닌 명확한 진리를 고수하며 동성애자들과 수정주의자들에게 그리스도의 한없는 사랑과 겸손함으로 그러나 죄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지적해 줄 수 있는 신앙의 야성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본서는 바로 그러한 실천적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가 되어 줄 것입니다. 수정주의를 지지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자의적 성경 해석을 지켜보며 목회자들마저 진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 세대의 암울함과 무지함에 어느 한순간 서글퍼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명확하고 정확한 성경해석, 푸르스름하게 날 선 날카로운 말씀 해석의 중요성을 깨닫고 발견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더 미친 듯이 공부하며 성경과 다양한 책들을 읽어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네요!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 당할 수밖에 없었던 소돔의 전례를 떠올리며 이 세대의 의인 열 명을 찾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시대적 소명과 신앙적 책임감을 다하기 원하는 신자들에게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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