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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동성애에 답하다 ㅣ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7
케빈 드영 지음, 조계광 옮김 / 지평서원 / 2016년 5월
평점 :

진리와 은혜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그리고 이웃과 함께 걷다. p175
퀴어 축제, 포괄적 차별 금지법, 학생인권조례 등에 담겨있는 공통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동성애(Homosexuality)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핫한 논쟁의 주제이기도 한 동성애 관련 문제는 교회 안에서도 결코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 여름, 개신교 목사님들 몇몇 분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동성애와 관련하여 본인들의 주장을 상대에게 납득시키고 관철시키기 위한 출구 없는 논쟁을 상당 기간 동안 이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전통주의 목사님들과 동성애를 찬성하는 수정주의 목사님들의 격돌이었죠. 논쟁은 평행선을 그으며 마침내 수정주의 측 목사님들 다수가 그 커뮤니티를 탈퇴하는 것으로 끝나버렸습니다.
며칠간 조용히 논쟁을 지켜보면서 미국 개혁주의 목회자 '케빈 드영'목사님의 책 <성경이 동성애에 답하다>가 생각났습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책을 시작하며 자신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전통주의를 지지함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한 지역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로서 정치, 철학, 생물학, 역사학, 법학과 같은 분야에서 말하는 동성애에 관한 내용보다는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배경 안에서 성경이 동성애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기독교 도서임을 분명히 하죠.
책은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기를 통해 동성애를 죄로써 정죄하는 성경의 명백한 구절들을 이야기합니다. 대표적으로 창세기 1, 2장의 전통적인 결혼에 관한 내용과 창세기 19장에 나오는 소돔에 관한 이야기, 구약의 성결 법전이 등장하는 레위기 18, 20장의 내용, 로마서 1장에서 사도 바울이 말하는 동성애 관련 구절 등이 그것입니다. 저자 드영은 히브리어와 희랍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은 신학적 통찰과 바른 성경해석학적 능력을 십분 발휘합니다. 이렇듯 성경에 대한 말 할 수 없는 사랑과 하나님의 주권, 그분의 영광에 대한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개혁주의의 올곧음이 저작의 처음부터 끝을 관통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불신자들과 수정주의자들 어느 누가 읽어도 결코 반감이나 적개심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저자 케빈 드영 목사님의 온유함과 지극히 겸손한 집필 태도로 인한 것이죠.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분명히 자신이 동성애자들과 수정주의자들을 비난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책을 쓰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며 그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힙니다.
2부에서는 동성애 관련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론들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역 반론이 시작됩니다. 일단 수정주의자들 또한 동일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신자들이기에 역시 성경의 관점을 정확하게 제시합니다. 성(性) 윤리에 관한 전통적 견해를 반대하는 수정주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오해하고 있는지를 밝히며 그들이 고수하는 생각들이 역사적, 문화적, 목회적, 해석학적 근거가 없는 빈약한 주장임을 논박합니다. 그렇기에 책의 2부는 케빈 드영 목사님의 깊은 신학적, 철학적, 역사적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인상 깊은 챕터이기도 하네요.

우리 시대에서 충실함이란, 무엇보다도 전에는 아무도 부인하지 않았던 명백한 진리, 곧 동성애 행위가 죄라는 진리를 신중하고도 설득력 있는 논리로 끝까지 인내하며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p175
책을 며칠간 신중하게 완독했을 때 리뷰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양측 목사님들의 논쟁이 떠올랐습니다. 수정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했던 어느 목사님은 계속 '본성적 동성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셨습니다. 성경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본성적 동성애자'라는 용어의 어원적 출처를 밝혀달라는 요구에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며 어느 순간 출처가 없는 자의적으로 만들어 내신 표현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이 외에도 계속되는 동성애 관련 다양한 내용의 설전이 오고 갔지만 양측의 논쟁은 끝이 없는 동문서답 그 자체였습니다. 논쟁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은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관한 바른 해석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는 듯한 사변적이고 자의적인 성경 해석, 틀린 것을 지적해 주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겸손함의 부재 등...
이렇듯 정확한 성경해석의 중요성을 느끼는 가운데 미국 개혁주의 신학의 차세대 주자라고 불리는 케빈 드영 목사님의 동성애와 관련한 예리하게 날 선 말씀 해석 능력의 진수를 보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성경 원어의 명료한 해석과 깊은 신학적 고찰, 성경을 바라보는 관점의 투명함 거기에 더해 풍부하고 해박한 역사와 철학, 인문학적 지식 등이 어우러져 수정주의자들의 반론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바른 영혼이 가진 지성과 이성의 아름다움을 실감합니다.
동성애를 인정하려면, 무오하고도 명백한 성경을 버리고, 개인의 권위와 문화적 신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유주의의 가설들을 받아들이는 길을 따를 수밖에 없다.(중략)동성애를 지지하면, 순도 100퍼센트의 확고한 정통주의를 아예 처음부터 적당히 희석시키든지, 아니면 나중에 그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p180~181
이 시대에는 동성애만큼 뜨거운 주제도 드물 것입니다. 동성애자들과 수정주의자들의 거센 비난과 조롱이 예견되지만 이러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저자 케빈 드영 목사님의 용기 있는 결단에 깊은 존경심이 우러나옵니다. 저자의 모습 속에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신앙과 절개를 지키기 위해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천 명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전통적인 결혼 제도와 그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남녀의 성관계가 아닌 남자가 남자, 여자가 여자와 성관계를 갖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외치는 세대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렇듯 절대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정신 속 모든 사물의 현상과 사회의 인식 구조를 상대화시키려는 도전은 거세기만 합니다. 그리고 동성애 옹호는 바로 이와 같은 시도 중의 가장 역사가 깊고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인 것이죠.
이 책은 하나님의 무오한 성경 말씀의 권위를 억척스럽게 지켜가며 전통적 결혼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원하는 이 시대의 바른 신자들이 읽어봐야 할 매우 중요한 책 중 하나입니다. 우리에게는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 아닌 명확한 진리를 고수하며 동성애자들과 수정주의자들에게 그리스도의 한없는 사랑과 겸손함으로 그러나 죄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지적해 줄 수 있는 신앙의 야성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본서는 바로 그러한 실천적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가 되어 줄 것입니다. 수정주의를 지지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자의적 성경 해석을 지켜보며 목회자들마저 진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 세대의 암울함과 무지함에 어느 한순간 서글퍼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명확하고 정확한 성경해석, 푸르스름하게 날 선 날카로운 말씀 해석의 중요성을 깨닫고 발견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더 미친 듯이 공부하며 성경과 다양한 책들을 읽어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네요!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 당할 수밖에 없었던 소돔의 전례를 떠올리며 이 세대의 의인 열 명을 찾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시대적 소명과 신앙적 책임감을 다하기 원하는 신자들에게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저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