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청소법 - 쓸고 닦고 버리고 정리하는 법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유노책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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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 가 대세다. 정말 필요한 물건만을 남겨두고 불필요하거나 당장 사용하지 않을 물건은 필요한 이들에게 주거나 처분함으로써 주변 삶을 간소화하고, 그로 인한 삶의 군더더기를 털어내어 인생을 라이트 하게 살자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대학생 시절 심플 라이프를 말씀하시며 청년들에게 '학도집'을 강조하셨던 목사님이 계셨다. '학도집'은 말 그대로 학교, 도서관, 집의 동선을 따라 심플한 삶의 패턴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수많은 약속과 모임, 과중한 업무와 학업 속 현대인들은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거처가 없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을 살아내는 현대인에게 이번에는 목사님이 아닌 스님이 전하는 심플 라이프의 담론을 책 한 권으로 만난다.

저자인 '마스노 순묘' 스님은 한 사찰의 주지이자 대학교수, 정원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런 그가 <스님의 청소법 / 마스노 순묘 지음 / 유노책주 펴냄>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냈다. 혹자는 청소를 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며 그것을 청소법이라는 이름으로 책까지 출판했는가라고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책은 움켜쥐고 버릴 줄 모르는 현대인에게 비움의 미학을 가르쳐 주는 일종의 철학서와 같다.

저자는 책을 통해 청소의 정의를 내린다.


"청소란 더러움을 털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당신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사찰 수행승들의 수행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청소 방법과 그 청소가 가지는 깊은 의미를 매우 간략하게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는 고승의 가르침은 참으로 담백하다.

저자는 필요 없는 물건에 둘러싸인 방에서 살아가면 마음속에도 필요 없는 감정이나 피로가 쌓인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방을 청소하고 집안을 정리정돈하는 것은 단순히 더러운 것을 치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지럽혀진 삶을 재정렬한다는 인생의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현대인은 정보가 너무 많아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거나 오히려 불안과 욕심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TV와 인터넷, SNS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의 파도는 현대인의 삶을 조용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물론 정보가 많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선택해야 할 것과 소유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과다 정보의 홍수 속 현대인의 삶은 더욱더 피곤하고 피폐해져만 가는 것은 아닐까?

몇 해 전 TV를 통해 <손세이셔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이 있다.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대활약한 후 미국에서 성공적인 축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월드클래스 축구선수 손흥민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동양인으로서 단연코 두각을 드러내며 연일 전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손흥민 선수의 피치 밖에서의 일상이 카메라에 담겨 무척 재미있게 시청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며 큰 인사이트로 다가온 모습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의 연봉을 수령하는 스타 선수의 집 내부였다. 휘황찬란하고 화려할 것 만 같았던 집안은 깔끔하게 정돈된 것 이상을 넘어 물건이 거의 없다. 정말 딱 필요한 물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극강의 '미니멀 라이프' 그 자체다.

집안에 잡동사니를 싹 다 치운 장본인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다. 손흥민 선수가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잡동사니가 없는 깔끔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손웅정 씨의 지론에 의해 그의 집은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의 극치였다.

학생도 책상과 공부방이 너저분하면 잡념이 떠오르고, 결코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 딱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비움의 미학과 철학을 저자는 오랜 수행의 결과로 체득한 것이고, 책을 통해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정돈된 환경을 통해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고 믿는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주거나 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면 자연스럽게 생활 전체가 가벼워진다. 어쩌면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버리지 못하고 계속 움켜쥐고 있는 욕심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필자 또한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에게 방과 책상 정리의 잔소리를 시전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버리지도 못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길이 새로운 것을 얻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진리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손쉬운 방법이 내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다.

청소란 이렇게 단순히 먼지를 털어내는 일차원적 행위로서 그치는 것이 아닌 청소하는 사람의 마음을 닦아내며 삶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포함하는 성스러운 그 무엇이다. 버리고 비울 때 비로소 보인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의 압박도 내 주변의 잡동사니를 치우고 청소하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버림과 비움의 미학이 가득한 순백의 책 한 권을 채움으로 가득한 일상에 찌든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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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라틴어 원전 완역본)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세네카의 가르침 현대지성 클래식 67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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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폭발 장애라는 말이 있다. 분노조절장애와 비슷한 류다. 빈번하게 터지는 사회의 어처구니없는 사건 사고 중 다수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다.

앞에 가는 차가 방향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고 쫓아가서 기어코 보복 운전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단지 잠깐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를 동원하여 무차별 폭행하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를 참지 못하는 내면의 불안정함이 가득하다.

지금은 들끓는 분노와 공격적 성향으로 점철된 야만의 시대다. "어디 한번 걸려봐!" 착검을 한 채 지휘관의 돌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참호 속 병사와 같이 호전적 기질로 똘똘 뭉친 세대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다.

분노로 열병 난 세대 속 로마제국 제정 초기를 살다간 탁월한 철학자의 화에 대한 담론이 현대인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화에 대하여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 현대지성 펴냄>에는 스토아 철학자로서 '루키우스 세네카'가 저술한 대표적 산문 에세이 14편 중 정수라고 불릴만한 몇 편의 저작이 포함된다.

본서에는 '분노에 대하여', '관용에 대하여', '평정심에 대하여', '현자의 항상심에 대하여'까지 총 다섯 편의 세네카 저작이 실렸다.



네카 사유의 배경이 되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미덕에 대한 무한 신뢰이며 사랑이다. 악덕을 이길 수 있는 미덕에 대한 강조는 끝이 없다. 감정이 아닌 이성을 신뢰할 때 짐승에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 감정의 발생은 진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며 진리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거기에는 분노가 포함된다.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은 인간의 영혼이 이성의 통제 하에서 평정심과 항상심을 유지하여 고결하며 고매한 성품의 향기를 발하도록 격려한다. 그렇기에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 분노란 자신과 주변의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불완전한 개인의 이성이 쪼그라듦과 동시에 감정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현실 정치 무대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세네카에게 물불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분노는 악덕 그 자체인 반면 반역 죄인까지 용서하고 품어주는 통치자의 모습은 관용의 극치다. 힘을 가진 자가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성과 덕에 기인한 선정을 행함이다.

두번째 '평정심에 대하여'에서는 인간이 말 그대로 평화롭게 마음을 다스리며 평정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말한다. 무엇인가 끝을 내야 하는 극단의 논리가 아닌 중용의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흑백논리가 아닌 적절한 중용을 견지할 때 유연한 부드러움이 인간에게 평정심을 갖게 한다.

이어지는 '현자의 항상심에 대하여'는 운명을 거슬러 평온함을 유지하는 삶에 관한 사유다. 현대인의 마음속에는 거센 파도가 몰아친다. 아름답고 평온한 바다의 모습은 없다. 항상 비바람이 치고, 물결이 높다.

세네카는 현자라면 추구해야 할 삶의 태도를 말하는데 그것은 바로 다양한 세속적 사건과 소용돌이 속에서 감정을 절제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것이다. 마음의 동요와 기울어짐 없이 바람 한 점 없는 눈부신 바닷가와 같은 평온함을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혜 있는 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마 5대 황제 네로의 스승으로 알려진 세네카는 로마제국의 처음부터 5명의 황제를 모시며 죽음의 위기와 정치적 성공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야만 했던 인물이다.

이유 없이 광인처럼 분노하는 황제의 곁에서 분노의 본질을 말하고, 관용의 유익을 전하며 평정심과 항상심의 필요를 강조했던 이 스토아 철학자의 삶은 그야말로 영욕의 세월로 수놓아졌다.

미친 듯이 분노하는 네로 황제 곁에서 악덕으로서의 분노가 가지는 해악을 직접 깨달았을 저자는 분노의 폐해와 관용을 연결했고, 평정심과 흔들림 없는 삶을 강조했다.

감정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작금의 시대 상황을 볼 때 본서의 출간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사람을 죽이는 이 미친 세상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무너진다. 작은 일 하나에 주변의 모든 것을 고사시키고도 남을 분노를 토사물처럼 쏟아뱉는 무뢰한들이 판을 치는 세상 속 적어도 인간답게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도처가 분노의 지뢰밭이다. 밟으면 금세라도 터질 듯한 불안한 시대 속 참된 인간상을 구현코자 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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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프링 스도쿠 : 초급·중급 (스프링) 탑스프링 스도쿠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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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특별한 도구나 기구 없이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는데 현대 보드게임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빙고 게임이다.

가로 세로 25칸 속에 특정 주제의 단어를 무작위로 써놓고 가로 세로 대각선의 모든 방향으로 단어를 맞춰가는 빙고 게임은 오랜 시간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빙고 게임은 여전히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보드게임이지만 이후 스도쿠라는 게임은 또 다른 클래식 게임의 재미로 다가온다. 마치 가로세로 퍼즐 게임처럼 생겼지만 게임의 룰은 전혀 다르다.

게임을 풀어가는 주체도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빙고와 달리 개인 혼자다. 스도쿠는 9칸씩 총 81칸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속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가로 세로 모두 겹치지 않고 한 번씩만 들어가야 한다는 다소 까다로운 룰이 존재한다.

그냥 얼핏 보면 숫자로 만들어가는 가로 세로 퍼즐 정도라고 생각하며 쉽게 접근하지만 막상 풀이를 시작했을 때 점차 미궁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풀이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우리 집 2호가 학교에서 스도쿠 문제지 1장을 받아왔다. 혼자 연필을 쥐고 골똘히 생각하며 문제를 푸는 아이를 지켜보며 스도쿠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임을 확인한다.

이후 스도쿠 하나를 온전히 풀어낸 후 느끼는 그 성취감에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스도쿠 문제집을 떠올렸고,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 /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펴>를 만난다.

시간과공간사에서 출간된 <탑스프링 스도쿠>는 초급중급과 고급특급 버전 두 개로 나눠져 있다. 2호가 아직 어리기에 당연히 초중급 버전을 선택했는데 본서에는 약 150개의 문제가 실렸다.

본서를 펼치면 스도쿠 게임의 유래와 역사, 간단한 게임룰이 실려있고, 곧이어 81개의 정사각형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플레이어는 빈칸에 들어갈 숫자를 추리하며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하는 총체적 두뇌게임에 빠져든다.

책의 말미에 150개 문항의 정답을 실어놓았기에 자신의 실력을 곧바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도 책이 가진 편리성이다.

또한 탑스프링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책의 위쪽을 스프링 제본 형식으로 제작하여 옆으로 넘기는 일반적인 제본 형태에서 왼쪽 페이지의 문제 풀이 시 겪게 되는 필기의 어려움을 해소토록 만들었다.



책이 도착한 후 아이가 매우 좋아했다. 곧장 앉아서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 연신 어렵다는 말을 탄식처럼 내뱉지만 이내 숫자의 세계 속으로 빠져 말수가 줄어들고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와 숨소리만 들린다.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숫자의 향연 속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스마트폰에 도둑질 당한 우리 아이들의 집중력 회복에 스도쿠 게임만 한 것이 없다. 죽고 죽이는 스마트폰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함이 전해진다.

현대인은 잠시 동안의 침묵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뭔가를 끊임없이 보아야만 한다. 고요히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며 한다는 것 자체가 현대인에게는 고문이다. 그만큼 짧아진 주의 집중력의 소환은 극한의 고통을 가져오는 경험이다.

스도쿠는 어쩌면 이런 현대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게임임이 분명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몇 시간을 훌쩍 흘려보내는 것은 일도 아닌 세대에게 스도쿠 게임은 흥미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스도쿠 문제지 한 장을 집에 가져와서 붙잡고 씨름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그 옛날 전철에서 누군가 자리에 두고 내린 신문에 실린 가로 세로 퍼즐을 풀려고 애쓰는 필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집중력은 의지에 있음을 확인한다.

스도쿠는 무작정 달려든다고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재미를 보장하지만 논리와 수에 대한 질서와 체계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플레이어의 의지와 콜라보 되어야지만 진행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 게임이다.

도전적 의지를 가지고 달라붙어보자!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81칸의 정사각형 무대를 통해 뿜어져 나올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 답을 찾아서 질서 있게 배열하는 능동적 행위 속에서 두뇌는 깨어나고, 의지는 빛을 발할 것이다.

연일 날씨가 무덥다. 아이들은 방학을 했고, 여전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덥고 무료하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향하는 관심을 끊고 이제는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을 집어 들자.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한 손에 연필을 들고 무질서한 숫자의 향연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은 희열을 맛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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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으로 정면 승부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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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주변에서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를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되었기에 그렇다고 애써 이유를 찾지만 필경 출산율의 문제만은 아니다.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교회는 중장년, 노인으로만 구성된 기형적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 뻔하다.

<믿음으로 정면승부 / 이정현 지음 / 생명의말씀사 펴냄>는 한국교회 주일학교 위기론 속에서 탄생한 신작이다. 저자인 이정현 목사는 중소도시 군산에서 주일학교 부흥이라는 주목할 만한 열매를 맺은 청소년 전문 사역자다.

지금은 서울의 청암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그곳에서도 하나님께서 교회와 함께하시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흔들림 없이 무감각한 요지부동의 세대가 바로 10대 청소년들이다. 그래서 각 교회의 청소년부서는 기피 대상 1호이며 청소년부 담당 사역자들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치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해도 울지 않는 세대가 청소년들을 가리키는 말 같다. 그래서 교회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 충격적이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도입한다. 하지만 처음에만 반짝일 뿐 결과는 항상 초라하다.

<믿음으로 정면승부>는 책의 제목과 같이 마른 장작 같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믿음임을 말한다. 화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은 오답임이 밝혀졌다. 저자는 오직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는 길만이 청소년부의 질적, 양적 부흥의 정답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여 엄청난 열매를 맺었기에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책은 총 세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현재 한국교회 주일학교의 비참한 현실을 정직하게 직시하며 진단한다. 주일예배 시간이 학원 시간과 겹치면 웬만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으로 밀어낸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여지가 없다.

내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명문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성공하여 돈 많이 버는 것이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고 따르는 삶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가 지금의 부모 세대다.

믿음 없는 부모는 더 믿음 없는 자녀들을 양산하며 졸업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교회를 떠난다. 다음 세대를 하나님을 모르는 '다른 세대' 되게 만드는 원인은 가정에 있다.

2장에서는 문제를 진단한 후 저자가 직접 실행하고 경험한 믿음의 승부 방법이 제시된다.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통해 매일 기도, 매일 성경 읽기 3장, 매일 묵상이라는 너무나 단순하여 간과했던 신앙 훈련을 루틴으로 시작했다. 이것은 청소년부뿐만 아니라 청년부에게도 동일한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마지막 장은 현재 저자가 부임한 76년 전통을 가진 청암교회의 영적 쇄신에 대한 스토리다. 은혜와 깊이 있는 말씀, 진실한 기도, 양육 훈련이 뒤따르자 고착화된 것 같았던 기성세대의 신앙 또한 변화되기 시작했다.



17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기에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다. 하지만 줄기차게 밑줄을 그었을 정도로 책이 가진 내용은 가볍지 않다. 필자 또한 외계인이라 불리는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기에 저자가 들려주는 주일학교 성장의 솔루션이 피부에 와닿는다.

신앙의 기본기가 없으면 작은 시련과 고난 앞에서도 버티고 견뎌낼 수 있는 내적 힘이 없기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신앙의 기본기를 말씀과 기도로 보았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을 참되게 예배하는 시간 속에서 꽃피울 때 성도의 신앙은 영양분을 공급받고 자라는 나무와 같이 건강하게 자라간다.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는 태풍이 몰아쳐도 흔들림이 없다.

양적 성장이 곧 부흥은 아니다. 다만 질적 성장과 양적 성장의 열매를 균형 있게 맺고 싶은 마음은 모든 청소년부 사역자들의 꿈이며 소망이다.

이 책은 오늘도 매주일 만나는 청소년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더 뜨겁게 사랑하며 그들의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성취하는 삶을 살아가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기도하는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 사역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도전으로 다가온다.

청소년부 사역은 뭘 해도 안된다는 패배감에서 벗어나 다니엘과 세 친구와 같은 믿음의 세대를 일으키길 소망한다면 이 책은 그 해답을 알려준다.

주일 아침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어정쩡한 개그와 잡다한 세상의 가십거리는 관심 밖이다. 생기 없는 이들에게 다가가 불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믿음으로 정면 승부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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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대한 시론 현대지성 클래식 66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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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은 정녕 살만한 곳인가? 인류가 존재해 온 이래 인간의 삶이 살만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여전히 "죽겠다! 못 살겠다!"와 같은 단말마적 외침이 가득하기에 살 만큼 녹녹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려 해도 딱히 생각나는 때는 없다.


이처럼 우리네 삶은 항상 팍팍했고, 모질기만 했다. 오늘도 피로에 절은 육체를 침상으로부터 들어 올려 밥벌이의 최전선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형상은 귀환을 기대할 수 없는 마지막 백병전을 치르기 위해 나아가는 병사들의 암울한 모습 그 자체다.


그런데 태어났기에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보편적 운명을 어떠한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한 권의 책 속에서 발견한다.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지음 / 현대지성 펴냄>는 전작 <이방인>에서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의 작위성을 고발했던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펴낸 철학적 시론이다.


카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시지프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담지한 부조리적 삶의 의미를 개별적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양식으로 결연시키는 그만의 철학적 작업을 해나간다.


시지프는 올림포스 신들의 심기를 건드려 골짜기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산정에 올려놓아야 하는 신벌을 받는다. 갖은 고생을 하며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은 순간 바위는 다시 골짜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시지프는 다시 골짜기로 내려가 바위를 짊어지고, 산정을 향해 비탈을 오른다.


루프와 같은 무한 반복의 무의미한 작업이 시지프에게 내려진 벌이자 삶이다. 하지만 시지프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 반복의 신벌을 감당함으로서 닥친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내는 진취적 인간상을 구현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는 본서를 펼치기 전 책의 주제를 이루는 '부조리'에 대한 개념 습득이 필요하다. 부조리의 사전적 의미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카뮈가 책에서 밝혀나가는 부조리의 감정은 인간의 이성과 세계의 침묵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몸부림 친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은 그 의미에 대해 침묵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오늘도 여전히 쳇바퀴 돌듯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고 무의미하다면 정답은 자살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 또한 완벽한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시간 속 그 나름의 의미를 찾고 주어진 삶 속에서 목적과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살보다 더 현명하다.


더불어 카뮈는 희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사람들은 자살이 아닌 다른 출구를 찾으려 하다가 어떠한 희망을 발견하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다. 카뮈의 표현을 빌리자면 종교가 말하는 내세에 대한 희망은 주어진 삶에 대한 직면을 거부케하는 일종의 회피 행위라는 것.


그렇기에 결국 인생의 의미를 찾다가 좌절하여 자살하거나 종교라는 희망으로 회피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에게나 어울릴법한 일이다. 인간은 시지프와 같이 무의미하고 절망적인 순간의 반복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낼 만한 가치있는 삶을 인식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



인간 이성에 대한 무한 신뢰가 팽배했던 20세기 초중반에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 악을 맞닥뜨린 인류에게 세상은 부조리의 전형이다. 서로를 증오하며 어떻게 하면 상대를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고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천착했던 시대 속 카뮈라는 지성은 부조리를 직면하는 가운데 생의 의미를 재고했다.


본서는 갑갑한 현실, 끝없이 반복되며 순환되는 뫼비우스띠와 같은 일상의 현장 속 오늘의 독자에게 인생의 주체성과 삶을 능동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삶은 포기하거나 회피하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


그렇기에 삶을 포기하거나 그곳에서 도망치지 말고 오히려 굳건히 맞서라! 부조리한 세상은 어차피 답을 주지 않기에 정답을 완성해가는 것은 오로지 인간 스스로에게 던져진 숙제다.


<시지프 신화>는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와 환경을 탓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세대에게 생의 참다운 의미를 숙고토록 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견고함을 쌓도록 격려한다. 인생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포기해야 할 이유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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