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청소법 - 쓸고 닦고 버리고 정리하는 법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유노책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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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미니멀 라이프' 가 대세다. 정말 필요한 물건만을 남겨두고 불필요하거나 당장 사용하지 않을 물건은 필요한 이들에게 주거나 처분함으로써 주변 삶을 간소화하고, 그로 인한 삶의 군더더기를 털어내어 인생을 라이트 하게 살자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대학생 시절 심플 라이프를 말씀하시며 청년들에게 '학도집'을 강조하셨던 목사님이 계셨다. '학도집'은 말 그대로 학교, 도서관, 집의 동선을 따라 심플한 삶의 패턴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수많은 약속과 모임, 과중한 업무와 학업 속 현대인들은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거처가 없다. 이러한 각박한 현실을 살아내는 현대인에게 이번에는 목사님이 아닌 스님이 전하는 심플 라이프의 담론을 책 한 권으로 만난다.

저자인 '마스노 순묘' 스님은 한 사찰의 주지이자 대학교수, 정원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런 그가 <스님의 청소법 / 마스노 순묘 지음 / 유노책주 펴냄>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냈다. 혹자는 청소를 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며 그것을 청소법이라는 이름으로 책까지 출판했는가라고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책은 움켜쥐고 버릴 줄 모르는 현대인에게 비움의 미학을 가르쳐 주는 일종의 철학서와 같다.

저자는 책을 통해 청소의 정의를 내린다.


"청소란 더러움을 털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당신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사찰 수행승들의 수행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청소 방법과 그 청소가 가지는 깊은 의미를 매우 간략하게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는 고승의 가르침은 참으로 담백하다.

저자는 필요 없는 물건에 둘러싸인 방에서 살아가면 마음속에도 필요 없는 감정이나 피로가 쌓인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방을 청소하고 집안을 정리정돈하는 것은 단순히 더러운 것을 치우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지럽혀진 삶을 재정렬한다는 인생의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현대인은 정보가 너무 많아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거나 오히려 불안과 욕심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TV와 인터넷, SNS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의 파도는 현대인의 삶을 조용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물론 정보가 많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선택해야 할 것과 소유해야 할 것을 알려주는 과다 정보의 홍수 속 현대인의 삶은 더욱더 피곤하고 피폐해져만 가는 것은 아닐까?

몇 해 전 TV를 통해 <손세이셔널>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이 있다.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대활약한 후 미국에서 성공적인 축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는 월드클래스 축구선수 손흥민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동양인으로서 단연코 두각을 드러내며 연일 전설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손흥민 선수의 피치 밖에서의 일상이 카메라에 담겨 무척 재미있게 시청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며 큰 인사이트로 다가온 모습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의 연봉을 수령하는 스타 선수의 집 내부였다. 휘황찬란하고 화려할 것 만 같았던 집안은 깔끔하게 정돈된 것 이상을 넘어 물건이 거의 없다. 정말 딱 필요한 물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극강의 '미니멀 라이프' 그 자체다.

집안에 잡동사니를 싹 다 치운 장본인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다. 손흥민 선수가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잡동사니가 없는 깔끔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손웅정 씨의 지론에 의해 그의 집은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의 극치였다.

학생도 책상과 공부방이 너저분하면 잡념이 떠오르고, 결코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 딱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처럼 비움의 미학과 철학을 저자는 오랜 수행의 결과로 체득한 것이고, 책을 통해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정돈된 환경을 통해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고 믿는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거나 필요한 이들에게 주거나 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면 자연스럽게 생활 전체가 가벼워진다. 어쩌면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버리지 못하고 계속 움켜쥐고 있는 욕심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필자 또한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에게 방과 책상 정리의 잔소리를 시전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버리지도 못하고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행복에 이르는 길이 새로운 것을 얻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무언가를 내려놓는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진리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손쉬운 방법이 내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다.

청소란 이렇게 단순히 먼지를 털어내는 일차원적 행위로서 그치는 것이 아닌 청소하는 사람의 마음을 닦아내며 삶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포함하는 성스러운 그 무엇이다. 버리고 비울 때 비로소 보인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의 압박도 내 주변의 잡동사니를 치우고 청소하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버림과 비움의 미학이 가득한 순백의 책 한 권을 채움으로 가득한 일상에 찌든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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