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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대한 시론 ㅣ 현대지성 클래식 66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은 정녕 살만한 곳인가? 인류가 존재해 온 이래 인간의 삶이 살만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여전히 "죽겠다! 못 살겠다!"와 같은 단말마적 외침이 가득하기에 살 만큼 녹녹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려 해도 딱히 생각나는 때는 없다.
이처럼 우리네 삶은 항상 팍팍했고, 모질기만 했다. 오늘도 피로에 절은 육체를 침상으로부터 들어 올려 밥벌이의 최전선으로 나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형상은 귀환을 기대할 수 없는 마지막 백병전을 치르기 위해 나아가는 병사들의 암울한 모습 그 자체다.
그런데 태어났기에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보편적 운명을 어떠한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한 권의 책 속에서 발견한다.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지음 / 현대지성 펴냄>는 전작 <이방인>에서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의 작위성을 고발했던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펴낸 철학적 시론이다.
카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시지프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담지한 부조리적 삶의 의미를 개별적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양식으로 결연시키는 그만의 철학적 작업을 해나간다.
시지프는 올림포스 신들의 심기를 건드려 골짜기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산정에 올려놓아야 하는 신벌을 받는다. 갖은 고생을 하며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은 순간 바위는 다시 골짜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시지프는 다시 골짜기로 내려가 바위를 짊어지고, 산정을 향해 비탈을 오른다.
루프와 같은 무한 반복의 무의미한 작업이 시지프에게 내려진 벌이자 삶이다. 하지만 시지프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무한 반복의 신벌을 감당함으로서 닥친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내는 진취적 인간상을 구현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는 본서를 펼치기 전 책의 주제를 이루는 '부조리'에 대한 개념 습득이 필요하다. 부조리의 사전적 의미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카뮈가 책에서 밝혀나가는 부조리의 감정은 인간의 이성과 세계의 침묵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몸부림 친다.
그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은 그 의미에 대해 침묵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오늘도 여전히 쳇바퀴 돌듯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낼 수밖에 없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고 무의미하다면 정답은 자살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 또한 완벽한 해답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시간 속 그 나름의 의미를 찾고 주어진 삶 속에서 목적과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살보다 더 현명하다.
더불어 카뮈는 희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사람들은 자살이 아닌 다른 출구를 찾으려 하다가 어떠한 희망을 발견하는데 그것이 바로 종교다. 카뮈의 표현을 빌리자면 종교가 말하는 내세에 대한 희망은 주어진 삶에 대한 직면을 거부케하는 일종의 회피 행위라는 것.
그렇기에 결국 인생의 의미를 찾다가 좌절하여 자살하거나 종교라는 희망으로 회피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에게나 어울릴법한 일이다. 인간은 시지프와 같이 무의미하고 절망적인 순간의 반복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낼 만한 가치있는 삶을 인식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

인간 이성에 대한 무한 신뢰가 팽배했던 20세기 초중반에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 악을 맞닥뜨린 인류에게 세상은 부조리의 전형이다. 서로를 증오하며 어떻게 하면 상대를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고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천착했던 시대 속 카뮈라는 지성은 부조리를 직면하는 가운데 생의 의미를 재고했다.
본서는 갑갑한 현실, 끝없이 반복되며 순환되는 뫼비우스띠와 같은 일상의 현장 속 오늘의 독자에게 인생의 주체성과 삶을 능동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삶은 포기하거나 회피하기에는 너무나 고귀하다.
그렇기에 삶을 포기하거나 그곳에서 도망치지 말고 오히려 굳건히 맞서라! 부조리한 세상은 어차피 답을 주지 않기에 정답을 완성해가는 것은 오로지 인간 스스로에게 던져진 숙제다.
<시지프 신화>는 세상을 원망하고, 부모와 환경을 탓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세대에게 생의 참다운 의미를 숙고토록 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의 견고함을 쌓도록 격려한다. 인생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포기해야 할 이유보다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