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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프링 스도쿠 : 초급·중급 (스프링) ㅣ 탑스프링 스도쿠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8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특별한 도구나 기구 없이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는데 현대 보드게임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빙고 게임이다.
가로 세로 25칸 속에 특정 주제의 단어를 무작위로 써놓고 가로 세로 대각선의 모든 방향으로 단어를 맞춰가는 빙고 게임은 오랜 시간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빙고 게임은 여전히 종이와 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보드게임이지만 이후 스도쿠라는 게임은 또 다른 클래식 게임의 재미로 다가온다. 마치 가로세로 퍼즐 게임처럼 생겼지만 게임의 룰은 전혀 다르다.
게임을 풀어가는 주체도 다수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빙고와 달리 개인 혼자다. 스도쿠는 9칸씩 총 81칸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 속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가로 세로 모두 겹치지 않고 한 번씩만 들어가야 한다는 다소 까다로운 룰이 존재한다.
그냥 얼핏 보면 숫자로 만들어가는 가로 세로 퍼즐 정도라고 생각하며 쉽게 접근하지만 막상 풀이를 시작했을 때 점차 미궁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풀이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우리 집 2호가 학교에서 스도쿠 문제지 1장을 받아왔다. 혼자 연필을 쥐고 골똘히 생각하며 문제를 푸는 아이를 지켜보며 스도쿠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게임임을 확인한다.
이후 스도쿠 하나를 온전히 풀어낸 후 느끼는 그 성취감에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스도쿠 문제집을 떠올렸고,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 /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펴>를 만난다.
시간과공간사에서 출간된 <탑스프링 스도쿠>는 초급중급과 고급특급 버전 두 개로 나눠져 있다. 2호가 아직 어리기에 당연히 초중급 버전을 선택했는데 본서에는 약 150개의 문제가 실렸다.
본서를 펼치면 스도쿠 게임의 유래와 역사, 간단한 게임룰이 실려있고, 곧이어 81개의 정사각형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플레이어는 빈칸에 들어갈 숫자를 추리하며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하는 총체적 두뇌게임에 빠져든다.
책의 말미에 150개 문항의 정답을 실어놓았기에 자신의 실력을 곧바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도 책이 가진 편리성이다.
또한 탑스프링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책의 위쪽을 스프링 제본 형식으로 제작하여 옆으로 넘기는 일반적인 제본 형태에서 왼쪽 페이지의 문제 풀이 시 겪게 되는 필기의 어려움을 해소토록 만들었다.

책이 도착한 후 아이가 매우 좋아했다. 곧장 앉아서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 연신 어렵다는 말을 탄식처럼 내뱉지만 이내 숫자의 세계 속으로 빠져 말수가 줄어들고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와 숨소리만 들린다.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숫자의 향연 속 질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스마트폰에 도둑질 당한 우리 아이들의 집중력 회복에 스도쿠 게임만 한 것이 없다. 죽고 죽이는 스마트폰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함이 전해진다.
현대인은 잠시 동안의 침묵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뭔가를 끊임없이 해야 하고, 뭔가를 끊임없이 보아야만 한다. 고요히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며 한다는 것 자체가 현대인에게는 고문이다. 그만큼 짧아진 주의 집중력의 소환은 극한의 고통을 가져오는 경험이다.
스도쿠는 어쩌면 이런 현대인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게임임이 분명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몇 시간을 훌쩍 흘려보내는 것은 일도 아닌 세대에게 스도쿠 게임은 흥미를 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스도쿠 문제지 한 장을 집에 가져와서 붙잡고 씨름하는 아이의 모습 속에서 그 옛날 전철에서 누군가 자리에 두고 내린 신문에 실린 가로 세로 퍼즐을 풀려고 애쓰는 필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집중력은 의지에 있음을 확인한다.
스도쿠는 무작정 달려든다고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재미를 보장하지만 논리와 수에 대한 질서와 체계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플레이어의 의지와 콜라보 되어야지만 진행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 게임이다.
도전적 의지를 가지고 달라붙어보자!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81칸의 정사각형 무대를 통해 뿜어져 나올 것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 답을 찾아서 질서 있게 배열하는 능동적 행위 속에서 두뇌는 깨어나고, 의지는 빛을 발할 것이다.
연일 날씨가 무덥다. 아이들은 방학을 했고, 여전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덥고 무료하다.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향하는 관심을 끊고 이제는 <탑스프링 스도쿠 초급X중급>을 집어 들자.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한 손에 연필을 들고 무질서한 숫자의 향연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은 희열을 맛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