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정연복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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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사물의 물성을 그대로 느낀다면 현실적이며 이성적으로 여긴다. 반면 사물의 이면을 기발한 상상 속으로 끌어들일 때 동심이 살아있다고 말한다.

중절 모자를 모자로 보는 것이 정상적인 세상 속에서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모습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자칫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그런데 여기 다소 엉뚱하지만 인생의 깊은 맛을 담고 있는 작은 책 한 권이 있다.

오래 전 기억을 더듬으며 만난 <어린 왕자, A. 생텍쥐페리 지음,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림, 정연복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는 동심과 현실적 관점의 경계를 가르는 시금석과 같은 고전이다.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만난 작은 소년 '어린 왕자'는 B612 별에서 왔다. 활화산과 휴화산이 있고, 바오밥나무와 꽃 한 송이가 피어있는 작은 별에서 온 어린 왕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별들을 방문한다.

홀로 왕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며 살아가는 왕을 만난다. 왕으로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명령하고 요구한다. 그러나 따르는 사람은 없다. 둘째 별에서는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바라며 살아가는 허영심 가득한 사람도 만난다.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러운데 그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는 술꾼의 별도 가보고, 아무 의미 없이 허망하게 바쁘기만 한 일중독자도 만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가로등지기도 만나고, 경험이나 체험을 배제한 채 막연한 지식을 추구하는 지리학자도 만난다.

어린 왕자가 만난 모든 어른들은 세상이 가진 보편적 오류와 부조리를 그대로 담지한 인물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물결에 떠밀려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심상을 희화적으로 표현했다. 이들에 대한 수사가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작은 별에서 찾지 못했던 인생의 참의미를 찾기 위해 떠난 어린 왕자의 여행은 결국 지구에서 만난 작은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완성되는 듯 하다. 여우는 길들임의 숨은 의미를 알려준다.

B612 별의 작은 꽃 한 송이가 지구에서 만난 수많은 꽃들과 비교할 수 없이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작은 꽃이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길들임은 곧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됨을 말한다.

흔하디 흔한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만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린 왕자가 깨달은 길들임의 진의다. 참된 관계는 의미 있는 관계이며 시간의 헌신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더불어 진실한 관계는 책임이 요구되는데 사람들은 이점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오랜 시간과 성실한 책임의 무게를 저버린 현대인의 관계는 피상적일 수 밖에 없고, 그 안에서 쳇바퀴 돌듯한 관계의 공허함을 맛본다.

생텍쥐페리가 살다간 20세기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두 번의 큰 전쟁을 통해 인간성에 대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회의가 물밀듯 차오른 시대였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의심이 팽배할 수 밖에 없던 시대 속에서 탄생한 <어린 왕자>는 과학이라는 신 앞에 맹종하는 현대인의 고갈된 인간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책을 덮을 때 쯤 마음을 울리는 명문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다. 정작 중요한 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진실은 항상 자신의 모습을 사물의 이면에 감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며 진리라고 여기는 사고가 팽배한 사람들에게 참됨을 발견하는 일은 요원하다.

오래 전 아직은 세상의 때가 덜 묻었을 적 읽은 <어린 왕자>와 세상의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지금 다시 만난 <어린 왕자>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서글프게도 중절모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볼 수 있는 눈은 이제 없다.

''다들 그렇게 살아! 제발 유난 떨지 마!'' 몸담은 세상이 익숙하고, 세상이 말하는 메시지가 정답처럼 들리는 시대 속에서 안간힘을 써본다. 속절없이 물결에 휩쓸리기 싫어서 발버둥을 쳐본다.

본질을 잃어버린 세상 속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어떤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돌아볼 필요를 느끼는가? 그렇다면 <어린 왕자>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봐도 좋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간과했던 수많은 삶의 장면들이 무성 영화의 필름과 같이 짙은 기억으로 되살아남을 경험할 수도 있다. 아동 도서로만 치부되었던 작은 고전이 가진 힘이 제법 크다. ''중요한 것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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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 나르시시스트를 떠나 행복한 나를 되찾는 10단계 치유 솔루션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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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누군가 타인을 심리적, 정서적으로 조종해서 그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은연 중에 심어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비열하고 교묘한 사기 행위다.


보통 상대방에 대해 권위를 가진 자들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에게 가스라이팅을 행한다. 가스라이팅으로 많은 이들이 심적, 정서적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정작 그 악랄한 관계의 늪에서 빠져나올 힘이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가스라이팅의 범위는 너무나 광범위하다. 부모와 자녀, 선생님과 학생, 연인과 연인,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친구와 친구, 목회자와 교인, 심지어는 동네에서 만난 평범한 이웃들과의 관계까지...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현대지성 펴냄>는 바로 이 가스라이팅에서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타인의 삶을 지배하는 흡사 악마 같은 인간에 대해 '유해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다년간 임상에서 유해한 사람들로부터 심리적, 정서적으로 흡혈을 당해왔던 피해자들을 상담하고, 그들의 새로운 삶을 위해 애썼던 저자의 실제 경험이 저작에 고스란히 녹아있기에 책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들은 실제로 깊은 절망과 불안, 우울, 삶의 의욕을 상실한 나머지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용기 있게 털고 일어나라는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먼저 책을 펼치면 책이 가리키는 빌런인 '유해한 사람'의 특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유해한 사람은 바로 나르시시즘의 전형적 성향을 소유한 나르시시스트다. 이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 미소년 나르키소스에서 유래한 용어다.


너무나 아름다워 자기 자신에게 도취된 이들에 대한 병적 은유로서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은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이다.


이 유해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신이 왕 대접을 받아야 하며 모든 이들의 영광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렇기에 항상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에 본인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을 구걸하는 요즘 시쳇말로 관심종자, 스타병에 걸린 인간 유형이다.


책은 이러한 나르시시스트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을 조종하고 파괴하는 지에 대한 폐해를 정확하게 기록했다. 총 11장의 회복을 위한 솔루션이 아픔 가운데 있는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해법은 경계선 정하기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들과는 완벽하게 연락을 끊는 것이 상책임을 말한다.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언제든 악연에서 탈출하기 위해 바람직하고 건강한 경계선 설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다른 좋은 사람들과의 건강한 인간 관계를 만들라는 조언은 참으로 멋지다. 인간에 의해 당한 상처로 인해 인간이라면 환멸을 느끼게 마련인 피해자들에게 결국 사람에 의한 상처는 사람에 의해 회복될 수 있음을 말하는 대목이 깊은 사유로 이끈다.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바람직한 만남이 회복의 신호탄이 된다. 세상에는 유해한 인간만이 있지 않다.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자각이 좋은 사람들과의 교제와 만남 속에서 깨달아질 때 그것이 얼마나 큰 회복의 양약이 되는 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있어 독이 되는 사람들과 장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힘과 용기가 필요함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유해한 상황 속에 계속 있는 때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기에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자! 누군가의 인기와 관심에 목말라하며 주목받고 싶어서 열병 난 사람들은 없는가? 권위를 이용하여 타인을 안 그런 척 교묘하게 조종하는 사람은 없는가? 그것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은 없는가?


저자는 분명히 건강한 삶으로 회복될 수 있음을 말하며 용기 있게 삶의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외친다. 호흡이 다하는 순간까지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인간 관계는 계속될 것이고, 우리 삶을 위협하는 나르시시스트는 항존할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11장에서 끝없는 나르시시스트를 구별하고 예방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코치한다. 적을 알고 싸워야 승리한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효과적인 야전 교범이 되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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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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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양녀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두 얼굴을 가진 양모의 모습이 우리를 경악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방송에 출연한 모습, 지인들에게 비친 모습은 입양을 결정한 지고지순한 천사였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에는 또 다른 인격이 뱀과 같이 똬리를 틀고 있었음을 아무도 몰랐다.


인간의 내면에는 다중적인 인격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확인한다. 인간 본성 안에 내재한 천사와 악마의 상반된 인격의 그늘이 드리워있음을 기막힌 이야기로 풀어낸 한 권의 소설이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소소의책 펴냄>는 많은 이들이 제목만으로도 소설의 주제와 스토리를 파악하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저작이다.


인간 본성의 이중성, 이성과 광기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낸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 고딕소설로서 본 작품이 갖는 중첩된 의미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외과 의사인 지킬 박사는 자신 안에 숨겨진 악의 본능, 타락과 방종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굴복한 나머지 자신이 만들어 낸 비약을 마시고 하이드라는 괴물을 탄생시킨다. 아니 이미 그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악의 화신을 위해 예절과 관습, 인간의 윤리와 도덕이라는 문빗장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설은 지킬 박사의 친구인 어터슨 변호사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물론 어터슨 또한 다른 면에서는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방관자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하이드로 변한 지킬이 자신이 가진 악의 본능에 충실한 괴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끔 만들었다. 어린 아이를 잔인하게 짓밟고 지나가는가 하면 급기야는 살인을 행하기에 이른다.


본 작품이 워낙 유명하기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갖는 알레고리적 수사는 익숙한 나머지 신선하지도 않다. 그러나 본 소설이 세기를 넘어 지금까지도 인간 본성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있어 탁월함을 인정 받는 것은 다면적이고 다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업혁명 이후 전통과 과학이 맞부딪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암울함 속 인간이 느끼는 소외감과 기존 틀에의 저항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도덕과 윤리, 방종과 타락의 대립 속 기묘하게 오버랩된다.


또한 신을 내던진 인류가 인간 이성에의 무한 확신을 펼쳤던 20세기 들어 인류는 두 번의 끔찍한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성의 바닥을 보았다. 서로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를 골몰하던 인류에게 남은 것은 하이드 씨의 환멸스러운 형상이다.



17세기 영국 청교도의 황태자 '존 오웬' 목사님은 그의 위대한 저작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에서 신자들 안에 악이 존재함을 말하고 있다. 선을 행하려는 신자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내재하는 죄는 효과적으로 반역을 부추기고 악으로 이끄는 작용을 한다.


지킬 박사는 자신의 비약을 통해 하이드라는 괴물을 불러낸 이후 큰 낙심과 후회를 토로한다. 분명 자신 안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와 도덕을 지키며 살고 싶은 선을 향한 의지가 있지만 그 선의지를 꺾는 더 큰 악의지가 지킬을 밀어내고 하이드를 불러낸다.


존 오웬 목사님은 자신의 저작을 통해 인간 내면이 가진 선과 악의 갈등과 문제를 면도날과 같이 예리한 지성을 통해 한점씩 발라내는 기막힌 지적 작업을 이루어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인류는 저자가 펼치는 선악의 수사를 통해 우리 안에 숨겨진 또 다른 하이드의 망령을 끊임없이 소환한다. 서론에서 말한 것처럼 의인의 인두겁을 쓴 채 아이의 숨통을 잔인하게 짓눌렀던 엄마의 모습이 비단 그녀만의 모습일까?


저자가 가진 시대적 통찰에 현기증이 난다. 인간 본성안에 잠자고 있는 악을 향한 끊임없는 욕구, 질펀한 쾌락을 향한 인간 무의식 속에 잠재한 방탕과 타락의 욕망이 그녀만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악을 향한 근원적 갈망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본서가 더 소름 돋게 다가온다.


챗 GPT가 신인류의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가는 세상 속 19세기를 살다간 저자 스티븐슨은 가장 원시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타락한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 해답이 없다면 인류는 편안함 속에서 서로의 살점을 뜯어 먹는 해괴망측한 장면을 끝없이 연출할 것이다.


책을 덮으며 자문한다. 나는 선한가? 내 안에는 하이드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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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교육 연구회 엮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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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대인 5천 년 지혜의 보고, <탈무드, 탈무드교육연구회 편저, 김정자 옮김, 베이직북스 펴냄>는 구약 성경 잠언과 더불어 유대인의 삶의 지혜가 응축된 정신문화적 유산이다.

유대인은 어린 자녀들에게 모세오경과 더불어 탈무드를 필수적으로 가르쳤고, 어린이들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요체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수립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의 대다수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 기반이 탈무드와 같은 지혜의 책에 있기에 유대인은 세계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의 각 영역에서 그들만의 민족적 탁월함을 드러낸다.

총 63권, 무게만도 75kg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탈무드 가운데 핵심을 간추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베이직북스에서 출간한 <탈무드>는 탈무드교육연구회에서 엄선한 그야말로 탈무드의 정수다.

본서는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으로서 기본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며 탈무드가 말하는 삶의 지혜, 유대인의 결혼, 가정에 관한 이야기, 자녀 교육과 도덕적 가치, 돈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사회정의에 관한 내용이 주옥같다.

탈무드는 사악한 사람은 마음으로부터 통제를 받지만 정직한 사람은 마음을 통제함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비극의 시작은 사람이 마음을 지키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다. 사악한 마음이 사람을 통제할 때 서로 죽고 죽이는 참상이 빚어진다.

반면 정직한 사람의 마음은 통제를 받음으로 도덕적 삶을 가능케한다. 먹잇감을 앞에 두고 포효하는 맹수를 인간의 마음으로 비유할 때 정직한 자의 마음은 우리 안에 갇힌 맹수다. 탈무드는 이처럼 인간의 마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본성을 예리하게 간파했다.

또 한 가지 탈무드는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말한다. "언제든지 경건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 네가 실패했을 때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

참된 친구는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매우 진부하다. 그런 친구가 드물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진실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위의 탈무드 문장과 맥을 같이한다. 삶의 성공이 돈과 권력, 명예라는 인간 실존의 마약 3종 세트에 있지 않음을 탈무드는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그밖에 밑줄을 긋게 만드는 금언들이 빼곡하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사실 이 한 문장이 모든 인간 관계의 근본적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못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회,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네 세상은 어떤가? 나도 못하는 것을 남에게 끊임없이 강요하고 권하며 억지로 떠넘기는 세상 아닌가? 강압적 유무형의 폭력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정당화되어 수레바퀴 아래 있는 같은 인간에게 차마 하지 못할 일을 짐 지운다.

탈무드의 지혜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과 본질을 제대로 직시했다. 자기도 하기 싫고, 못할 일을 왜 자꾸 남에게 강요하는가? 타락한 인간이 가진 가학적 DNA의 발현이다. 타자에게 굴레 씐 고통의 무게를 보며 변태적 쾌감을 만끽하는 사회가 지금을 살아가는 이 땅의 현실이다.

페이지마다 넘치는 삶의 격언과 인생의 소중한 금언이 품격 있는 삶을 살라고 종용한다. 먹고 싸고 교미하는 것이 전부인 짐승처럼 살지 말고 인간답게 살라는 말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탈무드의 지혜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더 빛을 발한다.

지식과 지혜의 간극은 천지차이다. 단순히 공부를 많이 해서 아는 것이 많은 것은 지식을 갖췄음을 말한다. 반면 지혜는 지식과는 별개로 인생을 어떻게 재단하고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아는 더 큰 가치다.

유대인의 선조는 이 지혜를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색했고, 지혜자들의 조언을 구했다. 탈무드를 통해 그들이 받은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사람답게 품격 있고 품위 있게 살다 죽는 삶을 꿈꾼다면 탈무드는 인생 필독서다.

탈무드는 말한다. "시간이 있을 때 배우면 될 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 앞으로 배울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아 보이는가? 이러한 생각을 어리석은 생각으로 여기라는 탈무드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바로 지혜자다. 깊어가는 가을,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를 만나보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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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뇌과학 - 불안장애에 시달린 뇌과학자가 발견한 7가지 운동의 힘 쓸모 있는 뇌과학
제니퍼 헤이스 지음, 이영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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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뇌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운동의 뇌과학>, 제니퍼 헤이스 지음, 이영래 옮김, 현대지성 출간]은 운동의 필요성과 운동법을 단순 나열한 책이 아니다.

<운동의 뇌과학>은 극심한 강박장애와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모든 삶의 소망을 상실할 뻔 했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인지신경학자인 저자가 인간의 뇌와 운동의 역학 관계를 과학적이면서도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도출한 자료로 제시하기에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세우는 계획 세 가지가 있다. 독서, 어학공부, 운동(다이어트)이다. 편한 운동화와 멋진 운동복을 구입하고 호기롭게 시작하지만 새해에 세운 결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러저러한 핑계로 작심삼일이다.

왜 그럴까? 본서는 그 원인이 뇌에 있음을 밝힌다. 뇌의 메커니즘과 생리적 특징을 이해할 때 왜 우리의 운동 계획이 3일 천하로 끝나는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운동의 뇌과학>은 제목 그대로 효율적인 운동의 성패가 인간의 뇌에 달려 있음을 말한다. 뇌는 신체가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신체 항상성을 선호하는 장기다. 먹고 사는 문제가 존립을 가늠케 했던 고대 시대부터 인간의 뇌는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움직임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사냥과 목축, 농경의 경험은 스트레스다. 온갖 육체 활동에 지친 신체가 편안히 쉬어야 한다는 항상성의 메시지가 뇌로부터 신체 각 부분을 잠식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뇌는 천성적으로 게으르다. 저자는 운동을 만류하는 뇌의 끈질긴 권유를 뿌리치고 움직여야 함을 과학적, 경험적 증거를 사용하여 역설한다.

최악의 산후우울증에 빠졌던 당시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낡은 자전거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땀을 흘리는 이 낯선 행위가 그녀를 우울증의 늪에서 건졌다. 이후 그녀는 하프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는 기염을 토한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놀랐지만 무엇보다 그녀 스스로가 변화된 자신의 삶을 보며 환호했다.

이처럼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을 헤치고 싶은 욕구로 가득했던 무서운 우울증의 덫에서 그녀를 건진 것은 각종 약물이 아닌 페달을 밟는 단순한 행위였다.



책은 총 7개의 챕터를 통해 뇌과학으로 입증된 운동의 효과를 말한다. 매 장을 끝내며 효율적인 운동법을 친절하게 수록했기에 어떤 운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말미에는 부록과 같이 저자와 지인들의 운동법 시연 사진이 있기에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다.

모든 스트레스와 중독, 수면장애, 치매, 노화, 강박장애, 우울증의 문제는 뇌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운동은 멈춰 있기만을 바라는 수동성의 뇌를 활성화시켜 이 모든 병리적 증상에 대해 효과적인 대처를 가능케하는 천연의 약물이다. 그렇기에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며 기분이 좋다.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 나아가서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집중력과 창의력의 획기적 개발을 가능케하는 동력 또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성적이 오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저자는 오히려 땀을 흘리고 운동장을 뛰어 노는 아이들이 학습 집중력과 과제 성취도에 있어 더 높은 단계의 성취를 경험함을 수많은 연구 데이터로 증명한다.

저자는 현재 자신을 구원한 것은 운동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운동을 극찬하는 소위 운동 전도사의 삶을 살고 있다. 운동을 그만두면 뇌가 병들기 시작한다. 저자의 말이다.

책을 읽으며 운동화 끈을 조여맨다. 아침마다 해안 도로 5Km를 달리는 계획을 세워 달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공기를 가르는 것이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뇌는 그냥 더 누워 있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의 외침을 상기하며 뇌의 유혹을 뿌리치고 집을 나선다.

책은 운동을 시작한 사람 중 40퍼센트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임을 말한다. 즉 10명 중 4명이 3개월 안에 운동을 그만둔다. <아침형 인간>의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습관 형성의 시간을 100일이라고 했다. 거의 3개월이다. 이것을 보면 역시 3개월이 모든 습관 형성을 위한 마의 벽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 저자의 가르침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책의 내용을 삶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 책 또한 그 흔한 자기 계발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완독했고, 운동은 시작됐다. 3개월 안에 포기하는 40퍼센트 인간이 될 것인가? 결과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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