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 -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교육 연구회 엮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절판



유대인 5천 년 지혜의 보고, <탈무드, 탈무드교육연구회 편저, 김정자 옮김, 베이직북스 펴냄>는 구약 성경 잠언과 더불어 유대인의 삶의 지혜가 응축된 정신문화적 유산이다.

유대인은 어린 자녀들에게 모세오경과 더불어 탈무드를 필수적으로 가르쳤고, 어린이들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요체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수립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수많은 인물들의 대다수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 기반이 탈무드와 같은 지혜의 책에 있기에 유대인은 세계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의 각 영역에서 그들만의 민족적 탁월함을 드러낸다.

총 63권, 무게만도 75kg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탈무드 가운데 핵심을 간추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베이직북스에서 출간한 <탈무드>는 탈무드교육연구회에서 엄선한 그야말로 탈무드의 정수다.

본서는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으로서 기본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며 탈무드가 말하는 삶의 지혜, 유대인의 결혼, 가정에 관한 이야기, 자녀 교육과 도덕적 가치, 돈으로 대변되는 경제적 사회정의에 관한 내용이 주옥같다.

탈무드는 사악한 사람은 마음으로부터 통제를 받지만 정직한 사람은 마음을 통제함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비극의 시작은 사람이 마음을 지키지 못함으로 인한 것이다. 사악한 마음이 사람을 통제할 때 서로 죽고 죽이는 참상이 빚어진다.

반면 정직한 사람의 마음은 통제를 받음으로 도덕적 삶을 가능케한다. 먹잇감을 앞에 두고 포효하는 맹수를 인간의 마음으로 비유할 때 정직한 자의 마음은 우리 안에 갇힌 맹수다. 탈무드는 이처럼 인간의 마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본성을 예리하게 간파했다.

또 한 가지 탈무드는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말한다. "언제든지 경건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 네가 실패했을 때 고통을 함께 나눌 사람과 가까이 지내라."

참된 친구는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매우 진부하다. 그런 친구가 드물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진실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위의 탈무드 문장과 맥을 같이한다. 삶의 성공이 돈과 권력, 명예라는 인간 실존의 마약 3종 세트에 있지 않음을 탈무드는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그밖에 밑줄을 긋게 만드는 금언들이 빼곡하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사실 이 한 문장이 모든 인간 관계의 근본적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못하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회,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네 세상은 어떤가? 나도 못하는 것을 남에게 끊임없이 강요하고 권하며 억지로 떠넘기는 세상 아닌가? 강압적 유무형의 폭력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정당화되어 수레바퀴 아래 있는 같은 인간에게 차마 하지 못할 일을 짐 지운다.

탈무드의 지혜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과 본질을 제대로 직시했다. 자기도 하기 싫고, 못할 일을 왜 자꾸 남에게 강요하는가? 타락한 인간이 가진 가학적 DNA의 발현이다. 타자에게 굴레 씐 고통의 무게를 보며 변태적 쾌감을 만끽하는 사회가 지금을 살아가는 이 땅의 현실이다.

페이지마다 넘치는 삶의 격언과 인생의 소중한 금언이 품격 있는 삶을 살라고 종용한다. 먹고 싸고 교미하는 것이 전부인 짐승처럼 살지 말고 인간답게 살라는 말이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탈무드의 지혜는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더 빛을 발한다.

지식과 지혜의 간극은 천지차이다. 단순히 공부를 많이 해서 아는 것이 많은 것은 지식을 갖췄음을 말한다. 반면 지혜는 지식과는 별개로 인생을 어떻게 재단하고 조율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아는 더 큰 가치다.

유대인의 선조는 이 지혜를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색했고, 지혜자들의 조언을 구했다. 탈무드를 통해 그들이 받은 지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사람답게 품격 있고 품위 있게 살다 죽는 삶을 꿈꾼다면 탈무드는 인생 필독서다.

탈무드는 말한다. "시간이 있을 때 배우면 될 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 앞으로 배울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아 보이는가? 이러한 생각을 어리석은 생각으로 여기라는 탈무드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바로 지혜자다. 깊어가는 가을,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를 만나보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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