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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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 된 양녀를 지속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두 얼굴을 가진 양모의 모습이 우리를 경악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방송에 출연한 모습, 지인들에게 비친 모습은 입양을 결정한 지고지순한 천사였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에는 또 다른 인격이 뱀과 같이 똬리를 틀고 있었음을 아무도 몰랐다.


인간의 내면에는 다중적인 인격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확인한다. 인간 본성 안에 내재한 천사와 악마의 상반된 인격의 그늘이 드리워있음을 기막힌 이야기로 풀어낸 한 권의 소설이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소소의책 펴냄>는 많은 이들이 제목만으로도 소설의 주제와 스토리를 파악하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저작이다.


인간 본성의 이중성, 이성과 광기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낸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 고딕소설로서 본 작품이 갖는 중첩된 의미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외과 의사인 지킬 박사는 자신 안에 숨겨진 악의 본능, 타락과 방종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굴복한 나머지 자신이 만들어 낸 비약을 마시고 하이드라는 괴물을 탄생시킨다. 아니 이미 그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악의 화신을 위해 예절과 관습, 인간의 윤리와 도덕이라는 문빗장을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설은 지킬 박사의 친구인 어터슨 변호사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물론 어터슨 또한 다른 면에서는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는 방관자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하이드로 변한 지킬이 자신이 가진 악의 본능에 충실한 괴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끔 만들었다. 어린 아이를 잔인하게 짓밟고 지나가는가 하면 급기야는 살인을 행하기에 이른다.


본 작품이 워낙 유명하기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갖는 알레고리적 수사는 익숙한 나머지 신선하지도 않다. 그러나 본 소설이 세기를 넘어 지금까지도 인간 본성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있어 탁월함을 인정 받는 것은 다면적이고 다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산업혁명 이후 전통과 과학이 맞부딪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암울함 속 인간이 느끼는 소외감과 기존 틀에의 저항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도덕과 윤리, 방종과 타락의 대립 속 기묘하게 오버랩된다.


또한 신을 내던진 인류가 인간 이성에의 무한 확신을 펼쳤던 20세기 들어 인류는 두 번의 끔찍한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성의 바닥을 보았다. 서로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를 골몰하던 인류에게 남은 것은 하이드 씨의 환멸스러운 형상이다.



17세기 영국 청교도의 황태자 '존 오웬' 목사님은 그의 위대한 저작 <신자 안에 내재하는 죄>에서 신자들 안에 악이 존재함을 말하고 있다. 선을 행하려는 신자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내재하는 죄는 효과적으로 반역을 부추기고 악으로 이끄는 작용을 한다.


지킬 박사는 자신의 비약을 통해 하이드라는 괴물을 불러낸 이후 큰 낙심과 후회를 토로한다. 분명 자신 안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와 도덕을 지키며 살고 싶은 선을 향한 의지가 있지만 그 선의지를 꺾는 더 큰 악의지가 지킬을 밀어내고 하이드를 불러낸다.


존 오웬 목사님은 자신의 저작을 통해 인간 내면이 가진 선과 악의 갈등과 문제를 면도날과 같이 예리한 지성을 통해 한점씩 발라내는 기막힌 지적 작업을 이루어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인류는 저자가 펼치는 선악의 수사를 통해 우리 안에 숨겨진 또 다른 하이드의 망령을 끊임없이 소환한다. 서론에서 말한 것처럼 의인의 인두겁을 쓴 채 아이의 숨통을 잔인하게 짓눌렀던 엄마의 모습이 비단 그녀만의 모습일까?


저자가 가진 시대적 통찰에 현기증이 난다. 인간 본성안에 잠자고 있는 악을 향한 끊임없는 욕구, 질펀한 쾌락을 향한 인간 무의식 속에 잠재한 방탕과 타락의 욕망이 그녀만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악을 향한 근원적 갈망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본서가 더 소름 돋게 다가온다.


챗 GPT가 신인류의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가는 세상 속 19세기를 살다간 저자 스티븐슨은 가장 원시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타락한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 해답이 없다면 인류는 편안함 속에서 서로의 살점을 뜯어 먹는 해괴망측한 장면을 끝없이 연출할 것이다.


책을 덮으며 자문한다. 나는 선한가? 내 안에는 하이드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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