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뇌과학 - 불안장애에 시달린 뇌과학자가 발견한 7가지 운동의 힘 쓸모있는 뇌과학
제니퍼 헤이스 지음, 이영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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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뇌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운동의 뇌과학>, 제니퍼 헤이스 지음, 이영래 옮김, 현대지성 출간]은 운동의 필요성과 운동법을 단순 나열한 책이 아니다.

<운동의 뇌과학>은 극심한 강박장애와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모든 삶의 소망을 상실할 뻔 했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인지신경학자인 저자가 인간의 뇌와 운동의 역학 관계를 과학적이면서도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도출한 자료로 제시하기에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새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세우는 계획 세 가지가 있다. 독서, 어학공부, 운동(다이어트)이다. 편한 운동화와 멋진 운동복을 구입하고 호기롭게 시작하지만 새해에 세운 결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러저러한 핑계로 작심삼일이다.

왜 그럴까? 본서는 그 원인이 뇌에 있음을 밝힌다. 뇌의 메커니즘과 생리적 특징을 이해할 때 왜 우리의 운동 계획이 3일 천하로 끝나는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운동의 뇌과학>은 제목 그대로 효율적인 운동의 성패가 인간의 뇌에 달려 있음을 말한다. 뇌는 신체가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신체 항상성을 선호하는 장기다. 먹고 사는 문제가 존립을 가늠케 했던 고대 시대부터 인간의 뇌는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움직임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사냥과 목축, 농경의 경험은 스트레스다. 온갖 육체 활동에 지친 신체가 편안히 쉬어야 한다는 항상성의 메시지가 뇌로부터 신체 각 부분을 잠식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뇌는 천성적으로 게으르다. 저자는 운동을 만류하는 뇌의 끈질긴 권유를 뿌리치고 움직여야 함을 과학적, 경험적 증거를 사용하여 역설한다.

최악의 산후우울증에 빠졌던 당시 그녀를 일으켜 세운 것은 낡은 자전거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땀을 흘리는 이 낯선 행위가 그녀를 우울증의 늪에서 건졌다. 이후 그녀는 하프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는 기염을 토한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놀랐지만 무엇보다 그녀 스스로가 변화된 자신의 삶을 보며 환호했다.

이처럼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을 헤치고 싶은 욕구로 가득했던 무서운 우울증의 덫에서 그녀를 건진 것은 각종 약물이 아닌 페달을 밟는 단순한 행위였다.



책은 총 7개의 챕터를 통해 뇌과학으로 입증된 운동의 효과를 말한다. 매 장을 끝내며 효율적인 운동법을 친절하게 수록했기에 어떤 운동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말미에는 부록과 같이 저자와 지인들의 운동법 시연 사진이 있기에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다.

모든 스트레스와 중독, 수면장애, 치매, 노화, 강박장애, 우울증의 문제는 뇌와 깊은 연관이 있다. 운동은 멈춰 있기만을 바라는 수동성의 뇌를 활성화시켜 이 모든 병리적 증상에 대해 효과적인 대처를 가능케하는 천연의 약물이다. 그렇기에 부작용이 없고, 안전하며 기분이 좋다.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 나아가서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집중력과 창의력의 획기적 개발을 가능케하는 동력 또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성적이 오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저자는 오히려 땀을 흘리고 운동장을 뛰어 노는 아이들이 학습 집중력과 과제 성취도에 있어 더 높은 단계의 성취를 경험함을 수많은 연구 데이터로 증명한다.

저자는 현재 자신을 구원한 것은 운동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운동을 극찬하는 소위 운동 전도사의 삶을 살고 있다. 운동을 그만두면 뇌가 병들기 시작한다. 저자의 말이다.

책을 읽으며 운동화 끈을 조여맨다. 아침마다 해안 도로 5Km를 달리는 계획을 세워 달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공기를 가르는 것이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뇌는 그냥 더 누워 있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의 외침을 상기하며 뇌의 유혹을 뿌리치고 집을 나선다.

책은 운동을 시작한 사람 중 40퍼센트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임을 말한다. 즉 10명 중 4명이 3개월 안에 운동을 그만둔다. <아침형 인간>의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습관 형성의 시간을 100일이라고 했다. 거의 3개월이다. 이것을 보면 역시 3개월이 모든 습관 형성을 위한 마의 벽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 저자의 가르침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책의 내용을 삶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 책 또한 그 흔한 자기 계발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완독했고, 운동은 시작됐다. 3개월 안에 포기하는 40퍼센트 인간이 될 것인가? 결과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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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분파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 - 최신 CBT 출제유형을 반영한 실전모의고사 수록 2024 기분파 시리즈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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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진보 가운데 교통 수단의 발달, 그중에서도 자동차의 발명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수레와 말을 대신한 자동차의 등장은 인류를 어느 곳이든 빠르고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왔고, 수많은 물류의 이동을 가능케 함으로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자동차도 기계인지라 사용 연한이 오래되면 사람이 나이 먹고 병드는 것처럼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고 수리를 요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탄생한 직업이 자동차정비기능사다. 자동차정비기능사는 그야말로 자동차 의사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파악, 진단하며 수리를 진행하는 전문 인력이다.

그렇기에 국가 시험으로 자격을 보증한다. 수험서 전문 출판사 에듀웨이에서 <2024 기분파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 (주)에듀웨이R&D연구소 지음, 에듀웨이 펴냄>학습서를 출간했다. 기분파 시리즈는 워낙 합격 수기가 많고, 많은 수험생들이 덕을 보았다고 할 정도로 입증된 자격증 수험서다.

<2024 기분파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수험서는 자동차정비기능사를 꿈꾸는 수험생들에게 기본만 충실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점을 특화로 내세운 책이다. 내용은 자동차 공학 및 안전기준, 엔진 정비, 섀시 정비, 전기 전자 장비, 안전 관리까지 총 5개의 큰 테마로 구성된다.

시험에 있어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는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학습 내용이 빼곡하다. 본서는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는 매 챕터마다 기본적인 이론을 수록하여 수험생들이 기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돕는다. 이론을 공부한 후에는 자신이 암기하고 이해한 이론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를 해볼 수 있도록 각 섹션의 마지막을 예상문제로 꾸몄다. 그렇기에 수험생들이 이론을 공부한 후 지식이 머릿 속에서 확인받지 못한 채 허공에 떠돌아 다니도록 만들지 않는다.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공부한 지식이 온전한 내 것이 되어 머릿 속에 안착되도록 돕는 훌륭한 구성이다.

둘째는 기존 시험에서의 출제 유형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적중률이 높은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책의 말미에 충분한 양의 문제로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책을 한 번 공부한 후 마지막으로 실전 모의고사를 풀이해 봄으로써 자신의 현재 실력을 점검함과 동시에 기출의 유형을 파악함으로써 실전에 대비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다.



그리고 매 섹션마다 학습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막막한 수험생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공부의 가이드가 되어주는 것도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우리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막상 공부를 시작했는데 도대체 이 파트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이며 지금까지 얼마나 출제되어 왔을까 와 같은 질문 말이다.

이 책은 수험생들의 바로 이러한 고민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메인 키포인트로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섹션의 내용이 어떤 중요성을 갖고 있으며 예상 출제 문항수는 대략 어느 정도임을 안내한다.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기출 유형과 빈도를 분석해서 제시하는 것이기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책이 갖는 특징 중 하나는 곳곳에 보이는 QR코드다. 관련 섹션에서 동영상을 자료를 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수록했다. 수험생을 위한 출판사의 깨알 배려다. 많은 수험서들이 존재하지만 에듀웨이 출판사가 가진 다년간의 수험서 출판 노하우와 기획은 단연 돋보인다.

책의 마지막에는 기분파 수험서를 가지고 공부하여 자격증 합격의 영광을 누린 선배 수험생들의 합격 수기를 볼 수 있다. 그중 인상 깊은 후기는 그림이 많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편했고, 계산 문제에 대한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에 단순 암기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는 글이다. 글씨로만 빽빽한 수험서가 주는 중압감은 자격증 시험 공부에 대한 의욕을 상실케 한다. 시험을 준비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밀한 삽화로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복잡한 수리 연산에 대한 원리를 꼼꼼하게 설명해 주는 수험서를 만나게 될 때 이러한 염려는 기우일 수 밖에 없다. 우리 삶의 질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 자동차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너무나 중요한 문명의 이기다. 앞으로 자동차를 대체할 획기적인 그 무엇이 등장하지 않는 한 자동차정비기능사는 빛이 바라지 않을 자격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격을 위한 첫걸음을 <2024 기분파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수험서가 응원하며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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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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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관한 대중의 관심과 물음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하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과연 특별한 공부법은 없을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그냥 하면 된다. 그러나 여기에 공부라는 지난한 길을 걸었고, 여전히 걷고 있는 탁월한 스승이 들려주는 공부법에 관한 강론이 있다. 바티칸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변호사 '한동일' 교수의 <공부법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이 그것이다.

본서는 <라틴어 수업>이라는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진 한동일 교수의 공부에 관한 금언으로 가득한 보물 같은 저작이다. 부드럽고 담백한 필치로 한 땀씩 써내려 간 공부에 관한 조언은 공부하는 자에게는 흘려들을 수 없는 그야말로 금과옥조다.

저자는 본인을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표했다. 공부하듯 일하고 일하듯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가 들려주는 20개의 주제는 공부란 무엇이고 왜 공부해야 하며 공부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공부에 얽힌 삶의 이야기다.

바닥을 쳤던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시간의 흐름을 따라 기술되는 인간 한동일의 공부 여정이 진솔하고 담박한 필치로 그려진다. 공부를 해야 하는 목적을 상실했을 때의 암담함과 무력함이 책장 너머 고스란히 전해진다. 깊은 터널을 통과하여 마침내 발견한 공부의 목적과 목표가 그의 삶을 더 크고 고결한 인생의 무대로 끊임없이 견인했다. 사람은 공부의 이유를 알았을 때 생의 이유가 재정렬된다.

저자는 공부란 나만의 악보를 써내려 가는 일이라는 멋진 문장을 들려준다. 신은 우리 모두에게 인생이라는 악보를 선물했다. 인생이라는 빈 오선지 위에 나만의 음표와 악상 기호를 적는다. 삶이라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을 만들어가는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만 주어졌다. 그리고 악보를 적어내려가는 과정에 있어 유용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공부다. 기막힌 비유 아닌가?

모든 학업이 끝나면 이 지긋지긋한 공부의 늪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공부법 수업>은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숙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결론은 무엇인 줄 아는가? 단순하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 코에서 호흡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 관 속에 들어가기 바로 전까지 공부해야 한다! 임종의 침상,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 순간까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유의 충격적 전환을 갖게 한 저자의 통찰이 너무나 고맙다.

저자는 바티칸 로타 로마나 사법연수원에서의 학업 기회가 왔을 때 그곳에 자신을 세운 분의 뜻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기도했다. 전직이 가톨릭 사제였기에 그의 영혼은 날마다 자신을 이끄시는 그분의 섭리를 구했다. 그리고 결국 아시아인 최초로 그 길을 걸었다. 전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자신의 인생을 보이지 않는 그분께서 인도하실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삶을 관통했고, 그의 전 인격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으로 이끌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하려고 하면 자기 자신이 본능적으로 밀어낸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속인다. 쉬운 길을 가라고... 인간의 본능이 그렇다.



공부를 잘하는 비결과 같은 그런 값싼 충고와 조언은 없다. 대신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공부에 관한 묵직한 통찰이 가득하다. 철학을 갖고 행하는 공부, 이상을 품은 공부에는 출세와 안락만을 위한 공부가 가질 수 없는 차원 다른 그 무엇이 내재한다.

Studium est mea oratio et mensula est meum altar.(스투디움 에스트 메아 오라티오 에트 멘술라 에스트 메움 알타르.) 공부가 나의 기도이고 책상이 나의 제대이다.

이 한 문장이 저자가 갖는 공부의 철학과 이상을 보여준다. 전직 가톨릭 사제이며 신자로서 지성으로 그분을 예배하는 저자의 도전에 깊은 감동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책은 분명히 종교 서적이 아닌 인문학 도서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핵심은 종교의 유무와 상관없이 신적 존재 앞에서의 책임감 있는 삶에의 강조다. 그리고 그 삶을 이루어내는 길로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공부다.

저자가 말하는 요지는 철학과 이상을 갖고 행하는 공부의 결과가 오롯이 나를 향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공부는 분명 나의 내면을 성찰케하지만 공부의 유익과 열매는 외부를 향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악보를 주신 분의 뜻과 목적에 적합한 태도다. <공부법 수업>은 공부의 이유를 찾는 모든 공부자들이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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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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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몬드>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소장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이 책이 좋았나봐요.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다가 이번에 복간 펀딩을 하길래 얼른 구입했어요. 저도 시간될 때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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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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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글쟁이는 타고나는가 아니면 노력에 의해 탄생하는가? <개미>,<뇌>,<나무> 등으로 한국에 찐 팬층을 거느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두 가지 물음에 모두 해당된다. 어린 시절 저능아적 특색이 뚜렷했던 베르나르의 모습은 될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천재 작가들이 가진 기인과 같은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시선은 어느 순간 베르나르 앞에서 멈춘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베르나르가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임과 동시에 그의 회고록과 같은 책이다.

소년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과 작가로서의 행보가 베르나르 특유의 유머와 위트 섞인 필치로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인간과 쥐와의 대대적인 싸움을 그린 <행성>을 통해 그의 책을 처음 만났다. 그가 가진 넓고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에 놀랐다. 역사, 과학, 문학은 물론이거니와 고대 점성술과 유대 신비주의 카발리즘, 영지주의, 조로아스터교, 마니교에 이르기까지 고대 종교와 사상, 철학을 두루 섭렵했다.

그가 가진 지식의 스펙트럼이 가히 놀랍다. 이 모든 지적 구조물 속에서 나오는 다양하고 방대한 지식의 씨앗이 탁월한 스토리텔러의 손길 아래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모판 속에 고스란히 이식된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를 통해 작가가 얼마나 뛰어난 공상가이며 천재 이야기꾼인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작가이기 전 한 명의 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그의 글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그에게는 모든 인간과 동식물, 사물이 이야기의 재료다. 흔히 지나치는 나무와 개미, 고양이를 자신의 이야기 소재로 삼고, 그 대상물 안에 자신만의 독특한 메시지를 투영하는 베르나르의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저변에는 범신론적 세계관이 짙게 깔려 있다. 일찍부터 요가, 명상을 통한 동양 사상에 눈을 뜬 저자가 가진 문학적 특색의 하나다. 그는 마치 동양 신비주의 영성가와 같으며 수많은 독자들을 그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진리(?)로 이끄는 구루와 같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의 기념비적 저작들이 어떻게 탄생되었는가에 관한 비화를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베르나르는 선천적 천재성을 타고난 작가로 비친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든 일정 부분은 후천적인 노력파 천재다.

그를 세상에 알린 공식적 처녀작이며 대표작인 <개미>탄생의 이야기는 왜 그가 후천적 노력파 천재인지를 알게 해준다. 전 세계인이 열광한 <개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는가? 무려 12년간 총 17번의 개작에 개작을 거듭하며 탄생했다.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은 이 세계적인 작품은 그냥 쉽게 배태되지 않았다. 뼈를 깎는 인고의 세월 속 베르나르에게 해산의 고통을 안긴 작품이 세상에 빛을 발한 직후 그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순간 작가에 대한 경외심과 숙연함마저 든다.

<개미>는 지금의 베르나르를 있게 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3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3천만 부 이상이 팔렸다. 냉동 파스타를 돌려먹으며 월세를 걱정했던 베르나르에게 서광이 비친 순간이다. 눈부신 금전적 성공은 차치하고, 이 한 편의 에세이는 독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커서 뭐가 될지를 염려케 한 소심하고 엉뚱한 소년은 주어진 환경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미친 듯이 몰입했던 베르나르 작가의 삶을 향한 애착은 존경스럽다.


"괜히 일반화하느라 고생할 필요 없다. 진짜일수록, 실제일수록 더 놀랍고 생생한 법이다." p143


충격적인 통찰이다. 자신이 경험치 못한 것을 일반화시키는 일 자체가 곤욕이며 고문이다. 우리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나 작가는 몸으로 부딪쳤고, 자신의 체험이 진짜이며 실제라고 믿었기에 일반화의 오류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그의 작품 세계는 피상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고 매우 독특하다. 모든 인간과 사물을 보는 관점 자체가 범인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베르나르의 작품이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다.

이 책은 대성한 작가의 단순 인생 성공 에세이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세상, 자연과 사물에 대한 집약된 이해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에 관한 신선한 통찰의 모음이다. 책을 덮고, 관심 작가의 목록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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