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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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관한 대중의 관심과 물음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하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과연 특별한 공부법은 없을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그냥 하면 된다. 그러나 여기에 공부라는 지난한 길을 걸었고, 여전히 걷고 있는 탁월한 스승이 들려주는 공부법에 관한 강론이 있다. 바티칸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변호사 '한동일' 교수의 <공부법 수업,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이 그것이다.

본서는 <라틴어 수업>이라는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진 한동일 교수의 공부에 관한 금언으로 가득한 보물 같은 저작이다. 부드럽고 담백한 필치로 한 땀씩 써내려 간 공부에 관한 조언은 공부하는 자에게는 흘려들을 수 없는 그야말로 금과옥조다.

저자는 본인을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표했다. 공부하듯 일하고 일하듯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가 들려주는 20개의 주제는 공부란 무엇이고 왜 공부해야 하며 공부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공부에 얽힌 삶의 이야기다.

바닥을 쳤던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시간의 흐름을 따라 기술되는 인간 한동일의 공부 여정이 진솔하고 담박한 필치로 그려진다. 공부를 해야 하는 목적을 상실했을 때의 암담함과 무력함이 책장 너머 고스란히 전해진다. 깊은 터널을 통과하여 마침내 발견한 공부의 목적과 목표가 그의 삶을 더 크고 고결한 인생의 무대로 끊임없이 견인했다. 사람은 공부의 이유를 알았을 때 생의 이유가 재정렬된다.

저자는 공부란 나만의 악보를 써내려 가는 일이라는 멋진 문장을 들려준다. 신은 우리 모두에게 인생이라는 악보를 선물했다. 인생이라는 빈 오선지 위에 나만의 음표와 악상 기호를 적는다. 삶이라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을 만들어가는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만 주어졌다. 그리고 악보를 적어내려가는 과정에 있어 유용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공부다. 기막힌 비유 아닌가?

모든 학업이 끝나면 이 지긋지긋한 공부의 늪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공부법 수업>은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미숙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결론은 무엇인 줄 아는가? 단순하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 코에서 호흡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 관 속에 들어가기 바로 전까지 공부해야 한다! 임종의 침상,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 순간까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유의 충격적 전환을 갖게 한 저자의 통찰이 너무나 고맙다.

저자는 바티칸 로타 로마나 사법연수원에서의 학업 기회가 왔을 때 그곳에 자신을 세운 분의 뜻을 헤아리려 노력하며 기도했다. 전직이 가톨릭 사제였기에 그의 영혼은 날마다 자신을 이끄시는 그분의 섭리를 구했다. 그리고 결국 아시아인 최초로 그 길을 걸었다. 전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자신의 인생을 보이지 않는 그분께서 인도하실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삶을 관통했고, 그의 전 인격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것은 저자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으로 이끌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하려고 하면 자기 자신이 본능적으로 밀어낸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속인다. 쉬운 길을 가라고... 인간의 본능이 그렇다.



공부를 잘하는 비결과 같은 그런 값싼 충고와 조언은 없다. 대신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공부에 관한 묵직한 통찰이 가득하다. 철학을 갖고 행하는 공부, 이상을 품은 공부에는 출세와 안락만을 위한 공부가 가질 수 없는 차원 다른 그 무엇이 내재한다.

Studium est mea oratio et mensula est meum altar.(스투디움 에스트 메아 오라티오 에트 멘술라 에스트 메움 알타르.) 공부가 나의 기도이고 책상이 나의 제대이다.

이 한 문장이 저자가 갖는 공부의 철학과 이상을 보여준다. 전직 가톨릭 사제이며 신자로서 지성으로 그분을 예배하는 저자의 도전에 깊은 감동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책은 분명히 종교 서적이 아닌 인문학 도서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핵심은 종교의 유무와 상관없이 신적 존재 앞에서의 책임감 있는 삶에의 강조다. 그리고 그 삶을 이루어내는 길로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공부다.

저자가 말하는 요지는 철학과 이상을 갖고 행하는 공부의 결과가 오롯이 나를 향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공부는 분명 나의 내면을 성찰케하지만 공부의 유익과 열매는 외부를 향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악보를 주신 분의 뜻과 목적에 적합한 태도다. <공부법 수업>은 공부의 이유를 찾는 모든 공부자들이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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